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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번주 이 영화 말고 '볼 것 없다'… 루비 로즈 주연의 '도어맨'

[Culture Board] 루비 로즈 주연의 '도어맨' 기대 이상의 재미

입력 2022-03-16 18:30 | 신문게재 2022-03-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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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어맨’(사진제공=(부)블루라벨픽쳐스)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봤다간 큰 코 다친다. 배신에 배신이 꼬리를 물고 각진 액션과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전쟁 영웅까지 영화 ‘도어맨’의 재미와 감동은 기대 이상이다. 영화는 호주 출신 모델에서 이제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전사로 거듭나고 있는 루비 로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온몸을 캔버스 삼은 타투와 짧은 헤어 스타일은 흡사 안젤리나 졸리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지만 연기 톤은 전혀 다르다. 배우 스스로가 일찌감치 커밍아웃을 해서인지 신마다 확신에 찬 느낌이다. 비록 영화적 설정은 자신이 지키던 미 대사관 가족을 잃은 실패한 군인으로 나오지만 그마저도 나약하지 않다. 반복되는 사건의 잔상에 괴로워 할 뿐  ‘도어맨’은 철저히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한 인간의 모습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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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여자가 왜 도어맨이냐?:는 시대착오적인 대사가 등장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음을 이 영화는 온 몸으로 보여준다. (사진제공=(부)블루라벨픽쳐스)

고국으로 돌아온 알리(루비 로즈)는 친척의 추천으로 한 고급 아파트의 도어맨으로 취직하게 된다. 리모델링이 시작된 그곳은 치매를 앓는 노부부를 제외하고는 긴 시간 건물 폐쇄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든 세입자가 임시로 머물 집을 고르고 이주했지만 그들만이 아파트에 남은 이유는 간단하다. 건물에 숨겨진 비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리 없는 알리는 도어맨으로 일하다 사고로 죽은 언니의 가족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다. 오랜시간 연락이 끊긴 형부와 조카를 보는 것도 쉽지않지만 마지막으로 부활절 저녁을 함께하기로 한 순간 핏빛 액션이 시작된다.

‘도어맨’은 철저히 한 인상의 상처에 집중하는 영화다. 인간의 탐욕은 스테이크의 귀퉁이에 살포시 얹혀진 씨겨자 같은 존재지만 핸드메이드라 용서가 되는 맛이다. 

사고로 죽은 엄마와 마지막 통화 1분을 함께한 아들, 쉽지 않은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처제에게 흔들린 아버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동독 체제에 가담한 인물까지 각 캐릭터가 가진 상처는 곯아터지기 직전이다. 동시에 영화는 오래된 건물을 배경으로 인간의 숨겨진 욕망이 가진 민낯을 까발린다. 

금주법이 있던 시절  비밀의 문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과 하인들의 통로였던 숨겨진 방까지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 가진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보면 더 재미있다. 남북전쟁이 사라진 시대에도 은근하게 이뤄졌던 사회적 차별은 극중 빅터(장 르노)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젊은 시절을 이념에 의해 통째로 저당잡힌 전력이 있는 그는 감옥에서 만난 건달들을 이용해 거액의 그림을 손에 넣는다. 한 점당 100억에 가까운 그림이지만 푼 돈으로 그들을 포섭할 수 있었던 건 ‘그림밀수’에 대한 자신의 능력이 무지한 그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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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르노가 보여주는 악역은 언제나 현실적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도어맨’의 한 장면. (사진제공=(부)블루라벨픽쳐스)

‘도어맨’은 짐짓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현실적인 액션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필터링한다. 현란한 카메라 워킹보다 ‘실제 싸움은 저런 것’이란 생각이 들게 뼈가 으스러지고 주먹이 서로를 스친다.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거대한 폭발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온 몸이 붕 뜨는 그 폭발 사이에서 카메라는 주인공을 현재의 침대 위에서 과거의 잔디 위로 그리고 다시금 현재로 점프시킨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몇 안되는 일본 감독이자 각본가인 기타무라 료헤이가 연출을 맡아서일까. 전형적이지 않은 액션 영화를 보는 기쁨이 상당하다. 장 르노는 여전히 불어와 영어를 오가며 녹슬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루비 로즈는 과거 작품을 찾아보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97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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