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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파격, 파격, 파격… 30년 만에 막오른 광기 여인들의 잔혹극

[Culture Board] 윤여정 '죽어도 좋은 경험' 31년 만에 개봉

입력 2021-07-14 18:00 | 신문게재 2021-07-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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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필름웍스
윤여정을 제외한 배우들의 존재감도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이다.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의 한 장면.(사진제공=블루필름웍스)

 

“이제 니가 죽여 줄 차례야.”

故김기영 감독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가 맞다. 그의 유작으로 15일 개봉한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는 30년 전 영화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이 파격적이다. 지금은 흔한 설정이 된 교차살인에 대한 단상이 가속화 된 도시 속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5년 째 아이가 없는 명자와 남편에 의해 아들을 잃은 여정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명자는 잘 나가는 남편이 결혼 전 만난 술집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린지 모르고 있다.

애 셋이 딸린 마담인 길녀는 사귀던 남자가 결혼을 한다고 하자 정관 수술을 시키는 조건으로 기꺼이 첩이 된다. 명자와 여정은 우연히 운전면허 학원에서 만나며 친분을 쌓게 된다. 그곳에서 길녀는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명자를 골탕먹이다가 여정에게 들키고 셋은 진정한 파국으로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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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100분.(사진제공=블루필름웍스)

 

고작 30년 전 설정인데 부부강간과 가정폭력의 수위가 꽤 높다. 김기영 감독은 당시 막 건설된 올림픽 대교의 기괴한 마찰음을 통해 명자와 여정 부부의 균열을 보여준다. ‘죽어도 좋은 경험’은 특히 40대였던 배우 윤여정이 내뿜는 그로테스크함을 만끽할 수 있다.

사고지만 아들을 잃게한 남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캐릭터를 단 한번의 노출신 없이 탁월하게 그려낸다. 제대로 된 베드신과 동물적인 성욕에 휩싸인 역할은 명자와 남편들의 몫이다.

결말 역시 다른 영화와 차원이 다르다. 파격적인 동시에 당시의 사회상이 가진 보수적인 관념들을 제대로 관통한다. 감독은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개봉을 하지 않고 ‘죽어도 좋은 경험’을 봉인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완성도라는 게 이유였다.

어쩌면 그의 페르소나였던 윤여정도 이 영화가 다시금 세상에 나오는 걸 반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청소년관람불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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