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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바츨라프 스밀

입력 2021-10-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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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통계학의 대가이자 경제사학자이며 사상가이자 환경과학자다. 에너지와 환경 인구 역사 통계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왕성한 연구 및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이 책도 사람과 인구, 국가 문제에서부터 에너지 미래까지, 기술혁신과 행복해질 미래까지 다양한 분야를 무척 심도 있게 다룬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책의 원제 만큼이나 통계 뒤에 숨어있는 진실들도 매우 유익하다. 그의 방대하고 깊은 지식에 경의를 표한다.

 

 

* 합계출산율 1.5 이하면 ‘인구 반등’ 가능성 희박 - 산술적으로 여성은 평생 최대 24명을 출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 수준의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구 대체 출산율’ 2.1을 맞추기도 버겁다. 2000년 세계 평균 출산율이 2.6이었지만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그   이하인 나라에서 산다. 저자는 합계출산율이 1.7보다 낮지 않으면 향후 이 수치가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1.5 이하로 내려가면 반등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 든다고 전한다. 인구 감소를 예방할 유일하고 확실한 정책은 이민을 개방하는 것 뿐인데 대부분 나라에서 그런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 삶의 질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 ‘유아 사망률’ - 삶의 질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GDP(국내총생산)이나 1인당 가처분소득,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개발지수(HDI) 등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정상적으로 출생한 아기 1000명당 생후 1년 내 사망 유아 수인 ‘유아사망률’이 가장 강력한 삶의 질 측정 지표라고 주장한다. 훌륭한 의료 수준, 충분히 위생적인 생활 조건, 이용 및 접근이 유지되는 사회기반시설, 정부와 개인의 적절한 지출에 근거한 조건을 겸비하지 않고는 유아사망률을 낮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부자나라 가운데 일본 아일랜드 슬로베니아가 2명으로 가장 낮다. 미국은 6명인 걸 보면 높은 경제 불평등 탓이 커 보인다. 참고로 시에라리온은 81명, 소말리아는 69명이다.

 

* 백신 접종은 최고의 투자수익 - 2016년 미국 의료 전문가들이 게이츠재단의 지원을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1세기의 두 번째 10년, 이른바 ‘백신의 10년’ 동안 약 100곳의 저소득·중소득 국가 대상의 백신 접종 보급에 따른 투자수익이 엄청났다. 백신 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질병과 사망에 따른 의료 비용과 노동력 상실 및 생산성 저하 예방을 통해 16달러를 절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편익을 더 폭 넓게 해석한다면, 순 편익-비용이 2배나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홍역 예방은 투자수익이 58배로 가장 높았다. 백신 보급률은 고소득 국가의 경우 96% 수준으로 거의 보편화됐고, 저소득 국가도 2000년 50%에서 2016년에는 80%까지 높아졌다. 저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처럼 결국 백신이 질병을 통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 점점 커지는 평균 신장 - 키가 점점 커지는 현상은 20세기의 범 세계적 추세였다. 전 세계 발육부진도 중국의 빠른 개선 덕분에 1990년 40%에서 2020년에는 약 22%로 크게 줄었다. 키가 커지면서 놀랍게도 기대 수명도 늘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낮아졌다. 인지능력과 평생소득, 사회적 지위 역시 높아졌다. 20세기 들어 성인 여성이 평균 8.3cm, 성인 남성은 8.8cm 커졌다. 한국 여성은 20.2cm, 이란 남성은 평균 16.5cm나 커지며 20세기 남녀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일본 자료에 따르면 신체적 성장은 영양 공급과 절대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다.  일본은 전쟁기에, 중국은 세계적 대기근 시기에 키 성장이 멈추었다가 문제가 해결되자 다시 커졌다. 참고로 남성은 네덜란드 벨기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덴마크가 가장 크고, 여성은 라트비아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체코공화국 세르비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인간은 ‘땀’ 덕분에 가장 끈질긴 동물 - 저자는 인간이 ‘이족 보행’ 덕에 두 가지 큰 이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호흡 방법이다. 네 발 짐승은 앞 발로 충격을 흡수해 운동 주기당 호흡을 한 번 밖에 못하지만 인간은 이를 조절해 에너지를 한층 융통성있게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탁월한 체온 조절 능력이다. 뙤약볕 한낮에도 오래 힘껏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점은 땀이 분비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말과 낙타는 1시간에 1㎡의 피부를 통해 약 100g과 250g의 수분을 각각 배출하는데 인간은 500g 정도는 쉽게 흘릴 수 있다. 그 정도면 550~660와트 상당의 열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배출된 수분을 즉시 보충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일시적 탈수 현상도 상당한 정도까지 견딜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이 가장 빠르거나 효율적이진 않지만 남다른 ‘땀 능력’ 덕에 가장 끈질긴 동물이 되었다고  말한다.

