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비바100] 어쩌면 나일지도 몰라! 1억짜리 바나나,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Culture Board]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위'

입력 2023-02-01 19:24 | 신문게재 2023-02-02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Untitled-6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비둘기들이 '유령'처럼 앉아 있다(사진=허미선 기자)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도심의 애물단지 혹은 흉물이 돼 버린 비둘기는 ‘유령’(2021)처럼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작가의 어린시절을 닮은 ‘찰리’(2003)는 조용해야 한다고 배운 미술관 구석구석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종횡무진 누비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간다. 

반면 책상에 앉아 벽을 향해 있는,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 유명 대사를 차용한 ‘찰리는 서핑을 안하잖나’(Charlkie Don’t Surf, 1997)는 공부, 경쟁, 사회 규범 등에 갇혔던 누구나의 청소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shaocattelan
미우라치오 카텔란(사진제공=리움미술관)

어느 드넓은 광야를 쉼 없이 달렸을 말은 지친 듯 축 늘어져 천장에 매달려 있다(노베첸토, 1997). 

 

흰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방 안의 테이블에 고개를 떨군 다람쥐는 한없이 작고 피곤해 보인다(비디비도비디부, 1996). 앞에는 독배일지도 모를 잔이, 바닥에는 권총이 떨어져 있다. 

 

넓은 벽에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하나는 ‘코미디언’(2019)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브레맨 음악대를 모티프로 한 네 종류 동물들의 표정엔 하나같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분노가 서려 있는데 제목은 ‘가족’(1998)이다. 

 

마치 지난해 이태원사태 희생자를 보는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흰 천으로 덮은 9개의 ‘모두’(2007)는 선뜩하기까지 하다.

 

기도하는 소년의 뒷모습을 하고 있지만 얼굴은 ‘그’(2001) 히틀러다. 암홀에 빠진 혹은 바닥을 뚫고 나오는 듯한 남자의 표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서려있다(무제, 2001). 벽에 매달린, 작가 그 자신일지도 모를 남자는 매달린 상태에서도 전방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무제, 2000). 물구나무를 선 두 경관들의 표정은 고통스럽기도 보다는 무덤덤 혹은 편안하다(프랭크와 제이미, 2002).

 

삼성 리움미술관의 2023년 첫 전시인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개인전 ‘위’(WE, 7월 16일까지 리움미술관 로비, M2) 작품들은 어느 시절에나 힘겹게 살아가는, 어쩌면 지금을 버텨내고 있는 저마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우리츠 카텔란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벽에 테이프로 붙인 생 바나나 하나로 파란을 일으킨 작가다.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의 전언에 따르면 “테이프 하나도 허투루 붙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 바나나는 테이프를 붙이는 주체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라는 이유로 12만 달러에 팔려나갔다. 

 

Untitled-34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코미디언'(사진=허미선 기자)

 

작품의 미적,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미술 시스템을 조롱하듯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그 바나나를 먹어치운 후 다시 신선한 바나나로 교체하자 몰려든 인파가 어마어마해 결국 작품 전시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작품의 제목 ‘코미디언’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런 그의 작품 38점을 만날 수 있는 ‘위’는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마우리치오 카텔란: 올’(Maurizio Cattelan: Al)’ 이후 첫 대규모 전시다.  

 

Untitled-29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찰리'(사진=허미선 기자)

미국 워싱턴 소재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를 닮은, 1874년 이래 영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패배한 모든 경기를 나열한 화강암 기념비 ‘무제’(1999~)를 통해 전쟁과 축구를 동일 선상에 둠으로서 냉혹한 과열 경쟁, 그 경쟁으로 인해 번번이 말살되는 개인 마다의 다름과 입장 차이 등에 경고를 던진다. 

 

이처럼 예술은 물론 사회, 정치 등 기존의 시스템에 도전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죽음, 고단함, 소외 등 개인적 감정이자 인류를 관통하는 주제를 특유의 블랙유머 코드로 승화시킨다.  

 

김성원 부관장은 “많은 분들이 바나나 작가로만 알고 있는 이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업 세계가 어떤 것인지, 왜 이 작가가 이렇게 유명해지게 됐는지, 왜 아트바젤에서 바나나 설치만으로 1억이 넘는 가격으로 팔릴 수 있었는지 등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갈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리움미술관은 1990년대 국제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지금 현재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같은 작가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소개를 할 예정”이라며 “그 첫 번째 작가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라고 밝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Untitled-1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4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7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8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8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0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그'(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0_1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그'(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1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가족'(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3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비디비도비디부'(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4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노베첸토'(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5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무제'(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6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어머니'(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7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아버지'(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19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WE'(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20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보이드'(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22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숨'(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23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24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프랭크와 제이미'(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25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비밀'(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26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모두'(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30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31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32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 중 '아홉 번째 시간'(사진=허미선 기자)

 

Untitled-33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