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상한 성공> 윤흥식

입력 2021-09-25 08: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저자는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그는 책 안쪽에 ‘평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결과를 꿈꾸는 세대와 함께’라고 적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반어적으로 연상시킨다. 이 책은 기업과 나라는 부유해지는데 사람들은 왜 점점 더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는 우리가 성공했던 방식이 그대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낮은 세금, 공적복지 확대 대신 투기를 부추기는 나라, 복지에 무관심한 국민들 등등. 저자는 우리나라를 공정하고 평등한 ‘행복한 복지국가’로 만들려면 각계 이해를 대변할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의식 있는 우리 자신들이라고 말한다.

 

 

* 아직도 많이 부족한 복지지출 비중 - 한 나라의 복지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지출 비용이다. 1년간 생산한 부에서 얼마나 복지에 사용했는가를 측정한 지표다. 우리는 2019년 현재 12.2% 수준이다. OECD 평균인 20.0%에 한참 못 미친다. 핀란드의 경우 29.1%로 프랑스 다음으로 높다.

 

* 불평등 해소에 소극적인 대한민국 - 일반적인 한국의 지니계수는 0.41로 OECD 36개 나라 중 33위다. 소득불평등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하고 복지급여(이전소득)을 지급한 후에 다시 계산한 지니계수는 정 반대다. 두 수치 간 감소분이 0.051포인트에 그쳐 가장 소득불평등이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된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누진적 과세와 복지지출을 보편적으로 높여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핀란드처럼 소득 없는 노인이 많은데도 북유럽 국가들의 세후 불평등 지표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세금과 복지지출로 불평등을 낮추는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는 증거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86세대가 지금 청년문제 ‘불평등’의 원흉인가 - 어떤 학자는 요즘 청년들의 어려운 삶이 86세대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기득권을 움켜쥐고 청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86세대에게 공통의 DNA가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 되는 부동산, 학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1960년대생 중 출세한 엘리트 집단 사람들은 극소수”라며 “한국 사회의 심각한 계급 불평등을 세대 불평등으로 감추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부의 세습’ - 저자는 한국사회를 ‘세대 전쟁’으로만 재단하려는 시각을 경계한다. 세대 담론은 부와 특권이 세습되는 계급사회의 현실을 감추는 위험한 장막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청년들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세대’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부’가 대를 이어 세습되는 불평등에 있으며, 결국 문제의 본질은 부가 세습되는 새로운 신분사회라는 것이다. 부유한 선진국 한국사회의 뒤편에는 그런 견고한 계급사회가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특권주의를 지적한다.

 

* 성장의 첫 단추 ‘농지개혁’과 ‘재벌’ - 농민들에게 가장 큰 소망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이었다. 3.1 운동 때 농민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해방이 되면 일제가 수탈한 땅이 자기 소유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이승만 정권이 농지개혁을 실시해 그 꿈을 이뤄주자 지주계급이 사라졌다. 국가가 추진하는 산업화에 저항할 지배계급이 사라진 것이다. 이 정권은 또 일제가 남긴 공장 등 이른바 ‘적산’을 민간에게 헐값에 매각한다. 이 과정에서 설립된 기업들이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대기업이다. 적산 불하라는 특혜를 통해 국가가 만든 자본자이기에 이들은 국가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 농민과 기업이라는 든든한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권위주의 정부는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미군정의 압박 등이 맞물리면서 이승만 정부도 여러 차례 경제개발계획을 수립 추진하게 된다.

 

*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 -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국가가 산업정책을 주도해 성장을 이끌었다. 단순히 경제에 개입하는 수준을 넘어 경제를 계획하고 산업정책을 수립해 성장을 주도했다. 1960년대에는 중소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공업 중심으로 산업화를 추진했지만 이내 서구와 일본을 따라잡는데 한계를 느끼고 19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을 추진하게 된다. 산업화를 본격 시작한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화학공업화 추진은 무리였다. 세계은행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목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안보를 위해 권위주의 정권은 전략적 결정을 내렸고 철강 전자 기계 조선 화학 부문에서 우리는 결국 해 냈다. 국가는 기업에 어떤 지원을 해주면 반드시 성과를 확인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출실적이었다. 성과를 내면 엄청난 이익을 준 반면 반대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빼는 것은 물론 퇴출시키기도 했다.

