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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가족'에 色이 있는지 몰랐다!

[Culture Board] 영화 '가족의 색깔'
쿠니무라 준X아리무라 카스미의 연기력 돋보여
상실감 채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의 색깔'27일 개봉

입력 2021-10-27 18:30 | 신문게재 2021-10-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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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진진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와 2019년 홍콩국제영화제를 통해 선공개된 영화 ‘가족의 색깔’은 완성된 지 3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상영된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일본 영화 특유의 밍밍함도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을 보기전까지는 ‘가족’에게 무슨 색이 있는지도 몰랐다. 영화 ‘가족의 색깔’ 주인공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 남편을 잃은 아내, 실질적으로 친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다.

다소 삭막한 출발이지만 극의 온도는 상당히 훈훈하다. 영화는 엄마인 아키라의 이름을 애칭으로 부르는 아들 순야의 성장극이다. 더 나아가 엄마이기 전에 한 여성인 아키라의 독립 과정도 함께 아우른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혼자 남겨진 모자는 오랜 시간 인연이 끊긴 친가를  찾아간다. 살아생전 유독 기차를 좋아했던 남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버지 세츠오와 인연을 끊고 살아왔다. 한번도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었던 순야는 그의 직업이 철도 기관사임에 적잖이 놀란다.

영화사 진진1
싱글맘을 대하는 국가적 제도와 시선도 이 영화를 봐야할 또다른 이유기도 하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가족의 색깔’은 그렇게 피로 맺어졌지만 전혀 다른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이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순야를 가슴으로 키운 아키라는 아빠를 닮아 기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기관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정작 운전면허도 없었던 그의 도전은 배우 아리무라 카스미가 가진 특유의 이미지가 만나 빛을 발한다. 국내에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을 통해 당찬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카스미는 어려운 시댁과도 허물없이 어울리고 또래보다 조숙한 순야를 세심하게 살피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으로 한국 팬들에게 각인된 쿠니무라 준의 츤데레 매력 또한 무시 못할 존재감이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전개로 흘러가는 ‘가족의 색깔’에서 쿠니무라 준이 내뱉는 대사는 ‘어른의 품격’ 그 자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하고 남성중심으로 이뤄진 철도원에 당당히 도전하는 며느리를 대하는 세츠오는 때론 엄한 선배이자 자애로운 시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오간다. 

한국으로 치면 경의선이나 지역 철도에 준하는 기찻길을 2량으로 운행하는 지극히 일본적인 시골 느낌도 운치있다.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과 작은 기차를 타고 도시를 오고가는 직장인들, 고즈넉한 마을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오해와 눈물, 화해와 격려가 가볍지만 따듯한 기모 이불을 덮은 듯 후끈거린다. 특히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의 빈자리를 함께 채워나가는 점에서 ‘가족의 색깔’은 늦가을의 정취가 짙어진다. 전체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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