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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 ② 방송은 나의 힘, 마을공동체 라디오 ‘동작FM’

마이크가 필요한 이들에게 열린 방송, 주민의 진통제이자 즐겨찾기 되고파!

입력 2014-08-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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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FM주민라디오제작교육중실습장면

‘누구나 스피커이며 사회적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

노량진의 허름한 건물 지하에 차려진 마을공동체 라디오 ‘동작FM’은 이 한 문장에서 시작했다. 마을주민이 DJ이며 PD, 작가, 초대 손님이 돼 주민에게 말을 거는 지역밀착형 라디오다.

동작FM의 주민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동작구인 사람 뿐 아니다. 동작구에 있는 학교, 직장 등을 다니거나 동작구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이들로 확장된 생활권 개념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팟캐스트 라디오다.

동작FM의 출발점은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이었다.

농촌방송, 마을 라디오 등 대안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회학도 양승렬 대표가 2012년 여름, 서울시로부터 라디오 제작 교육을 위한 강사비와 장비 임대비, 사업 진행비 등 600여만원을 지원받아 10개월 동안 운영하다 주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2013년 1월에 개국했다.

재원이라고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45명 주민들의 후원금 40여만원과 2014년에 처음으로 서울시에서 받은 지원금 1000만원이 전부다.

PD이자 엔지니어인 양승렬 대표와 라디오 제작 교육을 수료한 10명의 주민이 모여 시작한 동작FM은 현재 세 명의 상근 PD와 23명의 주민DJ가 9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9개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까지 고려하면 일주일에 50명 이상이 동작FM을 찾는다.

초반에 비하면 ‘문전성시’라 표현할 수 있는 변화에 김정변지 PD는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마을’이라는 문구에 끌려 합류했는데 많은 것을 배우며 마을 미디어의 무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지역민들 사이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지역 현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노량진역 천문대 건설 사업은 꾸준한 문제제기와 정보공개 청구 등으로 지역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사례다.

201407동작FM 편성표

◆두 살배기 지역라디오의 힘, 열정과 사명감
“1년만 버텨보자”고 시작했던 것이 만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전적 대가는커녕 개인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하는 공동체 라디오가 꾸준히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명맥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포, 관악 등 주파수로 방송을 하는 지역 라디오 7개, 팟캐스트형 라디오 15군데가 있지만 동작FM처럼 꾸준히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동작FM의 장수(?) 비결이자 경쟁력은 오롯이 지역밀착형, 주민주도형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다.

동작FM과 시작을 함께 한 ‘동작사랑방 수다 만만세’ ‘싸구려커피’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등은 벌써 64회를 맞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동작사랑방 수다 만만세’는 이미숙, 김영림 씨가 진행하는 토크쇼로 현직 변호사의 생활법률상담, 초대 손님과의 편안한 수다 등으로 구성된다.

‘싸구려커피’는 자칭 ‘얼굴마담’ 서난정과 ‘싼티 바리스타’ 강진석이 이끄는 버라이어티 쇼, 맹명숙, 김학규 씨가 진행하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는 지역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과 제작·진행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소박하지만 흥미롭다.

‘딴데서 하니까 따라하는 라디오, 딴따라’는 유명 음악전문 웹진 ‘이즘’(www.izm.co.kr)의 젊은 필진들인 조아름, 황선업, 김반야 이수호, 신현태가 전하는 음악이야기다. ‘봉숙씨의 메탈 헤븐’은 메탈과 록 마니아인 50대 주부 유화숙 씨가 장르별, 뮤지션별로 정리한 노래들을 방송한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뉴스 토크쇼 ‘이상한 나라의 늬우스’, 20대 여성의 문화코드 ‘두근두근 내 인생’, 모든 이들의 역지사지를 꿈꾸는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취업준비생들의 시시콜콜 고민거리를 담은 ‘훈남들의 수다 놀이터’ 등이 절찬리에 방송 중이다.

이들은 직접 대본, 선곡, 섭외까지 책임지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가 바라지 않고 자신들의 시간과 비용, 노력을 투자해 방송을 하는 힘은 ‘열정’과 ‘사명감’이다.

최근에는 지역 미디어 개국을 위해 여러 군데서 동작FM으로 견학을 오거나 컨설팅을 의뢰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양승렬 대표는 “100만원 남짓의 비용이면 마을공동체 라디오를 개국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청취자가 한 명 뿐이라도 약속을 지키야 한다는 사명감과 의지가 담보되어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동작FM 2014년 2월 운영위원회 뒤풀이

◆동작FM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진통제, 주민의 즐겨찾기 되고파!
개국부터 ‘동작사랑방 수다 만만세’를 진행하고 있는 김영림 씨는 동작FM에 대해 “많은 이들을 만나게 해주는 그물이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만 또 사람으로 인해 치유하는 것처럼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고 배우고 있다”고 전한다.

“신기하게도 아파 죽을 것 같은 날에도 방송만 시작하면 괜찮아진다. 동작FM은 진통제다”라며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람들이 온기를 감지하고 찾아 든다”고 덧붙인다.

동작FM은 함께 만드는 작은 공동체이고 저마다의 재능을 발산하는 놀이터이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진통제다.

10번째 프로그램 ‘친절한 영화씨’(가제)를 준비 중인 동작FM의 양 대표는 “마이크가 필요한 이들에게 항상 열려 있는 공간, 주민들의 즐겨찾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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