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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영화 봐야 그나마 '덜' 속는다! '보이스'

[Culture Board] 영화 '보이스', 보이스피싱 수화기 뒤편의 세계

입력 2021-09-15 18:15 | 신문게재 2021-09-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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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법한 보이스 피싱 조직들의 모습.(사진제공=CJ ENM)

 

쌍둥이 형제인 김곡·김선 감독이 의미있는 ‘리얼범죄극’을 내놨다. 그간 ‘무서운 이야기’를 비롯해 스릴러와 공포 장르를 주로 선보여왔던 그들은 어느새 ‘생활밀착형 범죄’로 자리잡은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에 주목했다. 그들은 영화 ‘보이스’로 자주 뉴스면을 장식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를 그려낸다. 

영화 ‘보이스’는 리얼함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영화는 전직 경찰이었지만 제복을 벗고 건설 현장에서 착실히 일하는 평범한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서준(변요헌)은 현장 소장으로부터 본사 스카우트를 제안받은 상황. 내년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그에게 시련은 없어 보인다. 

우연히 동료인 이주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에 처하고 이를 구하는 상황에서 휴대폰이 먹통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사이 서준의 아내는 현장에서 사고가 나 인부가 죽고 남편의 과실로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는다. 현장 사무소는 사고를 수습 중이기에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결국 아내는 아파트 분양대금인 7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송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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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CJ ENM)

급하게 은행으로 달려가던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장의 인건비 30억원도 보험 가입이란 명목으로 허공으로 사라지고 현장 소장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불운이 겹친 것 같지만 서준은 뭔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알고 보니 건설 인부들의 개인정보가 보험사를 사칭하는 곳으로 넘어갔고 때마침 기지국을 차단하는 기계를 들여온 외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서준이 자발적으로 보이스 피싱이 이뤄지는 집단으로 들어가며 정점을 찍는다. 서준은 몸통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경찰과 대치해 주목을 받고 그 덕에 중국 심양에 있는 몸통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접한 조직은 일개 범죄조직이 아니다. 

하루에 크게는 300억원을 털 정도로 주도면밀하고 대규모다. 평범한 주택가에서 서버를 교란하고 기지국을 주도면밀하게 바꾸는 중간업자 덕분에 중국 어디에선가 걸려오는 번호도 국내용으로 세탁(?)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실 과거 조선족들이 어눌한 말투로 전화를 걸었던 보이스 피싱은 이제 먼 옛이야기다. 한국에서 빚에 허덕이거나 개인사정으로 중국으로 도피한 이들이 조국에 있는 생면부지의 동포들에게 금융감독원이나 변호사 혹은 대기업 인사관리임을 자처하며 돈을 뜯어내고 있다. 

이들의 대본은 ‘기획실’로 불리는 곳에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으로 거래되는 분양사무실, 골프 회원권, 대치동 학생 리스트, 해외 유학자녀 등으로 묶인 개인정보를 비료 삼아 나름의 대본을 짜 접근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차분한 목소리와 전문용어를 구사하고 피싱 대상의 대출 횟수나 집주소까지 파악하고 있기에 이곳 저곳으로 확인 전화를 돌려도 이 조직의 누군가가 대신 받게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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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사진제공=CJ ENM)

‘보이스’는 이 거대한 피라미드 안에서 발버둥치는 수많은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과연 이게 사실일까?’를 되묻게 만든다. 감독들이 오랜 기간 다방면으로 실제 사건들을 조사해 만들었기에 ‘제발 영화적 설정이길’ 바랄 정도로 현실적이다. 보는 내내 세상은 넓고 사기칠 구석은 많다는 걸 상기시킨다.

영화를 이끄는 건 철저히 배우들의 몫이다. 김무열이 보여주는, 뼈속까지 악인인 ‘곽프로’는 이 판을 짜는 리더이자 기회주의자로 스크린을 뚫고나올 모양새다. 변요한 역시 피해자에서 해결사로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말미 조직을 일망타진한 경찰 김희원은 말한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피해자분들은 자책하지 말기 바란다. 돈과 관련된 전화는 끊으라”고. 

‘보이스’를 보고 실제 조직들이 얼마나 비웃을지 모르겠다. 좀더 지능화된 상황이 펼쳐질지언정 추석연휴에 부모님을 모시고 필수관람할 영화임은 분명하다.15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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