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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이런 부부 또 없어! 연극 ‘안녕, 여름’ 정문성·최유하

입력 2016-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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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사 R&D웍스의 첫 창작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 역의 정문성(오른쪽)과 여름 역의 최유하. 정문성은 전시회 실패로 백수처럼 살아가는 사진작가 태민으로, 최유하는 그런 남편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사랑하는 아내 여름으로 출연한다.(사진=양윤모 기자)

 

“잔잔하게 마음에 젖어드는 작품이에요. 지금 저희가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드라마 ‘워터보이즈’, 연극 ‘뷰티풀 선데이’ 등의 유명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 작품을 원안으로 만들어진 연극 ‘안녕, 여름’에 대해 태민 역의 정문성은 이렇게 표현했다.

남편 태민(송용진·김도현·정문성)과 아내 여름(최유하·최주리), 살뜰한 중년 조지(이남희·조남희), 태민의 조수 동욱(이우종·김기수), 배우지망생 란(김두희·안은진)까지 5명의 전혀 다른 이들이 엮어 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이 극의 배우들이나 만드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정서예요. 심심할 수도 있지만 조금씩 적셔지는 그런 느낌이요.”

‘앵그리 인치’를 남겨둔 록밴드 보컬(헤드윅), 동성에게 우정과 사랑을 느끼는 복역수(거미여인의 키스) 등으로 분한 정문성, 밤을 쾌락으로 물들일 남자를 찾아 헤매는 백설공주(난쟁이들), 죽은 상태에서 아들들을 이어주는 묘령의 여인과 치매 할머니(형제는 용감했다) 등을 연기했던 최유하, 사회적인 잣대로 보면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을 주로 연기했던 두 사람이 ‘안녕, 여름’에서 평범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아직은 미완성, 그래서 더 매력적인

 

‘안녕, 여름’의 주인공 최유하 인터뷰19
‘안녕, 여름’의 여름에 대해 최유하는 “진짜 옆집 사람처럼 할 수 있겠다 싶어 행복했다”고 전했다.(사진=양윤모 기자)

 

“방금 인터뷰 준비하면서 오빠랑 대본을 외우고 왔는데 오빠(정문성)가 ‘우리 작품은 막 웃기는 데가 없어. 없어서 좋은 거겠지?’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는 신선했거든요.”

‘안녕, 여름’의 평범함 혹은 잔잔함에 신선함을 느꼈다는 최유하는 “진짜 옆집 사람처럼 할 수 있겠다 싶어 행복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문성 역시 처음 대본을 보고 나서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보통 대본을 보면 ‘해야지 안해야지’ 판단이 서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뭘 하고 싶은 건지,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제가 멜로를 안해봤더라고요. 게다가 자극적인 것이 거의 없는 작품이었어요. 배우로서 욕심이 났죠. 이런 작품일수록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하기로 했는데…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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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성은 ‘안녕, 여름’의 태민에 대해 “ 보통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사진=양윤모 기자)

대본 상태에서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던 이전작들과 달리 ‘안녕, 여름’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방향을 찾지 못했다는 정문성은 “괜히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란다. 


“태민이는 5명 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이 남자가 사람을 가려 대하질 않아요. 그냥 별로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제 멋대로인데 아내한테는 좀 특별하고…. 이 작품은 인터뷰하기도 쉽지가 않아요. 숨긴다고 말하기는 좀 웃긴데 또 막 얘기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거 같거든요. 뭔가 있기는 있는데….”

‘안녕, 여름’이, 그 안의 태민이 여전히 어렵다는 정문성은 “이번에는 그나마 (통념상) 보편적인 사람을 연기하겠구나 했는데 태민이도 보통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귀신이거나 치매 할머니거나 공주, 오스트리아인, 미국 여자 등 편안하게 한국 사람으로 얘기하는 역할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름이가 굉장히 좋았는데…연습하다 보니 이 여자도 이상하더라고요. 아마 보시는 분들도 이 여자가 이상하다고 느끼실 거예요. 너무 못처럼 튀어나오거든요. 엉뚱한 게 아니라 진짜 이상해요. 결국 오빠도 저도 제대로 된 캐릭터, 정상적인 캐릭터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죠.”

