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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美치도록 매혹적인 '하우스 오브 구찌'

[Culture Board]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리들리 스콧 감독의 구찌家 비극 촘촘한 서사로 완성

입력 2022-01-12 18:30 | 신문게재 2022-0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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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오브구찌
이제는 볼 수 없는 클래식한 구찌 컬렉션을 보는 것도 영화의 또다른 재미다.(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아마도 ‘구찌니까’ 녹색과 빨강이 만났어도 용서된 게 아닐까 싶다. 랄프 로렌이나 샤넬에서라면 촌스럽다고 지탄받았을 이 조합은 구찌니까 이해되고 찬양받는 무언의 경외감이 작동된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지금의 구찌가 탄생되기까지, 어쩌면 우리가 몰랐던 구찌의 세계를 담은 영화다.

이탈리아의 작은 가죽 공방에서 여행용 가방과 귀족들의 승마 용품을 소소하게 만들어 팔던 구찌 가문은 그 아들들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제레미 아이언스와 알 파치노라는 대배우에게 극과 극의 형제인 로돌프와 알도 역할을 맡겨 극의 재미를 이끈다.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로돌프는 디자인을, 사업적인 능력이 큰 알도는 50%씩의 지분을 나눠 갖고 구찌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이끈다. 영원할 줄 알았던 패션 대국의 균열은 창업자의 손자들대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돌프에게는 명석한 아들 마우리치오가, 알도에게는 자유로운 영혼의 파올로가 태어나 골치를 썩힌다.

하우스오브구찌1
버릴게 없는 배우란 어떤건지를 보여주는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하우스 오브 구찌’의 후반부는 가문의 몰락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매혹적이다. 구찌가 가진 특유의 화려함과 1980년대가 주는 시대적 풍요로움이 그 단적이 예다. 시끌벅적한 이탈리아 특유의 가족경영에서 늘 한발짝 떨어져 있던 마우리치오는 우연히 파티에서 파트리치아를 만난다.

당시에도 ‘현대판 신데렐라’라 불렸던 이들의 결혼은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불꽃이 튀었고 무척이나 행복했다. 도시 외곽에서 운수업을 하는 집안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보며 자란 파트리치아는 남편을 집안의 대들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매사에 실 없는 파올로가 아쉬운 집안의 실세 알도에게 마우리치오의 사업적 능력을 증명하기 시작한 것.

‘하우스 오브 구찌’가 흥미로워 지는 부분은 바로 지금부터다.  파트리치아는 결혼으로 얻은 구찌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브랜드의 라이선스가 남발돼 싸구려로 전락했을 때도, 불법세무 조사가 나왔을 때도, 형제들끼리 지분 다툼이 있었을 때도 구찌가의 남자들은 모두 파트리치아 뒤에 있었다. 

카메라는 앵글과 구도, 서사까지 철저히 구찌를 몰락시킨 주범으로 파트리치아를 겨냥한다. 딱 한번 나오는 베드신에서조차 남자 배우의 존재를 철저히 지운 채 파트리치아 역할을 맡은 레이디 가가의 표정과 반응으로 가득 채울 정도다. 영화는 구찌를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어쩌면 구찌의 피가 하나도 흐르지 않아서 은근히 따돌림 당했던 그녀였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패션지 좀 읽은 관객들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타고난 아내 덕에 사촌과 작은 아버지의 지분을 돈 많은 기업에 넘긴 마우리치오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천재 디자이너 톰 포드를 발굴해 구찌를 젊고 화려하게 부활시킨다. 하지만 결국 이혼당한 파트리치아가 보낸 킬러에 의해 총살당해 세상을 떠난다. 그럼에도 마우리치오가 가족경영이란 굴레를 벗고 끝까지 고수하고자 했던 구찌는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158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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