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로 인간 지휘자 최수열과 AI로봇 지휘자 에버6가 한 무대에 오른다(사진제공=국립극장) |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로 인간 지휘자 최수열과 AI로봇 지휘자 에버6가 한 무대에 오른다(사진제공=국립극장) |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 무대에 오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국립극장) |
에버6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레퍼토리 중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의 ‘말발굽소리’를, 최수열 지휘자는 황병기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 김성국 작곡의 ‘영원한 왕국’을 지휘한다.
에버6가 지휘할 ‘깨어난 초원’과 ‘말발굽소리’는 몽고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들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수행하는 에버6의 특성에 맞춘 선곡이다.
눈에 띄는 실험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손일훈 작곡가에게 위촉한 신작 ‘감’이다. 정해진 시나리오와 악보 없이 연주자들의 감에 따라 진행되는 즉흥곡으로 최수열 지휘자는 연주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고 에버6는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담당하며 인디케이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개발을 담당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박사의 설명처럼 에버6는 “프로그램된 대로 시연하는 로봇”으로 “공연 전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짜여진 대로 동작을 한다.” 챗GP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아니라 정예지 로봇학습지휘자의 ‘모션 캡처’가 적용된다. 에버6는 정예지 로봇학습지휘자의 모셥캡처 동작을 6개월간 학습하고 그의 관절에 맞게 모션 리타깃팅(데이터변환)해 동작구현이 가능해졌다.
공연에 앞서 26일 진행된 연습실 공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에버6의 장점은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입을 모으는 “정확한 박자감”이다. 더불어 에버6는 듣지 못하는 로봇으로 어떤 타협이나 흔들림 없이 정확한 박자감만을 표현한다.
이는 감정, 그날의 컨디션, 고유의 호흡 등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연주자들과의 교감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날 연습 현장에서도 최수열 지휘자가 밝혔듯 “위험한 순간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최초의 AI로봇 지휘자 에버6는 아직까지 “음악가들에게는 트레이너 역할” 정도의 가능성에 머무르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사진제공=국립극장) |
지휘자는 무대 위에서 지휘봉만을 흔들어대는 사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악단의 소리를 듣고 저마다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제안과 설득을 통해 악단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공유한다. 각 연주자들의 호흡과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나아갈 방향에 맞춰 악단을 아우르고 이끄는 역할 또한 지휘자의 몫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로 인간 지휘자 최수열과 AI로봇 지휘자 에버6가 한 무대에 오른다(사진제공=국립극장) |
‘부재’가 로봇을 위해 인간이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프로젝트로 비춰질 수도 있다. 혁신적인 예술의 탄생 조짐도 아직까지는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재’는 함께 만드는 예술가들에게도, 관람객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무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