만담처럼 콩닥콩닥 말을 주거 받거나 서로를 배려하는 등 본인들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사이, 두 사람은 벌써 여름이 되고 태민이 된 듯 보였다.


◇평범함에 대한 결여와 고민, “우리 부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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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름’이 마치 맹물 같다는 정문성.(사진=양윤모 기자)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역할을 했을 때는 뭔가를 제가 만들어야 하잖아요. 제가 연기하는 거지만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고 저라면 하지 않을 선택들을 하니까요. 그래서 특별한 케이스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잘 만들어졌다, 부족하다가 확실하게 느껴져요. 최대한 극 중 인물에 가깝게 마음을 바꾸는 거죠. 그렇게 저만의 확실한 색이 만들어지면 저 자신을 믿고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돼요.”

정문성의 말처럼 특별한 사연을 가진 연기를 주로 했던 두 사람에겐 평범함에 대한 결여가 존재했다. 하지만 ‘안녕, 여름’은 너무 잔잔하고 일상 같아서 오히려 낯선 부분이 없지 않단다.

“그런데 이 연극은 잘 모르겠어요. 마치 맹물 같아요. 앞으로도 색이 많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송)용진·(김)도현 형이랑은 다른 태민일 거예요.”

그렇게 정문성은 트리플캐스팅된 송용진·김도현과는 다른 색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유하 역시 “특별한 역할 보다는 평범한 역할이 훨씬 쉽긴 하다. 문제는 관객들이 재미를 못느낀다는 것”이라며 “오스트리아 공주를 연기한다면 캐릭터를 잘 잡아서 그 사람의 감정을 내 걸로 풀면 된다. 사람들은 그 시대의 오스트리아를 살아보지 않았고 공주 옆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역할로 봐준다. 하지만 ‘안녕, 여름’은 너무 내 옆에 있는 사람들 얘기다. 조금만 개연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져도 금방 티가 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미혼으로 6년차 부부를 연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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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차 부부 여름과 태민 역의 최유하, 정문성.(사진=양윤모 기자)

 

“제가 결혼을 안해서 지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요. 오루피나 연출이 결혼 5년차라 많이 물어봐요. 루피나 연출이 주는 노트대로 하기는 하는데 부부 같지가 않은 거예요. 두 번째 여자친구? 불륜상대인 여자 친구 같다고 해야할까? 결혼 6년차의 권태기 같은 게 분명 있을 텐데 그걸 잘 못잡겠어요. 이 남자(태민)의 권태로움은 꽤 잘 표현이 되고 있거든요.”

최유하는 진짜 결혼한 것처럼, 결혼 6년차인 것처럼 무대 위에 서고 싶어 오루피나 연출을 비롯해 송용진·김도현에게 묻고 또 묻는다.

“도현 오빠 말씀이 여름이는 지금 자기 와이프래요. 오빠한테는 질리면서도 가슴 아프고 지나고 보면 잘해줄 걸 생각하는, 정말 태민이 같은 감정이 있더라고요. 너무 깊은. 그 분위기, 농도에 맞춰보자 마음먹었어요. 간접경험이나 제 것으로 체화시키겠다가 아니라 정말 결혼한 것처럼 하고 싶어요. 결혼 6년차인 것처럼요. 문성 오빠도 저도 경험하지 못한 거니까 들통날까봐…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안녕, 여름’의 주인공 최유하 인터뷰18
진짜 부부가 되기 위해 최유하는 정문성과의 더 잦은 대화에 나섰다.(사진=양윤모 기자)

정문성 역시 연인과의 이별과는 분명 다른, 부부 사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랑이 식었을 때 남자들의 감정은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움이든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든, 이런 것들이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지배할 수 있을까 싶어요. 희한하게 형들이 하고 있으면 부부 같아요. 왜 그런가 보면 형들은 그냥 형들이어서더라고요. 그냥 형들이 유부남이어서 나오는 그런 느낌이요.”

