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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 현대공예 1세대' 유리지를 만나다

[Culture Board] 사유(思惟)하는 공예가 유리지
11월 27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 첫 기증전

입력 2022-09-28 18:00 | 신문게재 2022-09-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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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사진=허미선 기자)

 

지난해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이 첫 기증전을 연다. 한국 현대 공예작가 1세대로 현대금속공예 발전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故유리지 작가의 기증특별전시 ‘사유思惟하는 공예가 유리지’(11월 27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가 한창이다.

유리지는 1970년 미국 유학을 거쳐 자연 그리고 그 일부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에 천착해 금속공예품, 장신구, 환경조형물, 장례용구 및 제례용품 등을 발표해 해온 작가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 한국 최초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 ‘치우금속공예관’ 관장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던 그의 환경조형물들은 청와대, 롯데백화점, 호텔신라, 대한주택공사, 한양대학교 등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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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1960, 70년대 각박했던 금속공예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양성에 힘쓰며 대중과 공예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유리지 작가 전생에 걸친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에 따르면 이번 전시품들은 “유리지 작가의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327점 중 엄선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유리지를 추억하며’ ‘바람에 기대어’ ‘흐르는 물’ ‘고은보석’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유지지를 추억하며’는 생전 작가의 작업실과 그가 사용하던 도구, 색채 등을 재현한 ‘나의 작업실’ 그리고 가족들 관련 자료들이 전시된 ‘나의 가족들’로 꾸린다. 그의 아버지인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 화백을 비롯해 유리지 작가가 평소 ‘내 자아의 확장’이라고 칭한 가족들의 사진과 그의 작품들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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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사진=허미선 기자)

이 섹션에서는 미국 유학 직후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중후반까지 초창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핀, 크리머 등 공예의 ‘생활 속 흐름’을 중시하던 유지리 작가가 아버지를 위해 제작한 ‘지팡이’, 어머니 김기순 여사를 표현한 ‘속삭임’ 등 쓰임에 충실한 도구로서의 공예,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바람에 기대어’에서는 미국 유학 후인 1980, 90년대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구름, 바람, 바다 등 자연, 그에서 떠올린 심상, 감성 등을 형상화한 ‘타인을 위한 예술’로서의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섬’ ‘밀물’ ‘파도-목걸이’ ‘바람에 기대어’ ‘무인도’ ‘물장구’ 등 은기, 장신구, 작은 조각, 환경조형물 등에는 타원 형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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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사진=허미선 기자)

 

이는 어려서 자란 울진의 죽변항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로 생전 작가는 이 타원에 대해 “내 심리적인 것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요소”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섹션에서는 롯데백화점, 청와대, 호텔신라 등에 남아 있는 환경조형물 작업에 사용했던 도구들, 재질감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축소 모형들 등 관련 아카이브 자료들도 전시된다.  

 

2000년대 초반 아버지 유영국의 죽음, 스스로를 덮친 병마로 탐구하게 된 삶과 죽음, 생명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흐르는 물’ 섹션에 담긴다. 아버지 장례를 위해 제작해 스스로도 올랐던 상여, 향로와 잔, 어머니를 위해 미리 준비한 ‘골호-원숭이 띠를 위한’, 동양화가인 남동생을 위해 만든 ‘붓걸이’ 등과 더불어 ‘십장생과의 여행-수·수(水·壽)’ ‘유수’(流水)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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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사진=허미선 기자)

 

마지막 ‘고은보석’에는 보석공예가였던 여동생 유자야 관장과 협업했던 보석, 장신구 등이 전시된다. ‘고은보석’은 유리지 작가가 세상을 떠나던 2013년까지 유자야 작가와 운영하던 공방으로 이 섹션은 ‘튤립 다기세트’ ‘황금잔’ ‘비취 진주 목걸이’ 등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들로 즐비하다. 

 

이번 기증특별전시와 더불어 유리지 작가 유족들이 후원 의사를 밝혀온 ‘서울시 공예상’(가칭) 제정도 본격 추진된다. 아버지 故유영국 화백을 비롯해 어머니 김기순 여사, 동생인 유자야 전 고은보석 대표·유리지공예관장, 유진 전 카이스트 부총장·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유건 시상건축 대표 등 유족이름으로 6억원 규모의 기부를 받아 2023년 하반기 제정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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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와 동시 진행 중인 9인의 아카이브전(사진=허미선 기자)

한국 현대 공예 발전과 공예작가 활동 지원에 노력한 유리지의 뜻을 기린 상으로 김수정 관장은 “금속, 도자, 전통 등 6개 공예 분야를 둘로 나눠 격년으로 3개 장르씩 나눠 시상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유리지와 더불어 개관전 서울공예발물관에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기증한 이봉주(국가 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와 김승희, 김여옥, 서도식, 신혜림, 정영관, 정용진, 조성혜, 최현칠 등 9명의 금속공예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공개한다. 작가들의 작품 뿐 아니라 그들이 평소 사용하는 책상, 작업도구들 등도 함께 전시돼 생생함을 더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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