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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아내도 '번쩍'…세상 다 가진 기분 주는 '역도'

[아침밥상이 달라지는 취미]'장미란 스승' 이명수 감독의 취미 역도 교실 '스트롱라인'
男 뒤태 예뻐지고 女 옷맵시 좋아져 성취감 상상초월

입력 2015-01-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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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제1회 종로구연합회장배 역도 대회 우승자 오민태(31)씨가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뒤태에 눈이 간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보이는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그 사람 내면에 들어찬 활기를 짐작하게 한다. 그 위로 예쁘게 뻗어 나가는 상체 라인은 음식을 먹지 않고 하는 다이어트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뱃살을 잡아주는 탄탄한 복근과 잘 발달한 상체 근육은 세월이 흘러도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하체와 상체를 고루 발달시키고 근육에 탄력을 더하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 역도예요. 몸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역도는 일상생활 속에서 뒤틀린 신체를 바로 잡아주고 전체 라인을 예쁘게 만들어줘요. 특히 몸에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나이 든 사람에게 좋은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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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경기대는 너비 4m, 길이4m, 두께 10㎝의 정사각형이어야 한다. 무거운 바벨을 안심하고 바닥에 던질 수 있도록 그 속은 나무와 단단한 플라스틱 등으로 채우고 표면은 미끄러지지 않는 물질로 덮는다.

 

 

과거 국가대표 역도 선수로 세계대회에서 다수의 메달을 획득했고 장미란 선수를 지도한 이명수(59) 종로구청 역도 선수단 감독이 말하는 역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이다.

그는 “선수들의 비대한 몸과 대회에서 간혹 발생하는 사고를 보며 역도를 어려운 운동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정확히 동작을 배우고 자기 능력에 맞게 무게를 조절하면 이것만큼 안전하고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이어 “역도가 디스크를 유발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바른 자세를 기를 수 있어 디스크에 걸릴 위험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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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로 하나가 된 ‘스트롱라인’회원들로 뒷줄 왼쪽부터 이명수(59) 감독, 천명수(46), 홍종민(46), 김종철(32), 이한(35) 사무장. 사진 앞줄에는 지난해 열린 제1회 종로구연합회장배 역도 대회에서 1등을 한 오민태(31)씨가 바벨을 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명수 감독의 취미 역도 교실 ‘스트롱라인’은 현재 서울 종로구 올림픽기념생활관에서 열리고 있다. 평일 오전과 오후에 열리는 강좌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체육관은 늘 북적인다.

현장에는 남녀 구분 없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발 앞에 높은 바벨을 허리로, 다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땀을 흘리고 있다.

각자 드는 무게는 다르지만 역도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선 결코 가볍지 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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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천명조씨는 역도를 시작한 후 소파에 잠든 아내를 가뿐이 들어 침대로 옮기는 로맨틱한 남편이 됐다.

 

 

프로그래머 천명조(46)씨는 직업의 특성상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40대가 되면서 어느 순간 전과 같지 않게 무거워진 몸을 느낀 그는 2013년 4월부터 역도를 시작했다. 역도는 그에게 힘 있는 변화를 선물했다.

소파에 누워 잠자는 아내를 가볍게 들어 침대로 옮기는 로맨틱한 남편이 된 것도 역도 덕분이다. 예전 같으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천씨가 말하는 역도의 매력은 ‘성취감’이다.

그는 “처음 바벨을 들 때는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계속 들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게 된다”며 “그렇게 무게를 늘려가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웃으며 자랑한다.

역도를 하는 남자의 특징이 균형 잡힌 근육이라면 여자는 탄력 있는 예쁜 신체 라인이 눈에 띈다. 바벨을 드는 모습만 보아서는 30대 초반으로 판단되는 임혜원씨는 올해 47살이다.  

 

지난해 5월부터 역도를 시작한 그녀는 “일반적으로 헬스는 몸의 외형을 가꾸지만 역도는 신체 내부에서부터 근육이 다듬어지는 느낌”이라며 “옷을 입으면 그 맵시도 달라져 하면 할수록 여자에게 좋은 운동 같다”고 말한다. 그 곁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노은아(37)씨는 회원 중에서도 유독 몸이 작다.

155cm의 신장에 몸무게 45kg. 2013년 3월에 처음 역도를 시작할 때 몸무게는 39kg으로 지금보다 더 왜소했다.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출산으로 약해진 몸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서였다.

그는 “2010년에 출산을 하고 아기 젖 먹이면서 체력이 너무 떨어진 것을 느꼈다”며 “그러다 역도를 시작했고 기본 동작을 하나씩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다니게 됐다”고 전한다. 꾸준히 체력을 회복한 노씨는 얼마 전 열린 역도대회에서 도전 정신을 인정 받아 여자부 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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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하는 김하나(36)씨는 역도의 장점으로 ‘효율성’을 꼽는다. 10분 남짓 잠깐동안 바벨을 들어올린 그의 이마에는 어느 순간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김씨는 “평소 야외 운동을 즐기고 헬스도 꾸준히 했지만 역도는 그 중에서도 시간대비 가장 큰 만족감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체육관은 종로구에 있지만 회원들 대부분은 다른 지역 사람이다. 일부는 한강을 건너 오고 또 누군가는 도(道)의 경계를 넘어오기도 한다. 노은아씨가 사는 곳은 경기도 용인이다. 또 다른 여성 회원인 김하나(36)씨의 거주지는 서초구 방배동이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곳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국체육대학교를 제외하면 역도를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줄고 헬스클럽이 대중화되면서 역도는 그저 올림픽 때나 한 번씩 기억하는 운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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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59) 종로구청 역도 선수단 감독은 선수 양성과 함께 역도를 생활체육으로 보편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가 직접 일반인에게 역도를 가르치는 ‘스트롱라인’ 역도 교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열리고 있다. 여성 전용반은 오전 10시다. 이 감독은 “야간반과 주말반을 열어달라는 회원 요청이 많지만 본인의 체력과 시설 문제로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유럽이나 선진국에선 ‘역도가 신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보편화되어 있지만 국내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이 감독의 이러한 열정은 전국 최초 ‘서울 종로구 생활체육 역도 연합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2014년 12월 6일에 열린 공식 출범식과 함께 제1회 종로구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 대회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글·사진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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