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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잠결에 잊고 현실에서 잃어버린 나만의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을 찾아서

[Culture Board]토니 림, 성립, 문준용이 전하는 ‘기술’ 아닌 ‘감성’…잠결에 잊고 현실에서 잃어버린 나만의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을 찾아서

입력 2022-01-12 19:00 | 신문게재 2022-0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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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자연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 작가들. 왼쪽부터 토니 림, 성립, 문준용(사진=허미선 기자)

 

‘발칙함’ ‘지속성’ 그리고 ‘예술 아닌 놀이’.

기술력을 앞세운 미디어아트 대표 작가들, 토니 림, 성립, 문준용은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9월 30일까지 홍대 와이즈파크)에서 선보이는 저마다의 작품인 ‘다시 꿈’(토니 림), ‘나의 숲’(성립), ‘나의 그림자’(문준용)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자면서 꾸는 꿈과 미래를 생각하는 꿈, 두 가지 모두를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는 미디어 아티스트 토니 림, 성립, 문준용을 비롯한 민트썸머, 아레아레아, 프랭크, 포노멀, 그리니에브리데이, 이민지, 유수지, 엄지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해 꿈 찾는 사람, 잃어가는 사람, 꾸지 않는 사람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해 15개 작품을 선보인다. 

 

꿈속의 자연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 성립의 ‘나의 숲’(사진=허미선 기자)

 

잠에 빠져들거나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악몽이 되거나 좌절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렇게 현실을 돌아보고 결국 다시 꿈꾸게 되는 과정을 나무와 꽃, 사막, 바다, 도시 풍경 등 자연에 빗댄 전시다. 

 

그렇게 꿈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알게 되고 다시 꿈을 돌이켜보며 빛을 잃어가는 그림자에 저마다의 색채를 찾아가는 과정을 스토리화해 꾸린 공간들이 펼쳐진다. 그 공간과 작품들에 관람객이 스스로를 혹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대입해 다시 꿈꿀 수 있고 오롯이 자신으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응원을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성립의 ‘나의 숲’은 다양한 형상의 나무들이 산발적으로 그려지거나 사라지는 과정들을 담았다. 성립은 “사람들이 걸어들어가는 왼쪽 형상들은 마치 꿈속으로 들어가거나 잠드는 모습”이라며 “나무들의 산발적인 흩어짐, 자유로움을 통해 자기 영역을 지키고 선 것들이 뿌리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나무는 뿌리를 내려 제 자리를, 오랜 기간 같은 곳을 지키는 존재죠. 하지만 ‘나의 숲’ 나무들은 뿌리 없이 공중에 떠 있어요. 자유롭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죠. 현실에는 없는 모습들에 스스로를 대입해 자유로움을 느끼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꿈속의 자연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 문준용 작가의 공간 ‘나의 그림자’ 중 'Hello Shadow!'(사진=허미선 기자)

 

증강현실을 도입한 ‘나의 그림자’ 존을 꾸린 문준용은 “메시지를 담은 어려운 예술이 아닌 놀이로, 게임같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관람객들 스스로 움직이면서 작동해야 해서 뭘 해도 망가지지 않게 꾸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관람객들이 행동하고 움직이면서 무슨 행동을 할지를 찾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의 작품 ‘헬로 섀도’(Hello Shadow!)는 2010년부터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그림자 증강현실’ 연작으로 사방이 막힌 블록 안에 공간이 있고 방이 있고 창문이 있고 사람이 살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비춘 빛으로 만나게 되는 저마다의 그림자는 또 다른 혹은 진짜일지도 모를, 새로 발견되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림자를 통해 보면 눈으로 보지 못한, 상상력으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증강현실이 그림자를 만나면서 감성적이고 서정적이게 되죠. 따뜻하고 시적인 증강현실이랄까요. 관객분들이 직접 사용하시는 건 빛을 내는 전등이에요. 누구나 익숙한 도구로 사용법을 따로 익히거나 배울 필요가 없죠. 직관적으로, 느끼시는 대로 놀이하듯 편안하게 즐기시면 좋겠어요.” 

 

꿈속의 자연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 토니 림 작가 공간 ‘다시, 꿈’ 중 'Europa Landing Mission'(사진=허미선 기자)

 

토니 림의 ‘유로파 랜딩 미션’(Europa Landing Mission)은 “기술적인 부분을 숨겨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마술적 느낌을 살렸다.” 토니 림은 “젊은 세대들만의 새로운 감수성, 그들이 중시하는 공감을 얻기 위한 발칙함, 메시지를 느끼라는 의도를 무시하는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시작점은 유로파 랜딩이었어요. 유로파 행성을 발견하고 그 안에 외계인이 살 확률이 높다, 지구와 비슷하게 90%가 물로 돼 있다 등의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어려서부터 꿈을 꿨죠. 꿈속에서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아득하게 그로테스크한 해저 생물들을 반복적으로 조우하면서 중첩된 저만의 느낌을 사이버테크적으로 표현하려 했죠. 저만의 컬러들로.”

토니 림은 “이번에 선보이는 ‘유로파 랜딩 미션’ 뿐 아니라 제 작품의 모든 근간은 꿈”이라며 “저희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정의되고 AR, VR, 메타버스 등 틀에 들어가면서 기술이 작품보다 우선되는 선례들을 많이 봤다”고 토로했다. 

 

꿈속의 자연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 중 ‘하루의 시작’(사진=허미선 기자)

 

“하지만 기술은 제 체험을 공유하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의 근간은 어릴 때 꾸던, 이상할 정도로 반복되는 꿈,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지워버렸던 꿈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 느낌을 어떻게든 표현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요.”

이들 작품 외에도 기획사인 훌리악의 미디어아트 전시 전문그룹 ‘미디어아트랩’(Media Art Lab, 이하 M.A.L)의 ‘선잠’, ‘하루의 시작’ ‘컬러 스팟’(Color Spot)과 M.A.L이 콘셉트 일러스트 작가 그리니에브리데이, 아레아레아, 민트썸머, 포노멀, 이민진, 엄지, 유수지, 서지인, 프랭크 등이 협업한 ‘꽃의 시간’ ‘나무’ ‘유영’ ‘우주의 순간’ ‘사막’ ‘해몽’ ‘드리머’(Dreamer)도 만날 수 있다.  

 

꿈속의 자연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 중 ‘드리머’(사진=허미선 기자)

 

현실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하루의 시작’은 모두가 하루를 아침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한 M.A.L 작품이다. 누군가는 아침에, 또 누군가는 점심에, 어떤 이는 밤에, 또 어떤 이는 새벽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데 집중한 ‘하루의 시작’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드리머’로까지 이어진다.

아레아아레아, 유수지, 그리니에브리데이, 엄지, 포노멀과 M.A.L이 협업한 ‘드리머’는 우리의 밤, 새벽 그리고 아침 등을 하늘 색의 변화로 풀어낸다. 연필 스케치로 색이 거의 없이 시작하는 ‘나의 숲’부터 다양한 색채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드리머’까지를 통해 전시는 ‘저마다가 가진 고유의 색을 강조하며 위안을 전한다. “무슨 색이든 괜찮다”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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