 

* 국민의 인내, 대기업의 노력 - 민주화로 권위주의 정권이 사라지자 재벌 대기업은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다. 특히 이들은 1990년대 들어 전후방 연계효과가 높은 ‘복선형 성장 방식’을 버리고 생산을 모듈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협력업체와 숙련된 노동자가 점점 덜 필요하게 된 것이다. 대신 기술개발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에 한국산은 가성비 높은 쓸 만한 제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저자는 대기업 성장이 국민의 엄청난 희생과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강조한다. 국내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국민투자기금법과 부가가치세 도입이 대기업 성장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도 엄청난 역할을 했음도 부정할 수 없다. 

 

* 국민소득 1만 달러 진입 때 복지지출 - 복지국가를 표방하지 않았던 미국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되기 한 참 전인 1960년에 이미 GDP의 10.9%를 복지에 썼다. 독일도 1980년에 이미 21.9%를 복지에 지출했고,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은 1975년에 15.6%를 썼다. 일본도 1980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었을 때 10.0%를 복지에 투입했다. 한국은? 1만 달러를 달성했던 1994년에 복지지출은 2.8%에 불과했다. 저자는 “그런데도 국민은 복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며 “참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 복지에 무관심한 나라 대한민국 - 저자는 “어쩌면 한국사회는 놀라운 성장을 하는 동안 개인과 가족의 안전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시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국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제공하는 것이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얘기다. 한국사회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서로 돕는데 인색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동의 비율도 점점 떨어지는 것을 보면, 한국인 다수는 정부가 강제로 방역을 위해 사업장 문을 닫아 생기는 피해도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한다. 저자는 “공적 복지의 확대 없이 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불평등을 낮추었던 우리의 놀라운 성공의 경험이, 이제와서는 서로 연대하지 못하게 장벽을 친 것”이라고 해석한다. 

 

* ‘낮은 세금’ 덕에 감세의 덫에 빠진 한국사회 - 권위주의 정권의 취약한 정당성을 보완하는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낮은 세금’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 소득세 납부자의 85%에 세금을 면제해 주는 파격 조치를 취한 이후 거의 모든 정권에서 낮은 세금은 마치 서구의 복지정책처럼 가계의 소득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국민 대다수인 중산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념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감세’는 정치인이 국민의 환심을 사는 만병통치약이 되었다.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 경험이 거의 없는 국민들에게 세금은 모든 악의 근원처럼 생각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지금도 ‘정부의 복지지출은 더 늘려야 하지만 세금은 더 낼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인 중 39%만이 정부를 신뢰한다는 OECD 발표도 그런 배경이다.

 

