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제목이 주는 충격… 실화라서 더 잔인하다!

[Culture Board] 영화 '피부를 판 남자'가 주는 하이앤드 예술의 비극

입력 2021-12-15 18:00 | 신문게재 2021-12-16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피부를 판남자
모니카 벨루치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영화 ‘피부를 판 남자’의 한 장면. 금발로 변신한 이 배우의 아우라는 주인공의 비극을 더욱 처참하게 만든다.(사진제공=판씨네마㈜)

 

유독 여운이 남는 영화가 있다. 16일 개봉한 영화 ‘피부를 판 남자’는 관객들에게 보고 난 후 일주일간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타투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헤나 타투겠지만. 시작부터 이국적이다. 시리아, 레바논, 벨기에 등 그동안 스크린에서 자주 접해보지 못한 차별화된 로케이션과 독보적인 비주얼은 이 영화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리종티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야흐야 마하이니와 더불어 투 톱 주연이라 칭할 말하다. 

자유와 돈, 명예를 갈망한 난민 출신의 샘이 흡사 악마와 같은 예술가 제프리의 유혹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샘의 피부에 타투를 새겨 살아있는 예술로 만들고자 했던 제프리의 제안은 조국도, 연인도 잃어버린 채 굶주림에 허덕여온 남자에게 너무도 달콤했다. 몸에 타투가 새겨질수록 샘은 치솟는 인기와 최고급 호텔에서의 생활을 영위한다.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살게 된 그는 비자(VISA) 모양의 타투를 등에 그린 채 현대 하이엔드 예술계의 화려함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평등을 목도한다. ‘피부를 판 남자’가 주는 현란함은 이 극적인 소재가 실화라는 점에서 정점을 찍는다. 현대 미술계를 장악한 벨기에 미술가 빔 델보예의 2006년 작품 팀(Tim)을 실제 모델로 하는 이 영화는 살아있는 사람의 등 피부에 타투를 새기는 기상천외한 계약을 스크린에 옮겼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티탄’ ‘아네트’ 등 전세계 영화제가 주목한 영화를 만든 프로듀서 필립 로기는 “사후 팀의 피부를 액자에 보관한다”는 계약 조건을 알고 충격을 받아 영화화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평소 국제적인 이슈에 관심을 기울여 온 야흐야 마하이니 감독은 여기에 난민에 대한 시선을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녹여넣었다. 특히 ‘피부를 판 남자’는 제목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강렬함을 무기로 인간이 갈망하는 욕망과 존엄성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샘을 통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되묻는다.

피부를 판남자1
실화에서 출발한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적이며 동시에 매혹적인 영화 ‘피부를 판 남자’의 아트 포스터.(사진제공=판씨네마㈜)

 

현대 예술과 고전이 가득찬 미술관에서 샘은 사람이 아닌 예술품으로서 생존한다. 그를 감시하는 건 제프리의 비서인 소리야의 몫이다. 타고난 섹시함을 연기로 녹여내는 모니카 벨루치는 금발로 변신해 배우로서의 DNA를 불사른다. 

 

극 중 샘의 피부에 타투로 남겨진 비자라는 글자는 유럽 지역 26개 국가들이 여행과 통행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솅겐 협약에 포함되는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발급받는 신분증이다.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는 공식적인 서류를 몸에 새겨야 했던 그는 유럽에서 기피대상인 아프간,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물건이 된다. 극 중 이 글자를 묻는 취재진들에게 제프리는 “샘을 캔버스라는 물건으로 만드니까 어디든 다닐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상품 같은 형태로 탈바꿈하면 샘 같은 사람도 인간성과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기이하지만 묘하게 이해되는 상황에서 대중들은 침묵과 환호를 통해 비극에 동조한다. 굳이 샘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속에서 종속돼버린 현대인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피부를 판 남자’는 베니스 영화제 2관왕에 이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까지 등극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