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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환경 문제로 풀어낸 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

[Culture Board] 프렐조카주 발레 ‘백조의 호수’

입력 2023-06-21 18:30 | 신문게재 2023-06-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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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

 

“아버지로서 다음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합니다. 제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것들을 물려주게 될지 궁금하거든요. 800여종의 동물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백조가 뭔지는 알까요?”

그래서 환경 문제였다. 세계적인 안무가 앙줄랭 플레조카주(Angelin Preljocaj)의 ‘백조의 호수’(6월 22~25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 홀)는 이같은 그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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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La Fresque) 이후 4년만에 한국을 찾은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새로운 공연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올리게 돼 기쁘다”며 “자연을 건축에 융합하는 그의 건축 철학은 ‘백조의 호수’를 통해 제가 다루려는 주제와 일치한다”고 부연했다. 

 

오데트는 환경운동가로, 지그프리드는 시추기 판매기업의 본사 대표이자 호숫가에 공장을 세우려는 투자자의 아들로, 로트바르트는 지그프리드 아버지의 공장 건립 의지를 부추기는 부동산업자로 변주된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에서 눈여겨 볼 캐릭터는 지그프리드와의 관계가 강조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의 아버지는 권력을 남용하는 폭군이며 어머니는 보호적이고 플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특히 지그프리드의 아버지는 마법을 쓰는 로트바르트와 죽이 잘 맞는 인물로 환경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호수 주변 개발을 위해 투자자인 지그프리드 아버지와 손잡아야하는 부동산업자이자 마법사 로트바르트는 개발사업에 방해가 되는 오데트를 백조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백조가 된 오데트는 호수 개발에 열을 올리는 지그프리드의 아버지와 로트바르트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한눈에 오데트에 빠져버린 지그프리드는 자연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호수 개발을 막으려고 하지만 로트바르트와 손잡은 아버지는 결국 목적을 달성한다. 이 과정에서 로트바르트는 오데트를 꼭 닮은 딸 오딜(블랙스완)을 동원해 지그프리드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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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

 

아름다운 호수 인근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부동산업자, 그로 인한 환경파괴로 희생되는 백조 이야기로 변주된 ‘백조의 호수’는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러시아 고전 발레를 완성한 프랑스 안무가이자 무용수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 기념하는 소품 ‘유령’(Ghost)을 위촉받으면서 시작했다. 프티파를 기념하는 갈라의 일부였던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를 멈추고 싶지 않은” 앙줄랭 플레조카주에 의해 본격 변주돼 무대에 올랐다. 

 

90%의 차이콥스키 음악에 79D가 ‘바이올린 협주곡’ ‘서곡’ ‘교향곡’ 등을 바탕으로 새로 작곡한 10%의 현대음악들이 어우러지는가 하면 백조의 에로티시즘 등 ‘백조의 호수’가 가진 본연의 상징들에 현대의 사회 문제들이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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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야기의 원래 구조와 등장인물들의 낭만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는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지만 판타지적인 측면은 보존되죠. 반면 안무는 완전히 새로 쓰여졌습니다. 그것은 마치 건설 라인이 있는 청사진을 받고 그 위에 건축하도록 요청받는 것과 같았어요. 프티파만의 전통적인 기본 구조 위에서 완전히 다른 안무를 재창조했죠.”

새가 날아오르면서 땅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팔을 사용한 점프, 기립 등이 주가 되는 안무, 2막 ‘화이트 액트’(White Act) 중 백조들의 춤은 그렇게 탄생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가장 눈여겨 볼 장면으로 “2막 마지막 둥근 대형의 백조들 장면”을 꼽으며 “이 장면은 고전 발레 및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한다. 이는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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