* 국가보다 민간보험사를 더 믿는 사회 - 2016년 기준으로 가계가 공적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에 낸 돈은 21.7조 원인데 반해 민간 생명보험사의 개인연금에 낸 돈은 무려 34.8조에 이른다. 보험도 사회보험보다 민간 생명보험을 더 선호한다. 건강보험이 보험료 기준으로 평균 175.8%를 국민에게 돌려주어 민간 생보사의 57.1%에 월등히 앞서고, 국민연금 수익률도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4.9%로 사실상 마이너스인 금융회사 퇴직연금 수익률을 앞서는 데도 그렇다. 그래서 복지 전문가들은 “만약 국민이 민간보험에 내는 돈을 사회보험에 낸다면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감기부터 암까지 치료해주고 노인빈곤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모두가 오랜 독재와 국민을 돌보지 않았던 국가의 모습, 공적 복지 없이 빈곤에서 벗어났던 경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 공적복지 확대 대신 투기를 부추기는 나라 - 문제는 민주화가 된 후에도 국가가 공적 복지를 확대하려는 노력 대신 사적 재산에 대한 투자(투기)를 부추겼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필수인 보유세 강화와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일관된 없는 부동산 정책도 큰 문제였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법과 부동산 규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미국과 영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0.12%의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려던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 정부에서 무력화되었다. 박근혜정부도 불로소득을 세금을 환수할 수 있는 개발이익환수제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보다 민간 금융상품을 더 선호하게 만든 것도 국가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개인연금에 세제헤택을 늘리고 주식투자를 장려했다. 민간보험에 대한 소득공제도 계속 늘어났다. 대통령이 나서서 주식투자를 장려하니 국민의 사적 자산축적이 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산을 축적한 계층이 중산층 이상 국민들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 역량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 - 저자는 “과거의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성장방식이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노동과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았던 경험이 ‘혁신’에 기초한 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진 실질성장률이 그 근거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1997년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낮다. 2015~202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2.7%인데 실제 성장률은 1.9%에 그쳤다. 2019~2020년은 2.5%대 0.5%로 더 심각했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총요소생산성에서 찾았다. 지난 20년 동안 노동투입요소의 잠재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50.0%, 자본투입요소는 33.3% 감소한 반면 ‘혁신’에 해당하는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59.1%나 줄었다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선진국 추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 축적된 숙련 상실에 ‘제논의 역설’ - 1980년대 말의 3저 호황이 끝나고 1990년대 들면서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과 점점 무관해 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주도형 성장방식은 국내보다 해외에, 사람보다 기계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 실제로 대기업이 숙련된 노동을 자동화 설비로 대체하자 대기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이 줄었다. 1993년부터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까지 1000명 이상을 고용한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18.5%였는데 2008~2011년에는 12.6%로 급감했다. 기업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하청, 비정규직, 파견 같은 외주화 밖에 없었다. 생산 외주화 과정에서 납품 중소기업에 대해 생산 비용 전가도 이뤄졌다. 그 탓에 중소기업 역시 임금을 억제할 수 밖에 없어 결국 중소기업 일자리는 점점 더 나빠졌다. 축적된 숙련이 혁신을 가능케 할텐데, 최첨단 설비로 기업들이 무장하자 그것이 상실되면서 선진국과의 격차 좁히기는 더욱 어려워 졌다. 거북이가 먼저 출발한 상황이라면(핵심소재부품을 계속 선진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빠른 토끼라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 정규직만을 위한 한국의 복지제도 - 저자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10%의 좋은 일자리와 90%의 나쁜 일자리로 나눠진 것이 한국의 성장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에 직장을 잃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사업자인데 고용보험 대상에서 이들은 배제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5.2%가 아예 고용보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정규직의 가입률이 2020년 8월 기준 84.8%인 반면 비정규직은 43.1%에 그쳤다. 2020년 12월 현재 실직 경험자가 정규직은 4.2%인 반면 비정규직은 36.8%에 이르는 것이 현실인데도 그렇다. 국민연금도 정규직의 94.2%가 가입한 반면 비정규직 가입률은 35.5%에 불과하다. 여기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2019년 12월 현재 0.38% 밖에 되지 않는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복지제도인 사회보험이, 실직해 소득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 고용상태의 노동자가 아닌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 성공이 만든 新(신) 신분사회 - 저자는 “성장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불평등을 완화했던 짧았던 개발국가 복지체제의 경험이 신화가 되었고 그 신화는 성공의 덫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성장제일주의, 낮은 세금, 공적 복지와 사적 자산 축적에서 나타나는 계층간 불평등으로 대표되는 ‘역진적 선별성이 강한 복지체제’가 고착화되면서 한국사회는 새로운 신분사회로 분열되었다고 말한다. 최상위 1등 국민은 안정적 고용과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다. 낮은 세금과 사적자본 축적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두 번째 계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을 보장받는지만 충분한 사적 자산을 축적하진 못했다. 중소기업의 정규직, 대기업의 정년 보장 못받은 노동자, 중간 규모의 자영업자 등이다. 세 번째 계급은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보험도, 축적된 사적자산도, 공공부조에서도 배제됐다. 네 번째는 공공부조의 엄격한 자격요건을 운좋게 통과한 소수의 극빈층,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들이다.

