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삶은, 나 자신조차도 전리품이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

[Culture Board]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입력 2023-06-14 18:00 | 신문게재 2023-06-15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armyonttree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신병 역 손석구(왼쪽부터), 여자 최희서, 상관 이도엽.(사진=LG아트센터 제공)

어쩌면 삶은 전쟁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매순간 내리는 선택은 내 안의 전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그렇게 방향을 정한 삶은 전리품과도 같다. 

1945년 태평양전쟁 후반부의 오키나와 전투 중 본섬 북서쪽 작은 섬 가쥬마루 나무 위에서 2년여를 버틴 두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나무 위의 군대’(6월 20~8월 5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는 그런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ssssUntitled-1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상관 역의 김용준.(사진=LG아트센터 제공)
작품에 반전 메시지, 사회비판 등을 담았던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미완성 유작을 호라이 류타가 완성해 무대에 올린 연극으로 뮤지컬 ‘데스노트’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로 2013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15년 초연 이래 두 번째 시즌이다.

류쿠국이라는 독립국가였던 오키나와는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에 의해 오키나와 현으로 병합된 후 태평양 전쟁으로 미국, 1972년 다시 일본 등으로 소유가 바뀌면서 섬 주민들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공간이다. 

전쟁 중인 이 공간을 배경으로 본토에서 파견된 풍부한 전투경험의 상관(김용준·이도엽, 가나다 순)과 자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 이웃들을 지키고자 입대한 오키나와 출신의 신병(손석구), 적군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에 올라간 두 사람 곁에 모습을 드러낸 신비로운 여자(최희서) 등이 펼쳐가는 이야기다.

원칙과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상관은 적군의 식량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극한의 배고픔에 의도치 않게 눈치를 보게 만드는 신병을 죽일 생각을 하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목소리 높여 대의명분과 군인정신을 외치지만 원초적 본능(?)에 맞닥뜨려서는 번번이 신념과 대의, 권위를 져버리곤 한다. 

자원입대한 열혈 신병은 고향과 이웃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상관을 뜨끔하게 하는 인물이다. 그저 내 고향, 가족과 친구를 지키고자 내뱉은 말과 행동이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관을 자극하는가 하면 믿고 따르던 상관의 변화에 분노하고 대립하면서도 결국 동조하게 되는 경우들도 생긴다. 

2023나무위의군대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습 현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양극단을 오가며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관은 드라마 ‘작은 아씨들’ ‘아다마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과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데스트랩’ ‘진실X거짓’ ‘네버 더 시너’ 등의 이도엽, 영화 ‘다음 소희’ ‘82년생 김지영’, 드라마 ‘자백’, 연극 ‘보이지 않는 손’ 등의 김용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나무 위의 군대’는 ‘카지노’ ‘나의 해방일지’ 등의 손석구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동주’ ‘박열’ ‘옥자’ 등 최희서의 연극 복귀작으로 2014년 배우들이 각출해 무대를 올렸던 ‘사랑이 불 탄다’ 이후 9년여만이다. 

 

손석구는 오롯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신병을, 최희서는 두 사람 곁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그 이야기 속 전쟁 피해자들이기도 한 여자를 연기한다. 

page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습 중인 손석구(왼쪽)와 최희서(사진제공=LG아트센터)

표면적으로 안정화된 나무 위에서의 생활에는 여전히 계급이 존재하고 선택과 갈등의 연속이다. 종전을 알리는 편지가 도착하면서 두 사람이 겪는 갈등과 고민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안정된 생활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안간힘을 쓴다. 

 

한국 초연 당시 여자 역의 배우 강애심이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꼽았던 “지켜주고 있는 것이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거기에 매달리고 매달리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믿는 거다”는 ‘나무 위의 군대’가 지닌 핵심 메시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고 전세계가 에너지, 물류 등의 대란을 겪고 있다. ‘나무 위의 군대’는 전쟁 막바지 적군을 피해 나무 위로 피한 두 군인을 통해 개인, 지역, 국가 그리고 세계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서로에게 영향 받고 있음을 각인시킨다. 더불어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인간이 지켜야할 것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