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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시의적절하게 통쾌하다… 영화 '액션 히어로'

[Culture Board] 신박한 B급영화 '액션 히어로' 21일 개봉

입력 2021-07-21 19:00 | 신문게재 2021-07-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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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액션히어로1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출신으로 추정되는 차 교수에게 배달된 협박편지.(사진제공=(주)트리플픽쳐스)

 

영화도 제목대로 가는 걸까. 

영화 ‘액션 히어로’를 보면 한국 액션의 현주소가 보인다. 총 제작비의 뒤에 0이 하나 더 붙은 상업영화 못지 않은 완성도다. 아니, 그 이상의 합이 이 영화에 녹아있다. 시작은 B급무비지만 그 안에 함축한 주제는 꽤 시의적절하다. 얼마전 막을 내린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 배우상을 비롯해 4관왕을 거머쥔 이유가 있달까.

영화는 액션 배우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 주성의 꿈에서 시작된다. 초반 5분에서 드러나는 주성의 현란한 발차기만 보더라도 흡사 류승완 감독의 초기작에서 보였던 날 것 그대로의 패기가 느껴진다. 수십명의 악당을 처단하고 막 여주인공을 구출하려는 찰나 오답을 누르면 터지는 폭탄을 발견하는 주성.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문제다. 칼과 도끼, 무술 유단자까지 이겼지만 틀린 답을 누르는 바람에 여주인공은 죽고 그는 꿈에서 깬다.

초반부터 실소를 자아내는 설정은 주인공의 전공이 사회복지학과라는 지점에서 웃음의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파안대소보다 입꼬리를 실룩거리게 만드는 묘한 잔재미가 ‘액션 히어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어쨌든 연극영화과 청강생으로 들어간 그는 그곳에서 아웃사이더인 찬열과 함께 조별과제를 하다가 우연히 담당 교수에게 도착한 협박 편지를 읽게 된다.

뒷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 시키지만 아무도 처벌 받지 않았고 들어온 당사자마저 당당한 과의 이상한 전통(?)을 알게 된 것. 대대로 성적조작은 조교의 몫으로 차 교수는 특정 학생의 점수를 표시해 두면 되는 거였다. 시급 8000원을 받으며 교수의 시녀나 다름없는 조교로 일하는 선아는 과거 ‘액션 히어로’라는 졸업작품에서 남다른 발차기를 선보였던 전설의 선배였다.

주성은 10년째 학교와 아르바이트, 기숙사를 오가며 꿈을 잃어버린 선배를 보고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먹이사슬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조롱한다. 캠퍼스 안의 카페에서 진상을 부리는 손님은 이사장의 조카라는 이유로 알바생을 하대한다. 학생들에게 신적인 존재인 교수는 학과장에게 쩔쩔 매고 기세 등등한 학과장은 이사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존재다.

영화 액션히어로
91분의 러닝타임은 ‘액션 히어로’가 가진 또다른 장점이다.(사진제공=(주)트리플픽쳐스)

 

관객은 협박편지를 쓴 주인공이 이런 먹이사슬에서 벗어나 치킨집을 열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학원생에게 3000만원의 프랜차이즈비용을 요구한 치킨집 사장은 “하루에도 10명씩 분점을 내자고 한다”는 공수표를 날린다. 꼰대스럽게 대학원생이 왜 치킨집을 하려는지에 대한 질문도 잊지 않는다. 범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학원 나왔으니까 치킨집하는거죠”라는 말로 MZ세대의 현주소를 읊는다.

영화는 청강생과 아웃 사이더라는 캐릭터를 통해 주류가 아니기에 기꺼이 할 수 있는 ‘액션’에 집중한다. 이들이 조별 과제로 찍은 영화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학교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긴다. 그렇다고 ‘액션 히어로’가 마냥 해피 엔딩은 아니다. 사회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조교인 선아가 학교를 자퇴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자 전설의 선배가 출연한 ‘액션 히어로’의 감독이 누군지 밝혀지는 순간 이 작품이 날리는 결정적 한방은 제법 세다.

비리 교수로 나오는 김재화와 찬열 역할의 이세준의 열연은 너무 천연덕스러워 경이로울 정도다. 같은 과 동기이자 조교로 나온 이주영과 장인섭의 케미스트리는 또 어떤가. 상은 주성 역할의 이석형이 받았지만 이들이 없었더라면 결코 빛날 수 없는 별이었을 것이다. 21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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