 

* 행복하려면 카톨릭으로 개종하고 스페인어를 배워라? - 유엔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의 2019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핀란드가 2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행복점수는 1인당 GDP, 사회적지지, 건강한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에 대한 인식 등 6가지 요인을 기초로 산정된다. 순위에 어울리지 않는 흥미로운 결과가 주목된다. 폭행률과 살인율이 턱없이 높은 멕시코가 프랑스를 앞섰다. 과테말라가 사우디를,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가 쿠웨이트와 일본보다 앞섰다. 심지어 한국보다 에콰도르가 앞 순위다. 저자는 이들이 모두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고 그 때문에 카톨릭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행복하려거든 카톨릭으로 개종하고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라”고 말한다. 신의 가호를 빈다는 말과 함께. 

 

* 점점 늘어나는 ‘메가시티’ - 2007년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첫 해였다. 2016년 유엔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가 512곳에 이른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도 31곳에 달한다. 세계 최대 도시 도쿄는 수도권 지역까지 4500만에 이른다. 20곳의 메가시티가 아시아에 있다. 문제는 메가시티도 삶의 질이란 기준에서 보면 상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은 비좁고 교통은  늘 말썽이다. 대기 질과 수질도 문제다. 아프리카의 메가시티는 법치가 실종된 곳도 적지 않다. 유엔은 2030년까지 메가시티가 10곳 더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아마다바드와 하이데라바드를 비롯해 6곳이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와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 앙골라의 루안다가 후보지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콜롬비아의 보고타가 유력 후보지다. 

 

* ‘브렉시트’ 영국, 무엇으로 살 것인가 - 영국은 수세기 전부터 식량을 자급하지 못했다. 수입의존도가 최근에는 40%에 이른다. 식량의 4분의 3을 유럽연합에서 수입한다. 북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한 덕분에 얻었던 ‘에너지 순수출국’ 지위는 2003년에 이미 내려 놓았다. 지금은 천연가스 등 1차 에너지의 30~40%를 수입한다. 2018년 제조업의 GDP 비중은 9%에 불과해 서구 세계에서 공업화가 가장 뒤쳐졌다는 캐나다보다도 뒤진다. 1인당 GDP도 아일랜드의 평균치를 조금 웃돌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저자는 “한마디로 영국은 한물 간 강대국”이라고 깎아 내린다. 그러면서 “이제 영국이 유일무이함을 주장할 것이라곤 골칫덩이 왕족, 지나치게 많은 하인들이 바글대는 음침한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TV용 시대극의 수출이 전부인 듯하다”고 꼬집는다.

