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동서양의 흥미로운 크로스! 발레 ‘춘향’과 창극 ’리어‘

[Culture Board] 18일 발레 '춘향'·22일 창극 '리어'

입력 2022-03-16 19:00 | 신문게재 2022-03-17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cnsgidlfjdkfkf
차이콥스키 음악에 어우러지는 발레 '춘향'(왼족)과 우리 판소리에 실리는 창극 '리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국립극장)

한국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춘향’이 서양의 클래식 장르인 ‘발레’로 변주된다. 그 음악들은 러시아의 거장 표도르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작품이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은 우리 전통 소리로 창극화되며 그 세계관은 노자 사상으로 표현된다. 

동서양의 이야기와 장르, 철학 등이 어우러지는 작품 두편이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3월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국립창극단의 ‘리어’(3월 22~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다.

2022031701010007090
발레 '춘향' 중 '이별' 파드되(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한국 전통 소리로 표현되던 퇴기 월매의 딸 춘향과 양반가 자제 이몽룡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 ‘춘향전’은 차이콥스키의 숨은 명곡들을 만나 ‘발레’로 무대에 오른다. 

 

2007년 당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었던 배정혜 연출, 유병헌 안무, 미국의 작곡가 케빈 바버 픽카드(Kevin Barber Pickard) 음악 등으로 초연된 후 3차례 수정을 거쳐 2014년 차이콥스키의 숨은 명곡들로 새로 꾸렸다. 


차이콥스키 음악은 “마치 ‘춘향전’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 같다”고 할 정도로 잘 어우러지며 극적인 드라마 발레 ‘춘향’으로 재창작됐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초야, 애틋한 이별, 격정적인 재회로 이어지는 세 가지 유형의 파드되(2인무)를 비롯해 화려한 테크닉의 기생무, 강렬한 위엄이 돋보이는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등은 차이콥스키의 숨은 명곡에 실리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춘향과 몽룡의 파드되(2인무)는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58, 1885)에 실린다. 어사출두, 재회신에는 환상 서곡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가, 변학도 부임에는 ‘교향곡 1번’(Symphony No.1, Op.13, 1866), 방자와 향단 신에는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 등이 어우러진다.

가장 낯설면서도 다이내믹한 장면과 음악은 과거시험에서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몽룡과 그 배경으로 쓰인 차이콥스키의 ‘내림마장조 교향곡’(Symphonie in E flat, Op. posth.)으로 러시아에서도 그 악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다. 

ChunXiangpage
발레 '춘향'(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더불어 ‘현악 6중주(피렌체의 추억) Op. 70’(String Sextet ‘Souvenir de Florence’ Op,70), ‘심포닉 발라드 보에보다’(The Voevoda, Op. posth. 78), ‘교향곡 3번 폴란드’(Symphony No.3 ‘Polish’ in D major, Op.29), ‘교향시 운명’(Fatum - Symphonic poem in C minor op. 77), ‘교향곡 1번 겨울의 몽상’(Symphony No.1 in G Minor, Op.13 ‘Winter Dreams’) 등 흔히 듣지 못하던 차이콥스키 음악들의 향연이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화려하고 웅장한 남녀 군무 모두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춘향’의 백미”라며 “클래식한 한국적 소재와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 한복·과거시험 등 한국 문화 요소 등을 두루 갖춰 글로벌화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SHAO국립창극단_리어_리어 역_김준수
창극 ‘리어’ 리어왕 역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사진제공=국립극장)

실제 부부인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손유희·이현준, 한상이·강민우, 홍향기·이동탁이 페어로 다채로운 춘향과 몽룡을 선사하며 이동탁, 이현준, 강민우, 드리트리 디아츠코프가 변학도로 번갈에 무대에 오른다.


창극 ‘리어’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그 고유의 운율과 시적 언어로 풀어낸 ‘리어왕’을 우리 전통 소리와 우리 말맛을 살려내는 배삼식 작가의 언어로 재해석된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를 비롯해 ‘제7의 인간’ ‘푸가’ ‘트리플 빌’ ‘레플리카’ 등의 정영두 안무가이자 연출, ‘귀토’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한승석,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 등이 힘을 보탠다.

“노자 사상은 물의 철학”이라는 배삼식 작가의 각색 방향에 따라 20톤 가량의 물이 실제 무대에 쓰인다. 양위를 선언하며 ‘상선약수’를 운운하는 리어를 하류쯤 흘러 느릿하게 맴도는 인물로 설정한 ‘리어’에 대해 배삼식 작가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인간의 소멸 과정”이며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새로 흘러드는 물에 저항하는 행위들과 외부적 사건, 인물의 내면 등이 물로 표현된다. 한겨울의 꽁꽁 언 물이 풀리면서 그르렁거리는 이미지가 마지막 전투 장면에 쓰이는가 하면 파문이 일고 폭포에서 떨어지고 장강의 흙탕물이 거슬러 오르듯 거꾸로 튀는 등 물의 이미지들이 극 전반에 배치된다. 

fldjsmsrmfotjdjWosithUntitled-2
창극 '리어'(사진제공=국립극장)

순수의 상징이지만 순신간에 혼탁해지기도 하는 물 위에 띄운 리어의 삶은 저마다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과의 충돌, 갈등, 괴리 등으로 점철된다. 배삼식 작가의 말처럼 창극 ‘리어’는 “한 노인의 집착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제각각의 욕망, 자신의 의지를 어떻게든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부딪히는 공간”이다. 

캐릭터들의 변화도 흥미롭다. 장년 혹은 노년의 배우가 연기하던 리어왕은 30대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가 연기하며 색다른 맛을 선사하며 코딜리어(민은경)가 마냥 선하지도, 거너릴(이소연)과 리건(왕윤정)이 무턱대고 포악하고 악독한 사람만도 아니다. 

리어 거너릴 에드먼드 리건
창극 ‘리어’에서 변주될 거너릴 역의 이소연(왼쪽부터), 에드먼드 김수인, 리건 왕윤정(사진제공=국립극장)

 

거너릴과 리건 그리고 두 자매 사이에서 파국을 부르는 서자 에드먼드(김수인)는 새로운 세대와 낡은 세대가 벌이는 투쟁의 주체로 그려지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에드먼드는 분노한 지금의 2, 30대를 대변하는, 배삼식 작가의 표현처럼 “참 애틋한 인물”로 그려진다. 

생사, 선과 악, 신구 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치닫는 파국은 오히려 고요한 ‘물의 노래’로 마무리된다. 죽음을 맞은 리어와 코딜리어를 실은 쪽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마지막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어리석음과 한계를 인정하고 불투명한 삶을 이제라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다. 

리어에는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 그의 충신 글로스터는 유태평양, 첫째딸 거너릴은 이소연, 둘째 리건은 왕윤정, 막내 코딜리어이자 광대는 민은경, 에드먼드는 김수인 등이 연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