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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리 모두가 호동일지도 몰라! ‘2022 무용극 호동’

[Culture Board] 국립무용단 '2022 무용극 호동'

입력 2022-10-26 18:00 | 신문게재 2022-10-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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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 호동
‘2022 무용극 호동’ⓒ황필주(사진제공=국립극장)

 

개인이 집단이 되는 과정에 섞이지 못하는 이의 소외감과 고민, 번뇌 등 그 복잡한 내면을 연인을 위해 자명고를 찢은 낙랑과 호동 설화에 빗댄 ‘2022 무용극 호동’(10월 27~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하 호동)이 개막한다.

‘호동’은 국립무용단 창단 60주년 기념작으로 전통을 바탕으로 무용극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하는 실험이다. ‘무용극’이라는 장르를 정립한 송범 국립무용단 초대단장의 ‘왕자 호동’(1974), ‘그 하늘 그 북소리’(1990)를 오마주한 8장 구성의 작품이다.  

 

2022 무용극 호동_콘셉트사진_(c)황필주 (1)
‘2022 무용극 호동’ⓒ황필주(사진제공=국립극장)

원작의 ‘청룡 춤’ 오마주를 비롯해 비중을 늘린 호동과 낙랑의 2인무, 국립무용단원 44명 전원이 꾸리는 군무, 내외면이 대비되다 내면의 욕망이 폭발해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낙화’ 등도 볼거리다.


‘서편제’ ‘잃어버린 얼굴 1895’ ‘차미’ ‘더 데빌’ ‘곤 투모로우’ ‘나빌레라’ ‘썸씽로튼’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의 이지나 연출이 대본까지 꾸린 ‘호동’에는 ‘아일랜더’ ‘미인’ ‘마마돈크라이’ ‘베르나르다 알바’ 등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음악에 참여한 이셋(김성수) 작곡가·음악감독과 국립무용단의 젊은 단원인 정소연·송지영·송설이 공동안무가로 함께 한다. 

 

더불어 ‘하데스타운’ ‘아마데우스’ 등의 지현준이 호동의 아버지로 최고 권력자인 대무신왕으로 개인 보다는 집단을 하나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강력한 지도자를 표현한다.

한명의 호동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끄는가 하면 무용수 전원이 호동이 되기도 한다. 낙랑 또한 호동의 내면으로 표현되는가 하면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또 한명의 개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이어진 사회적 통제 속에 개인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가에 대해 고민했다는 이지나 연출은 지난 1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호동은 너일 수도, 나일 수도 있다. 가족, 회사, 단체 등에 섞이지 못하는 것이 잘못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며 “집단 광기 속에 소외되는 호동에 자기 투영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비선형적이고 텍스트에 기대지 않은 음악으로 이성을 자극하고 사고체계를 건드리고자 했던 김성수 음악감독은 태평소·당피리·아쟁·편종·사물 등 국악기, 신시사이저와 가상 악기, 인도 전통악기 하모니움, 전자 건반악기, 서양 현악기 등 이질적인 음색들로 음악적 실험에 나선다. 

 

무용극 호동
‘2022 무용극 호동’ⓒ황필주(사진제공=국립극장)

 

힘 있는 국가는 국악기들로, 서사를 가지지 못한 개인의 음악은 전자악기로 표현하는가 하면 노이즈를 비트로 응용하는 전자음악 기법 글리치(Glitch), 다른 박자를 동시에 연주하는 ‘폴리리듬’(Polyrhythm) 등을 통해 부조화 속 조화를 이끌어낸다.  

 

즉흥적이고 단절 없이 물 흐르듯 수행하는 한국무용은 강렬하고 빠르며 절도있게 펼쳐져 상징성을 갖는다. 공동안무가로 참여한 정소연 국립무용단원은 “군무에서조차 무용수들은 각자 호동이 돼 저마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꾸렸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호동과 낙랑의 사랑 이야기 보다는 사회, 운명, 주어진 현실과 대립하는 극한 상황을 맞닥뜨린 개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갈등과 고뇌 등에 초점을 맞춘 ‘호동’은 어쩌면 지금 우리의 투영일지도 모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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