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아니, 이 배우들이 왜 여기서 한꺼번에 나와?" 영화 '355'

[Culture Board] 여성 첩보 액션 스릴러 영화 '355'

입력 2022-02-07 18:30 | 신문게재 2022-02-08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영화
아시아 스타 판빙빙의 활약은 아쉽지만 페넬로페 크루즈가 평범하고 심약한 정신과 의사로 나온다는 점에서 ‘허를 찌르는 캐스팅’이다. 끼 부리지 못하는(?) 설정의 그의 연기는 ‘355’ 유일한 웃음코드다. (사진제공=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정녕 이 조합이 사실인가 싶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할리우드의 별들이 뭉쳤다. 나이와 국적, 인종은 다르지만 연기와 미모, 거기다 수많은 영화제의 주연상을 휩쓴 주인공이란 공통점이 있다. 다이앤 크루거, 루피타 뇽오, 페넬로페 크루즈와 판빙빙이 한 화면에 나오는 것도 놀라운데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제시카 차스테인이 비밀 에이전트인 팀(TEAM) 355를 이끄는 리더로 나온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355’는 18세기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실제 여성 스파이의 코드네임 ‘355’를 모티프로 한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시나리오를 발굴하며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서의 입지를 굳혀온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 소재에 흥미를 느끼고 ‘엑스맨: 다크 피닉스’를 연출한 사이먼 킨버그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미 ‘인터스텔라’ ‘미스 슬로운’ 등을 통해 강인한 리더십을 가진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온 그였기에 평균 연령 40대인 여성 요원들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는다. 뼈가 꺾이고 살점이 튀는 과격한 액션은 물론 카 액션과 순간적인 기지, 적재적소의 섹시미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전공은 꽤 현실적이다.

이중 스파이였던 아버지를 신고한 독일 BND 요원 마리(다이앤 크루거), 아랍계열의 남자친구와 열애 중인 영국 MI6 출신 해커 카디자(루피타 뇽오), 아버지와 함께 세계를 구하는 중국 MMS 린 미성(판빙빙), 두 아들을 둔 워킹맘인 콜롬비아 정신과 의사 그라시엘라(페넬로페 크루즈)는 ‘355’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서로 이름도 몰랐던 사이다. 미국 CIA 최고 요원이었던 메이스(제시카 차스테인)는 동료 닉(세바스찬 스탠)과 친구와 연인 사이의 썸을 타고 있는 상태. 하지만 신혼부부로 가장해 파리에서 작전을 펼치다 글로벌 범죄조직에 의해 닉을 잃고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북미 개봉 이후 해외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355’가 9일 한국에서 개봉한다.(사진제공=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극중 모든 비극의 시작은 세계 국가 시스템을 초토화시킬 일급 기밀 무기의 탄생이다. 세계 3차대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서로 적이었던 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사건을 해결하며 친구가 되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이들은 조국과 인종, 나이를 넘어 서로 연대하며 자신만의 장기를 발휘한다. 겉으로는 여성인권을 부르짖지만 무능하고 심지어 부패하기까지 한 진부한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유일한 흠이다. 

다국적 여성 캐릭터의 조합이 주는 산만함을 누르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국적 로케이션의 힘이다. 파리, 영국, 모로코, 상하이 등을 배경으로 한 스크린 속 풍광은 배우들의 매력만큼이나 대리만족을 안긴다. 코로나19로 목말랐던 시각적 쾌감과 ‘이 배우들을 한 화면에 언제 또 봐?’라는 행복감이 러닝타임 내내 분출된다.

무엇보다 ‘355’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 가장 맏언니인 1974년생의 페넬로페 크루즈는 평범한 주부이자 지적인 정신과 의사 역할로 제 몫을 다하다 ‘결정적 한방’을 제대로 터트린다. 1976년 생인 다이앤 크루거와 1977년생인 제시카 차스테인이 보여주는 전방위 활약은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영화를 목말라해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줄 정도다. 1981년생인 판빙빙과 1983년 생인 루피타 뇽오는 영화의 엔딩인 베이징 마천루에서 몫을 다한다. 하지만 카메라 워크로 예쁘게 잡히는 총질을 기대한다면 ‘355’를 보는 건 시간낭비다. 

생각있는 관객이라면 눈치챘겠지만 ‘355’의 숨은 매력은 이들이 각자의 조직에 돌아가지 않고 비밀 에이전트가 된다는 결론일 것이다. 세계 평화를 지켰지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그들의 비밀은 마지막에야 밝혀진다. 여전히 기득권을 쥐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남성들의 뒤에는 그들을 낳은  ‘요람을 흔드는 손’이자 비밀 단체인 ‘355’가 있음을 이 영화는 간과하지 않는다. 9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