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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Objet] ‘보이A’는 마지막까지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신지 않는다

입력 2023-08-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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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A’.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실명을 대신하는 명칭이지만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기도 하다. 뮤지컬 ‘보이A’(8월 20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3관)는 그렇게 불리던 소년범이 15년만에 가석방돼 새로운 이름 잭(정지우·동현·현석준,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나단 트리겔(Jonathan Trigell)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보이A’는 ‘멤피스’ ‘히스토리보이즈’ ‘리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비더슈탄트’ 등의 김태형 연출작으로 ‘최후진술’ ‘트레이스유’ ‘해적’ ‘마마돈크라이’ 등의 박정아 작곡가가 넘버를 꾸리고 ‘모래시계’ ‘사랑의 불시착’ ‘이토록 보통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의 박해림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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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A’ 포스터(사진제공=스튜디오 단단)

소년원시절부터 잭을 자식처럼 돌봐주던 보호감찰관 테리(김태한·황만익)는 가석방을 앞두고 그에게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선물한다.

 

그야 말로 ‘탈출’. 하지만 몸은 감옥 밖에 있지만 그 마음은 늘 불안과 압박으로 가득 차 있는 잭은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차마 신지 못한다.

가난해서 무시당하고 주눅들었던, 에릭이던 때의 잭은 같은 반 소녀를 살해하고 자살해 버린 친구 필립(곽다인·김현진·정찬호)의 망령과 늘 함께다. 

 

그를 저지하지 못한 혹은 그의 살인을 부추겼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조롱과 비난을 퍼붓던 소녀에 대한 분노, 이유모를 억울함 등에 시달리던 잭은 우연히 목격한 자동차 사고에서 소녀를 구해내며 영웅이 된다.

하지만 ‘보이A’가 익명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범죄자라는 낙인인 것처럼 잭은 영웅이 되면서 ‘보이A’였다는 정체가 탄로나버리고 만다. 영웅을 향한 환호는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오고 잭은 또 다시 갇혀버리는 상황을 맞는다.

작품은 잭이 겪는 과정 속에서 촉법소년 문제, 범죄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결핍으로 인한 과오 등 다양한 문제들을 아우른다. 저마다가 가진 실수, 과오의 무게를 감당하고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잭은 남탓으로만 돌리던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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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A’ 공연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단단)

 

자신들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피해 소녀의 묘에서 진정한 사과를 하면서야 비로소 참회의 여정을 시작하는 잭은 마지막까지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신지 않는다.

‘보이A’는 잭을 통해 벗어나려고만 하고 외면하려고만 했던, 하지만 결코 벗어나서도 외면해서도 안됐던 자신의 과오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남탓으로 일관하는 어른들이 넘쳐나는 시대, ‘보이A’는 그렇게 ‘나이키 이스케이프’라는 오브제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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