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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보는 내내 사금파리가 박힌듯 아프다… 영화 '최선의 삶'

[Culture Board] 10대 소녀들의 방황과 끝 다룬 '최선의 삶'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인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스크린에 옮겨

입력 2021-09-01 19:00 | 신문게재 2021-09-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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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영화의 엔딩즈음,비극의 서막을 알리는 영화 ‘최선의 삶’의 한 장면.(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너무 적나라해서 불편한 영화가 있다. 영화 ‘최선의 삶’이 그렇다. 영화는 출판과 동시에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각종 유명인들에게 ‘인생책’이라 불렸던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제는 충무로 주류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감독의 기발함은 ‘최선의 삶’에서도 여실히 빛난다.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이우정 감독이 연출을 맡고 가수에서 배우로 자리매김한 방민아(강이)를 비롯해 믿고 보는 배우 심달기(아람), 무서운 신예 한성민(소영)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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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나서 다시 보면 섬뜩한 영화 포스터.강이는 품안의 가방에 무엇을 넣고 다녔을까.(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20대 배우들이 선보이는 실감나는 10대 소녀 연기는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또래보다 월등한 성적을 무기로 일탈을 일삼는 소영은 학교와 집안에서 자신을 눈감아주는 상황을 즐긴다. 

 

매사에 낙천적이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람과 타고난 결핍을 숨기지 못하는 강이는 그렇게 삼총사가 돼 질풍노도의 시기를 버틴다.

 

영화는 강이를 화자로 등장시키지만 그는 전면에 나서는 캐릭터가 아니다.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아람과 그들의 리더로 군림하는 소영을 그저 바라만 본다.

 

현상유지만이 최선임을 강이는 본능적으로 아는 아이다. 그렇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불붙는 강이의 분노는 러닝타임 내내 외줄을 타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우정으로 시작한 ‘최선의 삶’은 가출, 왕따, 폭력, 가족의 무관심을 넘어 성매매와 동성애 그리고 살인으로까지 치닫는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은 강이를 거리로 내몰았지만 친구가 주는 배신감은 그를 괴물로 만든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위로’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최선의 삶’은 상황과 시대는 달라도 10대를 관통했던 ‘상처’에 집중하는 영화다. 또래에서 느끼는 양육강식의 피라미드는 사회에 나와 겪는 공포와는 결이 다르다. 그 당시 어른들은  비겁함의 결정체이자 무늬만 선생과 부모였고 알면서도 모른채 하는 악마였음을 ‘최선의 삶’은 간과하지 않는다. 동시에 어느새 성인이 된 관객들에게 ‘과연 너는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잊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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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한 장면.(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그 묵직한 주제에 눈을 못 떼게 만드는 건 순전히 배우들의 몫이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라는 걸 재확인 할 정도로 불안한 영혼 강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방민아는 시종일관 화면에서 펄떡인다.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심달기의 여고생 연기는 ‘최선의 삶’의 중심추다. 그는 친구들과의 집단가출에서 당당히 생계를 책일질 정도로 희생을 감수하지만 뭔가 2% 부족한 아람 역할로 영화의 무게를 잡는다.

 

‘반에 저런 애 한명은 꼭 있었지’ 싶은 여왕벌 소영 역할의 한성민은 올해의 발견에 가깝다. 더운 여름날 반지하 단칸방에서 더위를 버티는 그의 신경질과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맞물린 에로틱함은 원작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질 정도다. ‘최선의 삶’은 오는 9월 1일 개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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