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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생은 바로 '지금'부터! '한창나이 선녀님'

[Culture Board] 다큐 '한창나이 선녀님'이 보여주는 힐링과 감동

입력 2021-10-20 18:00 | 신문게재 2021-10-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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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고기미디어/트리플픽쳐스1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인 이 세상 ‘선녀님’에게 바치는 찬사가 이 영화에 담겨있다.(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의 영어제목은 ‘Burning Flower’다. 한국 나이로 예순 여덟. 꽃으로 치자면 분명 봄에 피는 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진한 철쭉의 색감과 맡을수록 끌리는 치자꽃 향기가 느껴진다. 계절상으로는 어림없지만 영화 속 ‘선녀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만큼이나 아름답다. 


영화는 강원도 삼척의 깊은 산 속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18살에 시집을 와 한 번도 그 곳을 떠나 본적이 없는 그는 남편과 사별한 3년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일상은 바뀐 게 없다. 홀로 소를 키우고 밭일도 한다. 바뀌는 계절마다 추가되는 일들은 감따기, 도토리묵 만들기, 깨 털기 등이 있다.

 

큰물고기미디어/트리플픽쳐스
코로나시대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건내는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의 공식포스터.(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남편은 죽기 전 글을 모르는 자신이 홀로 살아갈 앞으로의 나날을 가장 걱정했다. 그래서 매번 2만6000원의 택시비를 들여 학교에 간다. 

 

모든 일이 끝난 산속의 늦은 밤은 밀려드는 잠이 아니라 그날 마쳐야하는 ‘즐거운 숙제’로 채워진다. 

 

영화는 평생 산 하나 밖에 못 넘어 본 주인공이 한글을 깨치고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 새 집을 짓기 시작하는 도전을 다룬다. 

 

모두가 말리는 ‘그 일’을 착실하게 해 나가는 선녀님의 모습은 소박하면서도 경이롭다. 몸에 각인된 성실함과 책임감은 영화 곳곳에서 발휘되는데 그 변주가 기가 막힌다. 

비슷한 또래의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문해반의 발랄함은 이 단어가 10대 여고생에게만 국한되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기막힌 라임과 삶의 지혜가 농축된 이들의 대화는 ‘한창나이 선녀님’이 MZ세대들에게 주는 삶의 위로이자 나침반에 가깝다. 연출을 맡은 원호연 감독은 기꺼이 주인공의 삶을 1년 반 넘게 따르며 이들의 진심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다른 주인공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사계다. 여전히 꿈을 향해 다가가는 선녀님의 일상을 함께하는 자연의 힘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올해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관객상 수상작이기도 한 ‘한창나이 선녀님’은 노년의 이야기와 자연과 동물의 교감으로 한 여러 흥행 다큐의 뒤를 이을 만한 수작이다. 83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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