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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김상진 “사라짐은 곧 탄생”

[Culture Board]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김상진의 ‘사라짐’, 최찬숙 ‘채굴’ 그리고 방정아·오민의 ‘지금 여기’

입력 2021-10-20 18:45 | 신문게재 2021-10-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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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21’ 후원작가로 선정된 김상진(왼쪽부터) 방정아, 오민, 최찬숙(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매년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 후원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 지원, 전시기회 등을 제공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1’(10월 20~2022년 3월 2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5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올해의 작가상’은 매해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 미학을 다루는 시각예술가 4인을 선정해 후원하는 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손잡고 2012년 출범해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4인의 후원작가 중 전문가들의 최종심사를 거쳐 한명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다.

올해의 후원작가는 김상진, 방정아, 오민, 최찬숙(이상 가나다 순)으로 이들은 각각의 신작들로 구성된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 ‘흐물흐물’ ‘헤테로포니’(Heterphony), ‘큐빗 투 아담’(Qbit to Adam)을 선보인다.


◇“사라짐은 곧 탄생” 김상진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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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21’ 후원작가로 선정된 김상진의 ‘로파이 마니페스토_클라우드 플렉스’(사진=허미선 기자)

 

김상진 작가는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를 통해 ‘사라짐’(Disappearance)에 주목한다. 김상진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가상의 경험으로 우리의 인식체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렇게 변화된 인식체계가 어떤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지, 인류는 또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 역시 ‘사라짐’이다. 중앙의 ‘로파이 마니페스토_클라우드 플렉스’(Lo-fi Manifesto_Cloud Flex) 중 클라우드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람들, ‘크로마키 그린’의 크로마키 촬영으로 분명 존재했었지만 영화 속에선 사라져 버린 존재들, LED로 표현된 ‘I Will Disappear’, 가상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대체되면서 존재 자체가 모호해진 실체, 오기만 할 뿐 도달하지 않는 ‘메시아’ 그리고 실물적 세계에서 사라지는 우리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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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21’ 후원작가로 선정된 김상진의 ‘크로마키 그린’(사진=허미선 기자)
‘크로마키 그린’에 대해 김상진 작가는 “투명 샌드백 안에 사람이 달려 있는 건 실존하는 모습이다. 부정적 이야기가 아니라 현상을 관조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크로마키 안 사람은 사실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더불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훌쩍 다가와버린 네트워크, 가상현실 등의 시대풍경을 담는다. ‘This is Fine’은 이제는 일상이 된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설치작품이다.

이에 대해 “그래도 상관없어 정도로 해석되는 제목”이라며 김상진 작가는 “스마트워치 속에서 만들어진 눈들이 눈싸움을 하는 풍경으로 가상의 이미지와 사운드로 대체되는 현실을 풍자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도서관의 백색소음, 귀뚜라미 소리 등 불을 꺼놓고 있으면 그곳에 존재하는 것 마냥 느끼는 시대예요. 실제로 눈싸움을 하지 않아도 만족하는 그런 시대죠. ‘I Will Disappear’는 언어를 의인화한 상징문구예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처럼 존재를 확인하는 유일한 도구는 언어죠. 가상 경험, 디지털화 등으로 구현되면서 실존세계에서 언어의 세계로 이전돼 가고 있고 이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I Will Disappear’는 실물적 세계에서 사라지는 우리인 동시에 언어 체계 자체가 그림자 없는 유령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죠.”

그가 주목하는 ‘사라짐’은 ‘메시아’로 마침표를 찍는다. 김상진 작가는 “사람들은 변혁기마다 메시아를 기다린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그리고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변혁기를 맞았다”며 “그러한 이미지를 생각하다가 메시아는 계속 오기만 하지 도착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업(메시아)는 인터넷의 ‘짤방’(짤림 방지)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gif 이미지예요. 조그만 메시아가 다가오지 않고 오기만 하는 표현으로 메시아가 무엇인지 생각하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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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21’ 후원작가로 선정된 김상진의 ‘I Will Disappear’(사진=허미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중정에 물이 가득 찬 수조에 ‘미끄럼 방지 표지판’을 넣어둔 작품 역시 ‘사라짐’의 표현이다. 김 작가는 “과거 우리가 가진 희망은 점점 산술화되고 있다. 더 이상 낭만적이 아닌 역설적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각자 존재하는 작품들은 김상진 작가가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 어우러진다.

“문자나 언어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들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성의 원본이죠. 성경의 창세기의 ‘태초에 언어가 있었다’처럼 언어가 생김으로서 세상이 탄생했죠. 전통적인 것이 ‘사라진다’는 건 지금의 기술적 형식과 다음세대의 새로운 가상성에 맞춰 생각하고 인식하는 세계 혹은 체계가 생긴다는 의미예요. 그렇게 사라짐은 곧 탄생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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