 

* 실패하면 끝, 그래서 공무원?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20대 청년의 7%에 육박하는 4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81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취업자의 8.1%에 그쳐 OECD 회원국 평균치인 17.9%에 한참 못 미친다. 실제 만들어진 일자리도 대부분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였다. 공무원이 매력적인 일자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청년을 자녀로 둔 많은 부모는 자녀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를 소망하면서도 정작 국가가 공무원을 늘리는 일에는 반대한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 사회적 민주화에 실패한 한국 - 저자는 한국의 민주화가 민주주의를 공전한 분배를 실현하는 ‘사회적 민주화’로 확장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정치에서 ‘분배’ 문제가 사라지자, 민주화 이후에 정당들은 특정 지역을 대표하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여성 노동력을 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한국사회에서는 이용가능한 모든 것이 성장을 위한 도구로 간주되었는데, 우리 같은 남성 지배국가에서 여성은 늘 필요에 따라 철저히 대상화하고 수단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온 남성조차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보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저자는 “우리의 비극은 사실은 그런 성공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 복지지출을 늘리면 행복해질까 - GDP 대비 복지지출을 보면 이탈리아와 덴마크가 28.0%로 같다. 그런데 빈곤율을 보면 남유럽 복지국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이 북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자나라지만 상대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저자는 “발전된 경제, 높은 사회지출,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다른 조건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복지국가 개념도 단순히 사회적 위험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영역에서 그 위험을 완화하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괜찮은 일자리를 공공부분에서 만드는 북유럽 -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 취업자 중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8.1%로 OECD 평균 17.9%에 크게 못 미친다. 북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공무원을 늘리는 이유는 공공부문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탈산업화 시대에 국민이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넬대학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혁신지수를 보면 스웨덴은 2위, 덴마크와 핀란드가 6위와 7위다. 공공부문에서 좋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제조업은 물론 산업서비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 국가가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니, 안정적 고용을 전제로 한 사회보험 같은 복지제도의 보편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 - 모든 개인이 존엄한 사회라면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 지출 비중이 OECD 두 번째로 높고, 정부가 지원한 6만 3000개 연구개발의 성공률은 무려 98%에 달한다. 실패하지 않고, 될 만한 것만 연구하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남들도 다 성공할 연구만 하는 셈이다. 저자는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가 되면 한국도 개인의 창의성에 기초한 진짜 혁신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북유럽 국가에서의 인재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길러진다”며 “이런 사회에서 혁신역량은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역량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정부지출의 최고 목적은 국민의 안정 보장 - 저자는 정부 지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정건전성 유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생활 보장이라고 강조한다. 튼튼한 복지국가를 제도화한 북유럽 복지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선진국들이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국민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19~2020년 한국의 국가부채는 6.5%포인트 증가에 그쳐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코로나 펜데믹 같은 엄청난 경제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게 문을 닫는데 국가가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리고 더 어려울 때를 대비해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공박한다.

 

* 지금 세금 올려도 될까? - 저자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능력껏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소득자들이 더 높은 비율로 낼 것을 주장한다. 우리는 한국을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로 만드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정작 스웨덴처럼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부가 먼저 복지를 확대해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에 동의하면 그때 세금 징수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국민들이 믿도록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세금을 올리려면 ‘20년 플랜’으로 - 저자는 증세를 하려면 20년에 걸쳐 4단계로 점진적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탄소세를 먼저 도입하고, 다음으로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과 기업에 세금을 걷는다. 다음은 사회보장세를 높인다. 이 때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으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가가치세를 인상한다. 북유럽의 25%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10%는 너무 낮다는 것이다. 다만 부가세가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이 걷는 역진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필요한 생필품의 부가가치세는 올리지 않는 방식이다. 저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정과 증세로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면 국민들은 실손보험, 생명보험, 개인연금 같은 민간보험에 별도로 가입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 ‘나’를 대표하는 정치 만들기 - 저자는 불평등과 빈곤이 한국사회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위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경제적 갈등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이해의 정치적 집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100% 선출하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정당명부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이 다양한 시민의 이해를 대변할 정치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결국 강한 비례대표제와 대통령중심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뽑는 방식도 지금처럼 다수 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방식 대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타협과 연대가 이뤄지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 잠정적 유토피아를 향해 - 성공의 덫에서 벗어나 우리가 더 좋은 사회로 가기 위해선 평범한 국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해를 대표하는 좋은 대표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경제에 기초한 나라, 노동자의 숙련이 자동화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나라, 수출과 내수가 균형 잡힌 경제에 기초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이 존엄한 개인으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나라, 끊임없이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변화하는 복지국가 말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정치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정치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자 끝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복지국가란 좋은 정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정치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결론 짓는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