이에 최유하와 태민들 중 유일한 미혼인 정문성은 더 잦은 대화에 나섰다.

“분명 형들이 유리하죠. 하지만 형들의 진짜 부인이 아니면 그 느낌을 알기는 쉽지 않아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자리가 있는 사람들이니 저 편하게 생각하자면 백지인 우리(정문성과 최유하)가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형들은 이미 만들어진 부부 간의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같이 만들면 되니까요.”

이에 최유하는 “세 사람의 사전 인터뷰를 좀 해야할 거 같다”며 “특히 문성 오빠는 여름이에 대한 답이 아직 안나왔으니 서로가 뭘 원하는지 끊임 없이 묻고 대화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오빠도 저도 태민이면서 오빠여야 하고 여름이면서 저여야 해요. 처음에는 세 남편(정문성·송용진·김도현)을 같은 저로 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안되더라고요. 셋이 너무 다른데 배우 자체가 캐릭터가 되다 보니 주는 사랑의 깊이도, 말투도 전혀 달라요. 제가 캐릭터를 바꾼다기 보다 세 사람의 아내가 돼야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총 48페어, 누구 하나가 아닌 5명의 어우러짐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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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성은 ‘안녕, 여름’에 대해 “혼자가 아닌 다섯명의 어우러짐으로 완성해야하는 극”이라고 표현했다.(사진=양윤모 기자)

 

“태민이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아요. 누가 하든 그 사람이 묻어날 수밖에 없고 일상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거든요. 각자가 준비되고 그렇게 준비된 사람 5명이 만나 그 사람들끼리 어울려야 하는 작품이죠. 제가 어떻게 설정해서 접근하는 개념으로는 할 수 없는 연기 같아요.”

그렇게 혼자가 아닌 5명의 어우러짐으로 완성해야 하는 극은 하물며 트리플캐스팅된 태민, 더블캐스팅의 여름을 비롯해 조지와 동욱, 란까지 죄다 멀티캐스팅이다. 어느 날엔가 연습실에서 태민 역의 김도현이 던진 “우리 5명 경우의 수가 48페어인 건 알고 있니?”라는 말에 다들 숙연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안녕, 여름’의 주인공 최유하 인터뷰14
‘안녕, 여름’은 계획이 아닌 어울림이 최우선이라는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그 형은 그런 걸 꼭 계산한다”며 다소 원망 섞인(?) 푸념을 하던 정문성도 다섯 캐릭터의 어우러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 최유하 역시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어우러짐이 최우선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진 않아요. 저도 처음엔 계산을 하려고 했죠. 여기선 러블리, 다음엔 큐트…그런데 저 혼자 콘셉트를 잡는다고 오빠랑 잘 맞는 것도 아니고 전혀 안되더라고요. 도현 선배가 ‘누구 하나가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다섯명이 진짜 무대 위에 같이 있어야지’라는 말을 듣고 확신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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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름'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최유하는 '가족'을, 정문성은 '사랑'을 이야기했다.(사진=양윤모 기자)

 

여전히 그 답을 찾는 중이라는 최유하는 ‘안녕, 여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친가족, 피붙이를 떠나 가까워져서 진짜 가족 같은 사람”이라고 전했고 정문성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갖는 외로움, 서로 가져주는 관심, 결국 그런 작용이 있어서 나오는 게 사랑이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 관심이 보여요. 극 중 태민과 유하의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 관심 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감정이죠. 그걸 잘 담아내 전달해드릴 수 있다면 제일 좋은 준비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게 정문성과 최유하는 잔잔하지만 범상치 않은 연극 ‘안녕, 여름’의 태민과 여름에게로 가는 길에 서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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