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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갑자기 테니스가 치고 싶어질지도… 영화 '킹 리차드'

[Culture Board] 세계적인 스타 비너스·세리나 자매키운 아버지의 삶 그려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작품상, 여우조연상 등 올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올라

입력 2022-03-23 18:30 | 신문게재 2022-03-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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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리차드
자매 모두 유망했지만 무료 코칭은 한명만 받는 탓에 늘 언니에게 밀렸던 동생 세레나. 그런 딸이 기죽지 않게 보다듬는 엄마의 모습도 ‘킹 리차드’를 보는 또다른 감동이다. 결국 세레나는 아버지의 예언대로 선수로서 더 많은 상금을 따며 승승장구한다.(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낮에는 딸들의 운동을 지원하고 밤에는 경비를 서는 남자가 있다. 이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테니스 선수로 육성할 78페이지짜리 계획서를 작성할 정도로 꼼꼼함은 기본이다. 방 하나에 딸 다섯 명이 침대를 나눠 쓸 만큼 가난했지만 유명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운동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잡지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키운 곳이라면 이메일은 기본이고 직접 만나 테이프를 돌릴 정도로 열성적이다.

 

돌아오는 건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테니스 대신 “농구나 시켜라”는 조롱이었다. 스포츠는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 했지만 부모들의 교육열과 재력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키워낸 아버지에겐 포기란 없었다. 영화 ‘킹 리차드’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주인공이 아니다.  

킹리차드1
실화의 감동코드와 더불어 테니스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영화 ‘킹 리차드’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두 자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리처드 윌리엄스(윌 스미스)는 10대의 대부분이 마약중독이나 언제 총에 맞을지 모르는 위험한 지역에서 아이들을 직접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스포츠 전기 영화가 가진 고난과 성공보다는 미국이 가진 사회적 편견과 아픔에 집중한다. 

 

리처드는 어렸을 적 KKK단과 백인 불량배들을 피해 다녀야 했고 딸들이 막 10대가 됐을 때는 LA폭동을 직접 목격해야 했다. 하지만 인종적으로 무시받았던 그 상처를 아이들이 겪지않게 하기 위해 자신만의 확고한 방식을 이어간다.

 

올 A가 아니면 운동을 시키지 않고 또래가 누리는 경험을 뺏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부모로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자식을 보는 기쁨보다  인간으로서의 행복에 더 집중하는 법을 가르친다. 

 

10대 초반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며 바로 프로데뷔를 할 수 있었던 딸을 4년간 대회에 참석시키지 않은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4개 국어에 능통하며 패션센스가 남다른 비너스·세레나는 실제로도 긴 시간 현역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영화의 촬영기간 중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자신을 연기하는 아역배우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며 디테일한 부분에 최선을 다했다고 전해진다. 

 

‘킹 리차드’의 주인공은 자매를 탄생시킨 아버지지만 그것을 완성하는 건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였던 여성임을 간과하지 않는다. 극 중  리처드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생각을 가진 여자”라고 가르쳤던 할머니의 일화를 들려주는 장면은 비주류였던 흑인들의 설움과 곧 바뀔 세상에 대한 암시로 짧지만 강력한 울림을 전한다.

 

무엇보다 배우 윌 스미스의 부성애는 스크린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이미 ‘행복을 찾아서’를 통해 휴먼 드라마에 특화된 내공을 선보인 그는 ‘킹 리차드’로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앞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제28회 미국 배우 조합상 남우주연상을 이미 수상한 만큼 금빛 오스카도 품을 수 있을지는 24일 극장에서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144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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