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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아이돌 유희열, 함께 해서 고마웠던 20년

유희열 콘서트 ‘DA CAPO’, 어벤져스급 게스트 총출동
유희열 “공연 통해 많은 힘 얻고간다”울먹여

입력 2015-04-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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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공연_안테나뮤직 제공 (6) (1)
토이 유희열(사진제공=안테나뮤직)
김동률이 자신의 전매특허인 소를 몰자 윤종신은 스캣(가사 대신 아무 뜻도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으로 맞받아쳤다. 이적과 성시경은 “노래에 숨 쉴 곳이 없다”며 작곡가를 탓하고 김연우, 김형중, 이지형은 마치 제집 마냥 목청을 틔운다.

결혼을 앞둔 신재평은 수줍어했고 큰 무대가 처음인 권진아는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관객을 매혹시켰다. 화려한 덤블링이나 불꽃쇼는 없었지만 20년의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은 추억들이 말과 노래를 통해 드넓은 체조경기장을 채웠다.

유희열이 이끄는 원맨 프로젝트 토이의 단독 콘서트 ‘다 카포(Da Capo)’가 지난 2일과 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07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6집 기념 콘서트 이후 7년만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그간 토이 앨범에 참여했던 보컬리스트들 대다수가 참여했다. 7집에 참여한 이적과 김동률, 성시경, 이수현(악동뮤지션) 크러쉬, 빈지노, 권진아가 무대에 올랐고 과거 토이와 함께했던 김연우, 김형중, 이지형, 조원선, 윤하, 페퍼톤스 신재평 등도 함께 했다. 우리 대중문화의 황금기를 이끈 어벤져스급 가수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라디오천국’으로 포문을 연 것은 3시간이 넘는 공연의 성격을 확실히 말해준다. ‘라디오천국’은 지난 1999년 발표된 ‘익숙한 그집앞’ 삽화집 수록곡이다. 유희열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KBS2 FM에서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토이 공연_안테나뮤직 제공 (7)
토이 유희열(사진제공=안테나뮤직)


프로듀서, 작곡가로 뮤지션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던 유희열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다가간 매체가 라디오다. “화려한 불쇼같은 게 없어 체조경기장 관계자 분들이 걱정했어요. 그렇지만 우리에겐 20년 동안 밤마다 쌓은 추억이 있어 괜찮아요”라는 유희열의 멘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말대로 토이 콘서트에 화려함은 없다. 대신 가수들의 노래와 입담이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알차게도 채웠다. 이적이 ‘리셋’으로 포문을 열고 김연우가 ‘거짓말 같은 시간’과 ‘여전히 아름다운지’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7집을 통해 처음으로 토이 앨범에 합류한 김동률과 성시경은 여성 관객들의 열광과 환호를 이끌어냈다. 유희열의 초대 뮤즈인 조원선을 비롯해 윤하와 이수현(악동뮤지션), 권진아 등 여성 객원 보컬들도 고혹적인 음색으로 관객을 홀렸다.

역대급 보컬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유희열의 무대였다. 이적과 김연우 사이에서 ‘내가 남자친구라면’을 부른 뒤 쑥스러워하며 “그래, 우리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라고 웃어보였고 ‘취한 밤’을 부르며 먼저 간 음악 동료 신해철을 그리워했다. 좁은 어깨를 들썩이며 흘러나오는 희미한 음색은 투박했고 음정은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희열은 “한 때 길을 잃은 것 같았다. ‘뭐 때문에 살지’ 했는데 공연장에 오니 ‘나 괜찮을 수 있겠구나’ 싶다”고 울먹였다. 많은 힘을 얻고 간다는 유희열, 그의 노래 ‘스케치북’ 가사처럼 소중한 것들을 잊은 채 이기적인 삶을 걸어왔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우쳐 준 밤이다.

그저 잘못되면 처음 다시 지우개로 지우면 되니까. 유희열의 공연은 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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