 

* 점점 역동성이 떨어지는 중국 - 세계 1위를 향한 중국의 여정은 1978년에 시작되었다. 구매력평가지수를 기준으론 이미 미국을 앞선 중국이 명목 GDP에서도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저자는 그러나 GDP와 벼락부자의 수는 중국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호도하는 수치라고 지적한다.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극단적으로 심각한 대기오염 때문에 호흡기와 심장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며 기대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수질오염도 고질적이고 인당 경작지는 인도보다 적다. 전체 석유 소비량의 60%를 수입해야 한다. 인구가 밀집한 해안가에  많은 핵 원자로를 서둘러 짓고 있다. 빠른 고령화 탓에 인구통계학적으로 중국의 이점은 이미 악화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2010년에 정점에 올랐다가 낮아지면서 중국의 산업적 역동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 인도와 중국의 과제 ‘출산율 낮추기와 식량자족’ - 인도가 빠르면 2023년 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되겠지만 경제력에서도 중국에 도전할 정도가 될 지는 의문이다. IMF에 따르면 2019년 추정치로 중국의 명목 GDP는 4.1조 달러로 2.9조 달러인 인도 보다 5배가 많다. 구매력평가지수로 환산한 1인당 평균 GDP 역시 중국이 2만980달러로 9030달러 인도의 2배다. 저자는 그러나 인도와 중국이 똑같이 부패에 찌들었다고 비판한다. 부패인식지수(CPI)가 똑같이 180개국 중 80위다. 다만 인도의 경우 최첨단 기술이 국내외 첨단 기업 리더를 키워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무지막지한 인터넷 검열과 흉포한 감시에 쓰는 중국과 다르다고 말한다. 인도와 중국의 최대 우려점은 핵 충돌 가능성이다. 핵무기를 보유했으면서도 히말라야산맥 주변의 영토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어떤 구속력 있는 조약도 아직 맺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 합계출산율을 최대한 빨리 낮추는 것이다. 식량 자급자족 유지와 종교 갈등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 제조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 제조업이 세계경제 생산에 기여하는 비중은 1970년 25%에서 2017년에는 16% 밑으로 떨어졌다. 제조업은 나라의 경제 건전성 유지에 여전히 중요하다. 제조업만큼 적정한 임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4대 경제대국이 4대 제조업 강국이다. 이들이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60% 가량을 책임진다. 2018년에 중국이 30%, 미국이 17% 정도다. 1인당 제조업 가치로는 독일이 1위였다. 그런데 현재 제조업 최강국은 아일랜드다. 13.5%의 낮은 법인세 혜택에 애플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등 수십 곳의 다국적 기업이 들어와 제조 수출 물량의 90%를 담당한다. 공산품 수출비중이 90% 이상인 나라는 중국 아일랜드 체코 이스라엘 한국이 있다.

 

* 현대사회를 만든 1880년대 - 20세기 말과 21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전례 없이 많은 중대한 발명이 있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발전은 과거의 두 가지 핵심적 발전, 즉 전기와 내연기관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발명이 이뤄진 때는 이 두 기술이 발명된 1880년대라고 단언한다. 이 때 토머스 에디슨의 첫 발전소, 수력 전기, 금전 등록기, 동전 자동판매기, 4행정 내연기관, 코카콜라 원액 배분 공식, 볼펜, 시내 전차, 회전문, 전기 엘리베이터, 그리고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 등 경이로운 발명품이 나왔다. 저자는 1880년대에는 발한 억제제, 저렴한 인공조명, 엘리베이터, 전자기장 이론 등 그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 들이 발명되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고 강조한다.

 

