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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편해도 꼭 봐야할 시의적절한 영화! '수색자'

[Culture Board] 밀리터리 스릴러 '수색자'가 가진 진정성
DMZ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사건 스크린에 녹여내

입력 2021-09-29 18:15 | 신문게재 2021-09-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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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색자
극중 중령으로 나오는 송영규의 무게감은 ‘수색자’를 완성하는 묵직한 추다. 젊은 배우들의 생동감을 살리며 베테랑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뽐낸다.(사진제공=콘텐츠 판다)

 

“예수는 어린 양까지 책임지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영화 ‘수색자’ 중 중령의 대사다. DMZ를 배경으로 하는 밀리터리 스릴러인 이 영화는 최근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군대 내 억울한 죽음에 대해 다룬다. 흡사 할리우드 영화 ‘장군의 딸’과 비슷하다. 최전방 부대로 파견 나온 교육장교 임소연(도은비) 장교가 성추문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숙소에서 대대장과 몸싸움을 하는 것을 목격한 3소대 대원들은 그날 새벽 탈영병을 잡기 위해 DMZ로 파견되고 그곳에서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한다. 스토리는 평범해 보이지만 ‘수색자’가 겨냥하는 군대 부조리는 꽤 날카롭다. 

 

영화 수색자1
실제 군인들을 캐스팅한 것 같은 생생함이 녹아있는 영화 ‘수색자’.사진제공=콘텐츠 판다)

넷플릭스 ‘D.P’가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인간의 잔혹성 위에 얹었다면 ‘수색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모두가 공범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가 침묵을 깨는지가 관건인 ‘진실게임’을 더한 것.


영화는 육사출신이지만 군납비리 문제를 캐다 좌천된 강대위(송창의)를 통해 ‘비밀을 묻고 가야 하는 군대문화’를 대놓고 조롱한다. 제대를 고작 20일 남겨둔 강대위는 우연히 자신이 가르친 임소연의 죽음을 통해 이곳에 숨겨진 자살사건을 접한다. 1년 전 군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한 병사가 두발의 총알을 자신의 몸에 쏘고 죽은 사건이다.

누가 봐도 수상한 죽음이지만 군대와 국가 모두 이 죽음을 책임지지 않는다. 다만 1년 후 자살한 소대의 대원들인 3소대가 모두 사망한 사건을 북한의 도발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

진실을 밝히자는 대위에게 선임은 말한다 “개죽음을 가족들에게 알리느니 국가유공자의 연금을 받게 하자”고. 짧은 장면이지만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미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가 이렇게 묻혔거나 앞으로도 묵인될 것임을 암시한다.

세상이 좋아지고 시대가 바뀌었어도 상하관계가 확실한 군대문화는 여전히 반복된다. 대한민국은 한 민족이 대치하는 휴전국가다. 이렇게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애국이란 명목아래 군에 복무해야 하는 국가적 특성을 그저 공손히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과거 ‘알포인트’를 비롯해 ‘GP506’ 등 외진 군부대를 배경으로 한 비극은 충무로에서 드물지만 시기적절한 시기에 만들어져 관객들을 만났다.

극 중 DMZ는 영혼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으로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치하고 있는 북한, 게다가 미국까지 의문사한 시체들이 무수히 묻혀있는 곳으로 묘사된다. 모든 게 밝혀지는 엔딩의 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집단이 가진 광기 그리고 폐쇄된 공간에서 자행되는 인간의 본성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은 군인이란 이름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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