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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프로이트와 루이스, 그들은 그렇게 논쟁했다! 연극 ‘라스트세션’

[Culture Board] 연극 '라스트 세션'

입력 2023-07-05 18:00 | 신문게재 2023-07-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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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 세션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의 신구(왼쪽)와 루이스 이상윤 (사진제공=파크컴퍼니)

 

“진정한 지성인은 자신의 생각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한번 되짚고 그 안에 뭔가 진리가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를 연기할 남명렬의 말처럼 그런 면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 7월 8일~9월 10일 대학로 TOM 1관)은 “진짜 지성인들 간의 대화”다. 

연극 라스트 세션
연극 ‘라스트 세션’ (사진제공=파크컴퍼니)

여든을 훌쩍 넘긴 베테랑 배우 신구를 비롯해 연극 무대에서 수십년을 연기한 남명렬까지도 여전히 고민하게 하는 연극 ‘라스트 세션’은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를 바탕으로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무대화한 작품이다.


현재까지도 저명한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등의 작가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가 ‘신의 존재’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 초연, 2022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세 번째 시즌은 초연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프로이트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신구의 전언처럼 “보다 대사를 이해하기 쉽게, 단어를 바꾸기도 하면서 풀어낸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 실제로는 만난 기록을 찾을 수 없는 프로이트(신구·남명렬)의 서재에 C.S 루이스가 방문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1939년 9월 3일은 실제로 프로이트가 사망하기 20일 전이며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선포한 날이다. 이날 ‘신의 존재’를 두고 두 사람의 전쟁과도 같은 논쟁은 시작된다. 그 하루의 이야기 ‘라스트 세션’은 스스로의 신념만을 따르던 프로이트가 루이스와의 만남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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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 (사진제공=파크컴퍼니)

자신의 머리나 지식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해석되지 않는 것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래서 음악도 절대 듣지 않았던 프로이트는 논쟁이 끝나고 루이스가 돌아간 후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초연 후 3년여만에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온 남명렬은 “자신의 생각이 옳으면 그 방식대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음악을 듣지 않던 프로이트가 듣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마지막은 신에 대한 다른 의견과 책임감으로 치열하게 토론한 두 사람이 상대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프로이트의 무신론자 보험판매원과 목사의 농담을 마지막으로 논쟁을 끝낸 루이스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지만 인생을 살면서 위험을 처할 때를 대비한 보험과 같은 것이 있어도 좋겠다’고 얘기하면서 나가죠. 그런 루이스나 듣지 않던 클래식 음악을 듣는 프로이트는 서로의 생각만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다시 돌아보는 진짜 지성인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연극 라스트 세션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의 신구(사진제공=파크컴퍼니)

 

‘라스트 세션’으로 세 번째 프로이트를 만날 채비 중인 신구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유태인 프로이트가 어릴 적 아버지와 인도를 걷다 경험한 일화를 짚었다.

“누구를 혐오해야할지 지금도 모르겠어.”

인도를 걷는 아버지의 모자를 쳐 떨어뜨리며 “이 유태인 놈아! 인도로 다니지 말라고!”라고 일갈하는 남자에 아버지는 그저 인도에서 내려가 진흙 위에 나뒹구는 모자를 집어 쓸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치스럽고 분노가 치미는 이 상황에서 어린 프로이트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 모를 혐오를 느꼈다.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부당한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소수와 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다수,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시스템, 혐오로 점철된 갈라치기…. 오래 전 일이지만 2023년을 사는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듯 방독면을 지참하는 무대 위 장면들은 2020년부터 3년여를 괴롭혔던 신종코라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을 맞닥뜨린 인류의 일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쟁 중인 세계,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알려진 석학들, 어쩌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라스트 세션’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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