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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재벌3세와 평범한 청년, 베니스와 벨몬트 그리고 지금! 록재즈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고난 끝에 희망이 아장아장 걸어오네!

[Culture Board]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들', 록재즈 창극으로…8일부터 해오름극장 무대

입력 2023-06-07 18:00 | 신문게재 2023-06-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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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프레스콜 (15)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잦게 무대에 오르는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한국 전통 장르라는 틀과 현대적인 서사로 변주돼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리어왕’을 노자사상에 빗대 창극화했던 국립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록재즈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6월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로 변주해 선보인다.

16세기 베니스를 배경으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친구의 사랑을 위해 그에게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죽을 위기에 처한 젊은 상인 안토니오의 이야기는 대자본에 맞서는 젊은 소상인들의 분투로 변주돼 지금을 빗댄다. 

이성열 연출, 김은성 작가, 한승석 작창가, 원일 작곡가 등의 의기투합으로 변주된 ‘베니스의 상인들’은 종교적, 인종적 설정도 변형시킨다. 원작의 유대인 샤일록에 투영된 그 시대의 종교적, 인종적 편견을 걷어내고 지금에 맞게 새로운 서사로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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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중 샤일록 역의 김준수(사진제공=국립극장)

이성열 연출은 “우리 시대에 맞는 작품으로 단순히 웃고 즐기는 작품만은 아니다. 그 웃음의 내용에는 희망이 있다”며 “우리를 가로막고 있고 벽, 장애물들을 젊은이들의 사랑과 패기, 시민과의 연대, 협업 등으로 뚫고 나가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 살아갈 힘과 웃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김은성 작가의 설명처럼 “원작의 샤일록이 사회적 약자처럼 느껴졌다. 돈만 있을 뿐 기독교 사회에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고리대금업을 떠맡아야 했던 인물이다. 그런 지점에서 낭만적으로 무역하고 사랑놀음을 하면서 잘 지내는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는 노인을 혼내는 느낌이라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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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중 상인조합 리더로 변주된 안토니오 역의 유태평양(가운데)와 상인들(사진제공=국립극장)

이에 ‘베니스의 상인들’의 각색 포인트는 “대규모 무역상사 수장 샤일록과 소규모 상인조합과의 대결구도로 바뀐 것”이다. 샤일록(김준수)은 3대를 이어온 대자본가로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재벌3세로, 안토니오(유태평양)는 베니스 상인조합의 리더로 변화를 맞는다. 나잇대 역시 샤일록은 60대 노인에서 40대 젊은 자본가로, 안토니오는 30대 청년사장으로 변주된다. 

 

바사니오(김수인)와 포샤(민은경)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가슴살 1파운드를 걸고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 안토니오와 이를 빌미로 상인조합을 해체할 계략을 꾸미는 샤일록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상인들이 연대해 베니스의 잔인한 법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로 변주되면서 무대는 빚을 갚지 못하면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낸다는 냉혹한 법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공간 베니스와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환상적인 공간 델몬트로 구분돼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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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이성열 연출은 “베니스는 차갑고 엄격한 고딕 풍으로, 벨몬트는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대비시킨다”며 “의상 역시 베니스는 기계적이고 어둡고 직선을 많이 활용했고 벨몬트는 인도풍의 이국적 분위기를 가미했다”고 밝혔다. 

원일 작곡가는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을 ‘록재즈 창극’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샤일록의 음악은 록적”이라며 “일렉트릭 기타가 사용되고 드럼 비트가 강력하게 위압적인 사운드들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베니스의 상인들_샤일록, 안토니오_사진 노승환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샤일록 역의 김준수(왼쪽)와 안토니오 유태평양(사진제공=국립극장)

 

이어 “음악이 끝나고 대사가 넘어갈 때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공상적인 세계를 사운드로 불러일으키고 싶었다”며 “한편으로는 국립창극단이 가진 정체성 중 하나인 수성반주(소리꾼이 선창하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악기가 그대로 따라가는 반주)는 베니스 상인조합원들이 파탄을 맞을 때 그 진수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의 얼굴과도 같은 김준수가 연기하는 샤일록은 가진 자의 여유,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로 개인사업자 조합을 해체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에 샤일록은 상대를 압도하는 록적인 사운드로 표현된다. 반면 이성열 연출의 표현처럼 “오뚝이처럼 생긴” 유태평양이 연기하는 안토니오는 샤일록에 맞서기 위해 조합원들과 상인들을 설득하고 일깨우는 목소리와 리듬을 위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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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이성열 연출은 “젊은이들이, 지혜로운 여성이, 그 안에 한데 모인 시민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이뤄내는 서사를 통해 건강한 에너지에서 오는 희망, 밝은 웃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기대를 전했다.

“안토니오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영웅이 아니에요. 굴하지만 다시 딛고 일어서고 무너지지만 또다시 일어서는 안토니오의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관객들이 나 같은 평범한 서민이지만 용기를 내니 뭔가를 해낸다는 위안을 받길 바랍니다.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고자 기획된 작품이고 안토니오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 격의 인물이죠. 김은성 작가가 대본에 ‘아장아장 걸어오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말 밝은 내일이 우리에게 아장아장 걸어오는 것 같은 극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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