* ‘성공적인 실패’ 핵 발전 - 저자는 핵 발전이 ‘성공적인 실패’라고 평가한다. 2019년 가동되는 원자로는 449기이며 53기가 건설 중이고 이들 원자로 다수의 설비 이용률은 90% 이상일 만큼 성공적이다. 1년 평균 잠재적 발전량은 태양전기와 풍력발전용 터빈의 발전량의 합 보다 2배 이상이다. 실패한 부분은 ‘충족되지 않은 기대’에 있다. 핵분열로 전기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는 1980년대 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부자나라에서 전기 수요가 줄고 있는데다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등 큰 사고로   안전문제가 증대되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비용은 급등했고 사용 후 핵연료 처리방안도 아직 미완성이다. 가압수형 원자로보다 안전하고 값싼 원자로의 교체도 아직 성공 못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은 원전 완전 해체에 돌입했고 프랑스 조차 줄이는 중이다. 원전 비중은 1996년 18%까지 올랐다가 2018년에 10%까지 떨어졌다. 저자는 한층 개량된 원자로 설계와 핵폐기물 저장에 대해 단호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 화석에너지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정한 ‘풍력 발전’ - 저자는 “풍력 발전용 터빈이 이용하는 바람이 공짜이고 청정에너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기계 자체는 순전한 화석 에너지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풍력 전기가 2030년경 전 세계 수요의 25%를 공급한다면, 35%라는 높은 평균 설비 이용률을 가정하더라도 2.5 테라와트를 풍력으로 생산하려면 4억 5000만 톤의 강철이 필요하다. 송전탑과 전선, 변압기 제작용  금속을 빼고도 그렇다. 2030년쯤 풍력용 터빈에 필요한 강철을 제작하려면 6억톤이 넘는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제작 설치 유지 보수를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는 게 문제다. 5메가와트급 풍력용 터빈에는 60m의 날개 3개가 달리는데, 수지는 탄화수소에서 얻는 에틸렌으로 만들고 그 탄화수소는 나프타 분해의 산물이거나 액화석유가스 혹은 천연가스의 에탄이다. 친환경과 고효율을 위해 플라스틱 복합제나 발사나무로 275미터 날개를 제작하는 혁신 기술 개발도 방법이지만 안정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풍력용 터빈은 간헐적으로만 전기를 만든다. 

 

* 기대보다 너무 더딘 태양광발전 - 태양전지의 전력밀도는 어떤 형태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변환한 경우보다 높다. 이미 연평균 ㎡당 10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바이오연료보다 월등하다. 변환 효율이 향상되고 햇빛 추적능력까지 개선되면 연간 설비 이용률이 20~40%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게 문제다. 본격적인 태양광발전은 태양전지판 가격이 크게 하락한 후에야 가능해졌다. 2000년 0.01%에도 못 미쳤던 전 세계 전기 공급비중이 2018년에 2.2%까지 높아졌을 뿐이다.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2030년에는 10%까지 상승하겠지만 아직은 수력발전과 경쟁하기엔 미미하다. 그럼에도 햇빛은 최고의 에너지원임을 부인할 순 없다. 

 

* 전기를 저장할 더 큰 배터리가 필요하다 -  양극에는 리튬화학물을, 음극에는 흑연을 배치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오늘 날 가장 흔한 전기 저장장치다.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지만 장기간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하기엔 아직 부족해 저장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나트륨 유황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뜨거운 액체 금속이라는 불편한 전해액을 이용해야 한다. 압축공기와 플라이휠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장치는 중소형이다. 태양광에서 얻은 전기로 전기분해한 물로 수소를 얻어 다목적 연료로 사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수소 기반 경제가 금방 이뤄지기는 어렵다. 1890년에 도입해 현재 세계에너지 저장용량의 99%를 차지하는 양수식 발전에 당분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25% 가량의 에너지 손실은 필연이다. 발전소 인근 가파른 급경사나 골짜기 근처에 조성된 메가시티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높은 에너지밀도, 대형이면서 값도 저렴함 전기 저장장치가 미래의 과제다.

 

* 친환경 전기 컨테이너선은 불가능할까 - 노르웨이의 마린 테크니크가 설계한 야라 비르켈란호는 최초의 전기 컨테이너선이다. 2021년에 운항될 예정인데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 더구나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상업용 선박이다. 이 배는 120개 TEU만을 운반하고 운항 속도는 6노트에 불과하다. 아직은 가장 긴 항로도 30해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오늘날 최상급 상업용 리튬 이온 배터리를 컨테이너선에 설치할 경우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한 달 운항하는데 무려 10만톤의 배터리를 설치해야 한다. 배터리만으로 최대 화물 적재량의 40%를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제적 관점에서 전기 컨테이너선은 선박 자체를 충전하고 운항할 때의 어려움을 배제하더라도 파괴적인 제안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에너지 밀도가 현재의 최상금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0배나 높은 배터리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가 무척 어렵다. 지난 70년 동안 4배 성장에 그쳤으니 말이다.

