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그저 '출산장려영화'라고 하기엔… 영화 '세라비 : 다섯 번의 기적

[Culture Board] OECD 출산율 꼴지인 한국, '이게 가능할까?'싶은 재미 가득

입력 2022-02-23 18:00 | 신문게재 2022-02-24 11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 하는 영화 세라비 : 다섯 번의 기적‘(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믿을 수 없지만 단 하루만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무려 다섯 커플. 곧 출산을 앞둔 여자가 저마다의 이유로 한 병원에 모인다. ‘나라의 명예가 걸린 위성 발사를 앞둔 만삭의 CEO와 그의 남편’ ‘소개팅 앱에서 만난 남자의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려는 미혼모’ ‘첫 출산이 두려운 여자와 그의 곁을 지키기 위해 800킬로미터를 달려가는 남편’ ‘출산 당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들은 남자와 그의 부인’ 그리고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이루려는 레즈비언 커플과 대리부’ 그 면면도 다채롭다.

원제인 세라비(C‘est la vie)는 불어로 직역하면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세라비 : 다섯 번의 기적’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제목만 봐도 얼마나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올지 가늠된다. 하지만 그 재미와 깊이는 기대 이상이다. 한국에서는 산후조리원이라는 곳에서 서로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엄마‘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진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들은 같은 병원에 입원한 만삭의 몸이라는 교집합으로 기꺼이 웃고 운다. 생명을 출산할 이유가 아니라면 같은 공간에 있을 이유도 없고 옆을 스쳐 지나가도 몰랐을 사람들이다.

여자는 여섯인데 왜 남자는 다섯인지는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다.(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그렇다고 무조건 새 생명을 품은 여성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은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산에서, 물에서, 항공에서 이 모든 일들이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남자들은 그저 출산의 고통을 ‘바라만 보는 존재’가 아니다.

아마도 한국영화에서라면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다를 수 없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프랑스 특유의 지역색이 다분하다. 문화권이 다른 만큼 ‘이 정도일 줄이야’라는 탄식이 나올 장면이 툭툭 튀어나온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로 제44회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주상을 수상한 레아 드루케가 주연을 맡고 남편인 줄리앙 람발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실제커플’이 뿜어내는 사실감 또한 상당하다.

아내만큼이나 아이의 탄생이 두렵고 벅찬 남편의 심리는 아마도 감독의 실제 경험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베테랑 조산사와 마음이 먼저 앞서는 신참 산부인과 의사의 티키타카는 프랑스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 듯 재밌다.

2020년 국내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며 조용한 입소문을 기록한 ‘카페 벨에포크’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답게 모든 인물이 별나면서 동시에 훈훈하다. 흡사 길에서 흔히 먹는 달고나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의 디저트로 나온 듯 새롭게 느껴지는 재미다.

이 영화는 프랑스는 결혼이란 제도 외에도 동성커플에 대한 지지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만족도가 높은 나라인 걸 기억하고 보는 게 중요하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생물학적으로 ‘종족을 낳고 싶어하는 욕구’를 넘어선 개인의 행복을 마주하게 된다.

거창한 주제보다 ‘이게 사람사는 거지!’라 절로 맞장구가 쳐지는 ‘세라비: 다섯 번의 기적’은 적어도 오는 3월을 위해 뛰는 대권주자들이 필히 봐야 하는 영화다. 여성가족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국민 욕받이가 돼 복지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혈세지출하고 있는지 깨닫는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임기 여성 출산률(1명당 0.84명) 꼴찌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보는 내내 몽글몽글하고 사랑스럽다. 늦은 결혼과 출산이 두려워지지 않을 정도로. 103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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