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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통과 현대화, 절제미와 액티브함의 공존 ‘일무’

[Culture Board] 서울시무용단, 올해 첫 정기공연 ‘일무’

입력 2022-05-18 18:00 | 신문게재 2022-05-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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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일무' 포스터(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와 정구호 연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 김성호 안무가, 김재덕 음악 및 안무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1막은 선 몇개로만 이뤄진 무대 위에 전통 무용과 이를 현대화한 동작들이 순차적으로 느릿느릿하게 펼쳐진다. 2막에서는 원 몇개가 전부다. 그리고 3막은 여러 개의 선들이 액티브하게 움직이며 전통과 현대화한 동작들이 빠르게 휘몰아친다.  


서울시무용단이 2022년 첫 정기공연으로 ‘일무’(佾舞, 5월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선보인다. 일무는 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한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 중 포함된 무용이다. 역대 제왕의 문덕과 무공을 기리며 일자로 열을 맞춰 추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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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한마음 한뜻으로 기원하는 정신에 방점을 찍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향연’ ‘묵향’ ‘산조’ ‘김주원의 사군자 생의 계절’ 등의 연출이자 삼성미술관 리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16회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인 정구호 연출작이다.

 

전통무용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이, 이를 응용한 현대화는 현재 Akram Khan 무용단원인 김성훈 안무가와 김재덕 모던테이블 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자 T.H.E 댄스컴퍼니 해외상임안무가가 책임진다. 김재덕 안무가는 ‘일무’ 음악 현대화도 함께 수행했다. 


각 막은 전통과 그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무용이 짝을 이뤄 진행된다. 야외에서 공연되던 옛 일무와는 달리 프로시니엄 극장 무대에 오르는 걸 고려해 과장된 모자와 한복 속에 입는 고쟁이 바지를 변형시켜 보색대비를 이루는 의상 등으로 춤의 디테일을 잘 보이게 한다. 


김성호 안무가는 “1, 2, 3단계로 나뉘어져 움직임의 발전이 있다”며 “전통 일무의 동작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현대화하면서 큰 움직임은 작게, 작은 건 크게, 직선은 곡선으로, 느린 음악은 빠르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일무는 스탠딩이 많은데 현대 버전은 역으로 바닥에 누워서 동작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55명이 한번에 무대에 올라 49명의 춤으로 마무리되는 ‘일무’의 백미는 밀도 있는 동작의 합, 일사분란한 통일성이다. 정혜진 단장의 말처럼 “맥시멀라이즈로 이루는 합”은 이 시대의 다양한 춤 언어들로의 변주에도, 보는 사람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에도 고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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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정구호 연출의 설명처럼 “신념에 대한 하나의 의식”인 ‘일무’의 안무와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재덕 안무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간다면 현대인으로서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전통동작들을 짰다”고 털어놓았다. 김재덕 안무가는 “3막 1장은 절제해 심심한 듯 천천히 끌어올리고 2장은 빠르게 흘러간다”며 “절제미와 액티브한 동작들이 섞여 민족적 흥을 더 낸 안무”라고 설명했다.

혼돈과 고난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저마다의 할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사람들, 결국 그 마음들이 하나돼 하늘을 감동시키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정신을 담은 ‘일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수년째 신음하면서도 제 자리를 지켰던 지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원이자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 바람은 55명 무용수들이 한데 모여 혹은 소수이더라도 한뜻으로 펼쳐 보이는 ‘일무’ 속에서 정구호 연출의 귀띔처럼 “꽃”으로 피어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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