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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40여년만에 이룬 꿈’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Culture Board]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입력 2022-10-05 18:00 | 신문게재 2022-10-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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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빈체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40여년 전부터 꿈꾸던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의 ‘고예스카스’(Goyescas, Op.11)로 무대에 오른다. 프레데리크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등 그가 꾸준히 탐구해 오던 음악가들에 비하면 낯선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 이삭 알베니즈(Isacc, Albeniz)와 더불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이다. 스페인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낭만적이고 다채로운 선율을 만들어낸 그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백건우에 따르면 “피아노를 시작하자마자 콩쿠르에 나가고 연주회도 하면서 굉장히 환영받았을 정도로 훌륭한 피아니스트”다. 

당시 유럽문화가 집중된 파리로 유학을 떠났지만 그토록 원하던 파리음악원에는 입학하지 못했고 그 음악원 교수였던 샤를 오귀스테 드 베리오(Charles-Auguste de Beriot)에게 피아노를 사사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와 실내악, 가곡, 교향시, 오페라 등을 선보였다. 

이후 스페인 민속음악 대가 펠리페 페르텔과의 만남 그리고 마리우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등 프랑스 유학에서 가졌던 다양한 작곡가들과의 교류로 스페인 특유의 민속적인 선율과 프랑스 음악계의 주류를 이루던 다채롭고 화려하며 세련된 음악들이 어우러지며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백건우가 연주할 ‘고예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마드리드에서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전시회를 돌아본 후 영감을 받아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이다. 백건우와 이 곡의 인연은 뉴욕에서 수학 중이던 40여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50세라는 늦은 나이에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한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가 연주한 곡이 ‘고예스카스’였다.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빈체로)

이 연주 무대를 접하고 감명을 받은 청년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언젠가는 꼭 앨범으로 녹음하는 꿈”을 마음에 품어왔다. 지난달 19일 앨범 발매로 40여년만에 꿈을 이룬 백건우는 가을의 끝자락 이 음악회에서 “음악을 듣는 동안 카네기홀 햇빛에서 따뜻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백건우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사랑의 속삭임’(Los Requiebros), ‘창가의 대화’(Coloquio en la Reja), ‘등불 옆의 판당고’(El Fandango del Candil),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Quejas o La Maja y el Rruisenor), ‘사랑과 죽음: 발라드’(El Amor y la Muerte. Balada),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Epilogo. Serenata del Espectro), ‘지푸라기 인형’(El Pelele. Goyesca) 7곡 전곡을 인터미션 없이 연주한다. 

그 이유에 대해 “피아노로 하는 오페라 같은 곡이라 그 스토리에 한번 빠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지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동명의 앨범 발매 후 9월 23일 울산중구문화의전당, 24일 부평아트센터, 27일 제주아트센터, 10월 1일 마포아트센터, 6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에서 연주한 백건우는 10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19일 강릉아트센터 무대를 남겨두고 있다. 

경쾌한 선율과 두터운 감정, 상반된 듯한 요소는 이 곡이 가진 비극적 역사에서 기인한다. 이 곡의 연주를 들은 알베니즈의 제안으로 오페라 ‘고예스카스’를 창작한 그라나도스는 1916년 뉴욕에서 오페라 초연 후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도중 독일 잠수함의 공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백건우는 “이 곡에는 그라나도스의 독특한 피아니즘과 어려움이 있다. 악보를 보면 듣는 사람한테는 멜로디가 명확하고 간단한데 그 뒤를 뒷받침하는 라이팅이 굉장히 독특하다”며 “베이스부터 이너 보이스, 화음 자체가 리치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소화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에게 ‘고예스카스’는 자유를 상징하는 곡입니다. 감정 표현에서 자유롭고 해석도 그렇게 했거든요. 클래식이나 프랑스 음악은 형식을 따르게 되는데 그라나도스의 곡은 그렇지 않아 더 인간적이고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며 열정적이죠. 스페인 사람들처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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