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여성들의 꿈과 연대 담은 웹툰 ‘정년이’, 창극으로 무대 오른다

[Culture Board] 웹툰 ‘정년이’, 창극으로… 16일 첫 무대

입력 2023-03-15 18:30 | 신문게재 2023-03-16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Untitled-1
국립창극단 ‘정년이’ 출연진. 왼쪽부터 허영서 역 왕윤정, 윤정년 이소연, 권부용 김우정(사진제공=국립극장)

  

지난 몇년 간 공연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젠더 프리’(성별과 관계없는) 캐스팅은 이 시절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여성들로만 이뤄져 모든 역할을 소화하는 여성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 ‘정년이’가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창극 ‘정년이’(17~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타고난 소리꾼인 목포 소녀 윤정년이 엄마의 반대를 무릎 쓰고 상경해 여성국극단에 입단하면서 벌어지는 성장극이다.
 

2019년부터 4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되며 사랑받은 서이레 글, 나몬 그림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다. 여성국극 최고 스타 문옥경의 도움으로 매란국극단 연구생이 되자마자 ‘춘향전’ 방자 역을 맡은 정년(이소연·조유아)과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향해 분투하는 여성 소리꾼들의 이야기다. 

 

웹툰 정년이4(제공_네이버웹툰_글 서이레, 그림 나몬))
웹툰 ‘정년이’.(사진제공=네이버 웹툰)

여성국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여성 소리꾼들의 꿈과 열정, 연대 등을 그린 ‘정년이’는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 ‘억척가’ 등으로 호흡을 맞춘 남인우 북새통 대표가 공동극본 및 연출로, 이자람 음악감독이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여성 서사, 악인이 없는 등장인물 모두의 연대”에 방점을 찍은 이야기와 이자람이 “만화를 볼 때처럼 관객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만화 같은 장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50여개의 음악들로 꾸린다.

차세대 남역 스타를 꿈꾸며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실천하는 정년이와 그의 라이벌 허영서(왕윤정), 작가지망생으로 정년이의 1호 팬인 권부용(김우정), 카리스마 넘치는 매란국극단장 강소복(김미진), 여성으로서의 차별에 저항하며 남장을 하고 살아가는 고사장(이연주)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여성 서사, 성장에 대한 욕망, 선의의 경쟁과 서로를 향한 존중 및 응원 그리고 끈끈한 연대 등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정년이 가난을 벗어나는 동시에 스타가 될 길로 선택한 여성국극은 1950년 한국 전쟁 직후 생겨난 창극의 한 갈래로 박녹주·김소희·박귀희·임춘앵 등 여성 소리꾼들이 남성 중심의 국악계 문화에 반발해 1948년 여성국악동호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소리와 춤, 연기 등으로 무장한 종합예술로 대중적인 음악극으로 자리매김한 여성국극은 100여년 한국 창극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족적을 남겼다. 특히 실력은 물론 외모도 출중했던 남자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인기는 물론 부와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여성국극의 남역 배우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진취적인 삶, 대담한 애정 표현 등을 행하며 여성 관객들의 탈출구이자 해방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Untitled-2
국립창극단 ‘정년이’ 출연진. 왼쪽부터 허영서 역 왕윤정, 윤정년 조유아, 강소복 김미진(사진제공=국립극장)

 

극의 중심을 잡는 정년이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심청가’ ‘춘향’ ‘오르페오전’ ‘리어’ ‘트로이의 여인들’ ‘패왕별희’ 등의 창극과 뮤지컬 ‘아리랑’ ‘서편제’ 등의 무대에 선 국립창극단 대표 소리꾼 이소연 그리고 ‘우주소리’ ‘흥보씨’ ‘코카서스의 백묵원’ ‘놀보가 온다’ 등에서 익살스러운 역할을 주로 연기했던 조유아가 더블 캐스팅됐다.

137회에 달하는 웹툰 중 정년의 성장 그리고 라이벌 영서, 지원군 부용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나갈 창극 ‘정년이’에는 현대적 사운드에 어우러지는 판소리, 트로트, 육자배기 토리, 신민요 등 다양한 음악장르와 ‘자명고’ 등 여성국극에서 실제로 공연됐던 작품들이 극 중 극 형식으로 재미를 더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