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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50세에 영업 시작한 홍성모 이사 "나이는 무기…정년 없이 일할 것"

[나이를잊은사람들] 홍성모 하나금융투자 영업부 이사 인터뷰
50세 증권사 영업 시작…8년째 고객과 손편지·믿음 주고받아

입력 2015-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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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하나금융투자 영업부 이사가 고객에게 전화해 상담하고 있다.

  

자기 고객을 동반자로 여기는 금융맨이 있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같이 갑시다”라고 손을 내미는 타입이다. 홍성모(58) 하나금융투자 영업부 이사의 얘기다. 

 

홍 이사는 50세에 본격적으로 금융투자회사 영업을 시작했다. 다른 회사에서, 어느 부서에서도 남다른 성과를 냈다. 그러던 그가 중년이 돼서야 영업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 홍 이사는 “영업이야말로 정년 없이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나금융투자 본점 영업부에서 일한지 8년 됐습니다. 그 전에는 잠시 다른 회사에 몇 년 가 있었고 다른 부서에도 죽 있었죠. 그런데 영업을 하는 게 제가 오래 일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어요. 이 일은 고객만 있으면 계속해서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으니까요.”

 

홍 이사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투자 상품을 분석해 고객에게 추천한다. 개인 고객이 주로 펀드에 많이 가입하는데 홍 이사는 이 과정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의 투자 목적이나 투자 성향 등을 파악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해야 하잖아요. 제 고객 중에는 직접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펀드에 가입해서 투자하는 사람도 있죠. 제 업무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투자 상품을 골라 고객이 가입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이런 펀드가 있는데 이것을 가입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 상품 특징은 뭡니다. 기대 수익률은 얼마 정도 됩니다. 투자 위험은 어느 정도 입니다.’ 이렇게 고객 상황과 투자 목적, 성향에 맞춰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죠.”

금융투자회사에서는 수많은 상품을 판다. 개인 투자자가 그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분석해서 적정한 상품을 고르기 쉽지 않다. 90여명의 투자자가 홍 이사의 도움을 받아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

홍 이사와 그의 고객은 서로 믿는 관계다. 아무리 믿어준다 한들 시장 상황이 전체적으로 안 좋을 때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믿음이 있으면 관계는 물론 수익률 회복이 가능하다.

“어떤 한 투자자의 경우 위험자산에 많이 쏟아 붓는 성향을 갖고 있었어요. 지내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고객은 다양한 상품에 아주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죠. 최근 1~2년 동안 주식시장 여건이 어려웠잖아요. 제가 많이 날렸어요. 보나마나 많이 손해 봤을 텐데 저를 믿고 잘 따라줬습니다. 시간이 지나 손실이 크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 기분이 아주 좋아요. 기억에 남죠. 지금은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서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 눈을 돌리는데요. 투자 상품 고르기 쉽지 않고 판단을 잘못하면 손해 볼 위험이 커요. 저는 고객이 손해 안 보게 최대한 관리하려 합니다.”

고객의 투자 수익률이 높을 때 가장 기쁜 만큼 수익률이 잘 안 나올 때에는 가장 마음이 아픈 홍 이사다. 투자 상품을 골라 권유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손실이 발생할 때 미안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홍 이사는 아쉬운 마음에 판단을 반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은 투자 권유를 위해 공부를 계속한다.

홍 이사의 고객 관리는 일상적인 일이다. 고객에게 자주 전화 걸어 어떤 근거로 이 펀드를 권유했는지, 수익률이나 위험도가 잘 지켜지는지 중간 진행 상황을 설명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운용되면 고객이 펀드를 해지하도록 말하기도 한다. 사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수익률이 몇 %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이 난 이면에는 어떻게 그 만큼의 수익률이 났느냐,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엄청난 위험을 짊어지고 난 수익이라면 그 펀드는 바람직한 게 아닙니다. 저는 펀드 운용을 점검하면서 원래 목적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데요. 수익이 난 경과와 전망을 얘기해주면 고객이 가장 좋아합니다. 어떨 때에는 기대 수익률이 아주 낮을 수도 있어요. 요새 같을 때에는 어디 투자해서 수익 내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잖아요. 차라리 기대 수익을 낮춰 안전하게 가는 것이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설명하면 고객이 안심하고 제 말을 받아들여요.”

홍 이사는 고객에게 편지도 즐겨 쓴다. 전화로 다하기엔 내용이 너무 길거나 정리가 안 될 때 편지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써내려간 편지에 고객이 감동 받는다고 한다.

“저는 고객에게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요. 통화해서 전하기엔 말이 다 정리되지 않는 수가 있으니까요. 편지로 해두면 고객이 두고두고 읽을 수도 있고요. 펀드 가입 전 처음 설명하는 것보다 가입 이후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연락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상품 약관이나 고객이 알아야 할 주요 사항, 위험도를 손으로 직접 적어서 고객에게 보냅니다. 몇십 쪽 되는 약관을 고객이 다 읽기 어렵잖아요. 가장 필요한 부분을 요약해서 적고 거기에 제 의견을 써서 전하죠.”

이 정도 되니 홍 이사 본인의 재테크 방법이 궁금하다. 그의 기본 투자 철학은 ‘고객과 같이 갑시다’다. 홍 이사는 그럴수록 고객이 더 믿고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고객한테 권유하는 펀드에 같이 들어가요. 그럼 고객들이 더 좋아하죠. 저는 다른 데 투자한다고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저도 못 할 것을 남한테 권유해서도 안 되잖아요. 어떤 고객은 저한테 같이 투자했냐고 물어보는데요. 저도 했다고 답하면 만족스러워하죠. 고객과 이해관계가 같으니까 펀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하기에도 좋아요.”

홍 이사에게 나이는 무기다. 노련함이 뒷받침돼서다. 비슷한 또래의 고객을 상대하는 데 나이만큼 믿음을 줄 만한 것도 없다는 얘기다. 나이 들어 공부하기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은퇴 앞둔 사람에게 도전할 것을 권했다.

“은퇴 앞둔 사람이 공부해서 도전하기 좋은 일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쌓아놓은 자산을 어디 직접 투자하기 마땅치 않은 상황이거든요. 은행에 돈 맡겨 이자로 생활하기도 어려워졌죠. 그럴수록 펀드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합니다. 거기서 내가 성실하게 고객 입장에서 투자 상품을 권유한다면 고객도 무궁무진하게 창출할 수 있는 거예요. 저처럼 은퇴 시기에 있는 사람이 하기 좋은 일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여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식산업입니다.”

홍 이사의 정년은 따로 없다. 고객이 다하는 날이 그의 정년이다.

“고객이 있는 한 저는 계속 그들과 같이 갈 겁니다. 아직까지 저와 함께 하는 그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글·사진=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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