 

* 신재생 에너지 늘어도 전기요금은 더 빨리 올라 - 미국은 부유한 나라들 가운데 가정용 전기 요금이 가장 싼 편이다. 현재 환율로 보면 유럽 평균치의 약 55%, 일본 평균치의 약 절반, 독일 요금의 40% 이하다. 태양전지의 극적인 가격 하락이나 풍력용 터빈의 경쟁력있는 가격 정책 등을 보면 전기요금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독일은 2015년 태양광과 풍력이 생산한 전기량이 84기가와트로 전체 화석연료 발전소 전기량을 넘어섰고 2019년 3월에는 총 전기량의 20%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킬로와트당 한 시간에 0.29유로로 18년 동안 2배 넘게 올랐다. 유럽대륙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발전량의 41%를 풍력에 크게 의존하는 덴마크의 전기 요금은 0.31유로로 유럽연합 내 최고다. 미국 캘리포니아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기요금은 미국 평균치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다.

 

* 에너지 전환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 - 세계 에너지 공급원의 탈 탄소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환 속도가 너무 더디다. 오히려 탄소 사용량은 늘고 있다. 제1차 유엔 기후변화 기본협약이 열렸던 1992년 화석연료는 세계 1차 에너지의 86.6%였는데 25년이 지난 2017년에도 85.1%로 고작 1.5%포인트 밖에 줄지 않았다. 2050년까지 탄소계 화석연료 사용을 제로에 가깝게 떨어뜨리겠다던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25~30년 동안 1차 에너지의 80%를 비탄소계 대체제로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방법은 세계경제가 붕괴하거나, 현재의 능력을 넘어서는 규모와 속도로 새 에너지원을 채택하는 것 밖에 없다. 아마도 앞으로 수십 년은 더 걸릴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전기자동차가 오히려 덜 친환경적 - 전기자동차의 열렬한 지지자들도 전기자동차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은 거의 지적하지 않는다. 전기자동차가 탄소 배출을 줄여 온난화 정도를 최소화하려면, 동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를 화석연료를 연소해 얻는 전기로 충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 평균값을 보면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전기의 5분의 3 이상을 화석연료로 발전하다. 인도나 중국, 폴란드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자동차는 거의 석탄발전자동차다. 전기차 자체를 제작하는 동안에도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아서 D. 리틀 추정에 따르면 자동차 수명을 20년으로 가정할 경우 전기자동차가 전통적 자동차보다 3배 많은 독성을 남긴다. 전기 자동차 제작에 중금속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은 물론 담수 생태계에도 훨씬 안 좋은 일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용납할 수 없는 규모의 음식물 쓰레기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연간 평균적으로 뿌리 작물과 과일 채소의 40~50%, 어류의 35%, 곡물의 30%, 식물류와 육류 그리고 유제품의 20%가 버려진다. 수확한 식량의 3분의 1 이상이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극빈 국가에서는 저장 방법이 변변치 않아 그렇다. 부자 나라에서는 과잉 생산-실제 소비 간 격차 탓이다. 미국인은 하루에 실제 섭취 열량이 1인당 약 2100㎉다. 1인당 공급량 3600㎉에서 이를 빼면 인당 1500㎉가 남는다. 미국에서 공급되는 식량의 약 40%가 버려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0%도 음식물 쓰레기가 원인이다. 식량을 덜 생산하고 현명한 소비로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식량을 더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길이다. 

