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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죽음’에서 시작한 두 가지 삶의 방식…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Culture Board]헤르만 헤세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죽음’에서 시작한 두 가지 삶의 방식,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우며
윤성원 작연출작, 박유덕·유승현·임별, 골드문트 역의 안지환·김지온·강찬 출연

입력 2022-02-07 19:00 | 신문게재 2022-0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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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출연진. 왼쪽부터 나르치스 역의 임별과 골드문트 안지환, 나르치스 박유덕과 골드문트 강찬(사진제공=섬으로 간 나비, 네버엔딩플레이)

 

이성과 내면을 중시하며 정신수양을 통해 삶과 인식에 도달하고자 하는 젊은 수도사. 감정과 충동에 충실하며 자신의 본질을 추구하는 예민하고도 순수한 몽상가이자 예술가. 수도원에 머무르며 스스로를 절제하고 다지는 나르치스와 ‘나 답게’ 살기 위해 방랑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Narcissus and Goldmund)가 동명 뮤지컬(2월 8~4월 17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로 무대에 오른다. 늘 평온해 보이지만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으로 단단해지는 나르치스(박유덕·유승현·임별, 이하 가나다 순)와 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며 스스로 서고자 하는 골드문트(강찬·김지온·안지환), 정반대에 선 듯 보이는 두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고군분투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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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출연진. 왼쪽부터 골드문트 역의 김지온과 나르치스 유승현(사진제공=섬으로 간 나비, 네버엔딩플레이)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무인도탈출기’ ‘아르토, 고흐’ ‘더 픽션’ ‘왕복서간’ 등의 윤상원 작·연출작으로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조선변호사’ ‘마르틴 루터’ 등의 유한나 작곡가가 넘버를 꾸린다. 

 

더불어 ‘썸씽로튼’ ‘몬테크리스트’ ‘마리 앙투아네트’ ‘아마데우스’ ‘킹키부츠’ 등의 배우이자 ‘쓰릴미’ ‘봄을 그대에게’ ‘메멘토모리’ ‘아랑가’ ‘보도지침’ 등에 작곡가 혹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이한밀 음악감독이 힘을 보탠다.   

 

윤상원 작·연출은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각색의 시작점을 “죽음”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던 건 고등학교시절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죽음’이라는 멀지만 가까운 운명에 대해 은연중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을 뮤지컬로 재창작하면서도 이 생각이 각색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유한함에 맞서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죠. 표현방법에 있어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그리스 신화 속 두명의 신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에 빗대 참고했습니다. 정신과 사랑, 영원과 순간, 분리와 합일 등의 요소에서 그렇죠.”

그의 전언처럼 비극과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해 나르치스는 끊임없이 목표를 추구하며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으로 타인에서 분리돼 스스로에게 초점을 맞추는 아폴론 방식을 추구한다. 반면 골드문트는 열정을 불태우며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으로 내달리는 모두가 함께 이 순간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디오니소스적인 인물이다. 

 

오롯이 스스로에 집중하는 나르치스로는 ‘라흐마니노프’ ‘세종, 1446’ ‘빈센트 반 고흐’ ‘보도지침’ ‘검은사제들’ 등의 박유덕,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칠칠’ ‘데미안’ ‘난설’ ‘아르토, 고흐’ 등의 유승현, ‘팬레터’ ‘마리퀴리’ ‘박열’ ‘곤 투모로우’ ‘몬테크리스토’ 등의 임별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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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르치스 역의 박유덕·유승현·임별, 골드문트 역의 안지환·김지온·강찬(사진제공=섬으로 간 나비, 네버엔딩플레이)

  

감정에 충실한 자유로운 몽상가이자 예술가인 골드문트는 ‘스모크’ ‘무인도 탈출기’ ‘베어더뮤지컬’ 등의 강찬, ‘비더슈단트’ ‘미오 프라텔로’ ‘엔딩노트’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V에버 애프터’ ‘라 레볼뤼시옹’ 등의 김지온, ‘차미’ ‘아가사’ ‘명동로망스’ ‘와일드 그레이’ ‘전설의 리틀농구단’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안지환이 트리플캐스팅됐다.

 

생의 거의 대부분을 수도원에 머물며 자아를 단단히 해온 나르치스와 잠시 수도원에 머물며 나르치스를 닮고자 했지만 죽음 직전까지 세상을 떠돌며 자신을 찾으려 했던 골드문트, 극과 극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려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며 위안받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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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사진제공=섬으로 간 나비, 네버엔딩플레이)

지금을 사는 이들 역시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나르치스처럼, 또 누군가는 골드문트처럼 살아간다. 

 

한 사람이라도 어떤 때는 나르치스를, 또 어떤 순간에는 골드문트를 닮았다. 그렇게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짜 나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우리를 닮았다.

 

독일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역시 1930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 스스로의 경험과 방황, 내적 갈등과 성장통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헤세 스스로 ‘영혼의 자서전’이라 칭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중 “제발 네가 순수하게 골드문트였으면 좋겠다”는 나르치스의 말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삶의 태도다.


“사랑하는 친구여. 우리는 해와 달이며 바다와 땅이다. 우리의 목표는 서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서로를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존중하고 배우며 보완하는 것이다.”(We are sun and moon, dear friend; we are sea and land. It is not our purpose to become each other; it is to recognize each other, to learn to see the other and honor him for what he is: each the other‘s opposite and complement.)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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