 

* 점점 사라지는 지중해식 식사법 - 미국 생리학자 앤셀 키스가 발표한 지중해식 식사법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일부 암의 발병률을 10% 기량 줄여주고 제2형 당뇨를 예방하는 효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식사법은 빵 쌀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고 콩류와 견과류 및 유제품, 과일과 채소, 해산물과 더불어 올리브유를 가볍게 조리한 계절 식품을 보충하는 것이다. 설탕과 육류도 약간 포함된다. 특히 많은 양의 포도주를 곁들인다. 2013년 유네스코는 이 식단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리고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을 관련 국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식사법은 이제 멀리 떨어진 일부 해안이나 산간벽지에서나 이뤄진다. 소득이 늘면서 육류와 지방, 당분 섭취가 늘고 있다. 맞벌이가 늘면서 인스턴트 식품 의존도도 높아진다. 비만율 증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 ‘닭’의 비정상적 생산체계 - 닭고기 소비량이 2010년에 쇠고기를 따라잡았다. 2018년에는 전체 육류 소비량의 36%를 차지하며 쇠고기보다 거의 20%포인트나 높아졌다. 껍질을 벗긴 닭 가슴살 100g에는 1g의 포화지방이 있지만 콜레스테롤은 오히려 더 많다. 닭고기 소비가 증가한 더 큰 이유는 싼 가격에 있다. 식육용으로 기르는 닭 ‘브로일러’ 만큼 가축화한 육상 동물도 없는 점도 강점이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의 무게가 닭이 60%, 돼지고기가 53%, 쇠고기가 40%다. 정상 환경에서 자란 닭은 수명이 최대 8년이다. 하지만 양계업자들은 이를 7주 이내로 단축하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닭의 신체구조를 왜곡해 왔다. 이렇게 대량생산되는 브로일러가 10~20년 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에 올라설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 영양과 건강을 잡을 합리적 육류소비 방법은 - 국가별 기대수명과 1인당 평균 육류 섭취량을 보면 일본 스위스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등 장수국일수록 소비량이 많다. 저자는 현재 40-37-23%인 돼지고기-닭고기-소고기 생산 비율을 40-50-10%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료를 고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떨어지는 쇠고기 생산을 줄임으로써 곡물 사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1인당 하루 평균 고기 섭취량이 80g, 연간으로 29kg으로 줄었다. 저자는 영양학적으로 고기에 단백질이 25% 함유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25~30kg의 고기 섭취로 하루에 완전 단백질 20g을 섭취하는 것이 환경 부담도 줄이면서 건강과 장수를 챙기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 지구는 소를 위한 행성인가 - 유엔 식량농업기구 추정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 약 15억 마리의 소가 있다. 암수와 연령을 고려한 평균 체중을 400kg이라고 가정하면 살아있는 소의 총동물량은 약 6억 톤에 이른다. 사람 1인당 평균 몸무게를 50kg 정도로 계산하면 지구 총인구 77억 5000만명의 2020년 기준 총인류량은 대략 3억 9000만 톤이다. 2050년이면 총 인구수는 90억명, 소는 20억 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두 종을 합한 생물량이 지구에 가하는 압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얘기다. 

 

* 코끼리의 죽음 - 아프리카코끼리는 세계 최대의 육상 포유동물이다. 수컷 체중이 6000kg이 넘는다. 갓 태어난 코끼리도 100kg에 이른다. 사하라사막 이남에 많이 서식했었는데 이제는 100만 마리를 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모두 상아를 향한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19세기 동안 5500톤, 20세기 동안에는 적어도 4만 톤의 상아가 아프리카 밖으로 유출되었다고 한다. 1200만 마리 코끼리가 살육됐다는 얘기다.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다. 현재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코끼리는 35만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은 2017년부터 상아무역과 가공 행위를 완전히 금지시켰다. 하지만 학살을 멈출 경우 코끼리 개체 수의 과잉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 별 대안 없는 ‘탄소와의 전쟁’ - 스웨덴의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100년 전에 “이산화탄소의 대기 수준이 2배로 증가하면 중위도의 평균 온도가 섭씨 5~6도쯤 상승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최근 컴퓨터 계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1800년부터 2000년까지 200년 동안 인구는 6배 늘었는데 화석연료가 대기에 내뿜는 탄소량은 650배나 증가했다. 21세기 들어 의미 있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나 지금도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난제는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십억 인구를 가난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다. ‘현대문명의 네 기둥’이라 할 암모니아와 강철 시멘트 플라스틱은 앞으로도 수십 년은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체물은 아직 없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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