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연극 · 뮤지컬

[B사이드] 멜로 만으로도 행복한 정문성과 행복한 배우를 꿈꾸는 최유하 그리고 연극 '안녕, 여름'

입력 2016-09-02 17: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역의 정문성
뮤지컬 제작사 R&D웍스의 첫 창작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 역의 정문성과 여름 역의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저는 멜로가 처음입니다. 여자가 나오는 작품이 몇 없어요.”

‘헤드윅’의 ‘앵그리 인치’를 남겨둔 록밴드 보컬,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동성에게 우정과 사랑을 느끼는 복역수 등으로 분한 정문성이 연극 ‘안녕, 여름’에서 첫 로맨스 상대로 최유하를 만나 호흡을 맞춘다. 어떠냐고 묻자 “훌륭하다”는 답이 바로 돌아온다. 그러나….


◇정문성, 송용진 이구동성 “멜로가 뭔가요?”

Untitled-4
‘안녕, 여름’으로 ‘멜로’라는 신세계를 경험 중인 태민 역의 정문성.(사진=양윤모 기자)
“오빠들이 아내 말고 바람 핀 상대를 진짜 좋아해요. 신 안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좋아하고….”

최유하의 연습실 해프닝 증언(?)에 정문성이 “오해야 오해”라고 항변하지만 “연습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신나서 이렇게도 해볼까? 저렇게도 해볼까? 이런 분위기?”라는 폭로가 이어진다.

“그건 왜 그런 거냐면…바람 피는 상대는 지금 막 시작하려는 사랑 연기잖아요. 누가 먼저 시작하든 지금 당장 두근거리는 걸 연기하는 거고 여름이랑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랑을 연기하는 거니까.”

“(송)용진 형 때문에 오해가 생겼는데…” 정문성이 입을 떼자마자 최유하의 “근데 오빠가 2위”라고 또 다른 폭로가 꼬리를 문다.

“그녀들이 하얀 와이셔츠만 입고 나오는 신이 있어요. 열의에 찬 이 친구(김두희·안은진)들이 그걸(하얀 와이셔츠) 가지고 온 거예요. 거기서부터 돌고래 소리에 난리가 났어요. 로맨스를 처음 하는 분들이 두 분(정문성, 송용진)이나 계시다보니까!”


◇최유하가 전하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세 태민, 김도현·송용진·정문성

‘안녕, 여름’의 주인공 최유하 인터뷰20
‘안녕, 여름’의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최유하에 따르면 정문성을 비롯한 태민 역의 김도현, 송용진의 차별점 역시 멜로 연기 경험 유무에서 나온다.

“도현 오빠는 여름이를 엄청 좋아해요. 오빠의 방식대로. 거기서 제가 어긋나기도 했는데…제가 어떤 얘기를 하면 문성·용진 오빠는 화를 내서 싸우게 되는데 도현 오빠는 오히려 풀린다는 거예요. 싸움이 나야 다음 신으로 가는데 오빠로서는 다음 신이 해결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싸움이 나게 해줘야겠구나 생각했죠.”

정문성은 촉촉한 눈빛 때문인지 측은지심을 일으키는 태민이고 송용진은 애정이 넘쳐 탈(?)인 태민이다.

“프로필 촬영한다고 처음 만났는데 엄청 선하게 생긴 거예요. 게다가 눈에 물기가 촉촉했죠. 오빠가 루저처럼 있다가 ‘여름아~’ 하고 봐줄 때의 촉촉한 눈 때문에 측은지심이 막 들어요. 용진 오빠는 아니어도 되는 장면에서도 자꾸 여름이를 좋아해줘요.”

이 역시 배우 생활을 통틀어 거의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멜로 연기가 너무 좋아서다. 최유하의 “(문성) 오빠도 그렇고 용진 오빠도 그렇다”는 말에 정문성은 “여자가 나오는 작품이 몇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용진 형은 지금 멜로를 한다는 거 자체에 너무 행복해 하고 있어요. 되게 심각한 장면에서도 자꾸 웃어요. 왜 자꾸 웃냐고 그러면 그냥 자꾸 웃음이 난대요. 너무 좋아서.”


◇정문성의 두 여름, 자존감 최유하, 씩씩한 최주리

Untitled-4gehtjyuk
정문성.(사진=양윤모 기자)

 

“유하가 주리보다 자존감이 좀 있는 여름이에요. 유하는 남자한테 헌신은 하지만 자존감이 있는 여름이라면 주리는 좀 더 씩씩해요. 아주 작은 차이 같은데 너무 많이 달라요. 그래서 마지막에 제가 이 사람을 생각하며 웃게 되든 울게 되든 화가 나든, 그 이유는 비슷하겠지만 아주 다른 그림이 될 거예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최유하와 최주리에 따라 정문성은 ‘전혀 다른’ 태민으로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민 또 고민 중이다.


◇닮은 듯 다른 정문성과 태민, 최유하와 여름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역의 정문성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 역의 정문성과 여름 역의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비슷한 면이 있어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저도 사람을 가려 대하진 않거든요. 낯을 가리기는 하지만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든 저보다 어린 사람이든 가려 대하진 않아요. 태민이도 별로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연약한 부분도 있고. 저도 나쁜 사람은 아니고….”

정문성의 말에 장난기가 발동해 “나쁜 사람 아닌 거 맞냐”는 질문에 자못 심각해진 최유하에게서 “아직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나쁜 에피소드는 없어요. 에너지도 너무 좋은 사람이죠. 그런데 제가 좀 오래 걸리거든요. 아직 저만의 판단이 서지 않은 사람이에요.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도 ‘너무 착해 탈’이라고 들었지만 저한테 ‘정문성 착해?’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정문성에게 최유하의 첫인상은 ‘차가운 도시여자’였다. 정문성이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편”이라고 하자 최유하는 “그래선가 내 생각을 잘 맞춰준다”고 부연한다.

“그냥 간단한 한마디를 하더라도 배우에 따라 뉘앙스가 전혀 달라져요. 보통은 일반적인 뉘앙스를 선택하는데 유하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말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눈이 좀 크잖아요. 그 큰 눈이 진지하게 뭔가를 하는데다르게 느껴져요. 배우로서 좋은 걸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같아요.”

 

‘안녕, 여름’의 주인공 최유하 인터뷰5
여름 역의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결국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최유하는 자신과 여름의 닮은 점을 외형적인 면을 꼽았다.  

 

“제가 연기하니까요. 가발도 안쓰고 말투도 그렇고 저처럼 연기하면 되니까요. 다만 저는 맹목적인 헌신은 못해요.여름이의 마음은 너무 이해하지만 여름이는 저보다 훨씬 깊어요. 태민에 대한 측은지심이나 이해도, 그 사람이 후회할까봐 걱정하는 마음까지 저는 평생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 여자는 세상에 없다”고 덧붙인 최유하는 “연인이나 사이 좋은 지인이 고쳤으면 하는 점에 대해 나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 사람은 말해도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걸 바꿀 생각도 없어요. 하지만 여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얘기해요.”

이에 정문성이 “진짜 여름이가 잔소리가 심하긴 하다. 그리고 남자들 대부분은 잔소리 심한 여자를 싫어한다. 하지만 여름이는 그냥 싫어할 수만은 없다”고 항변(?)한다.

“여름이는 이거 하지마 했는데 태민이가 했다면 화를 내거나 삐치거나 울지 않아요. 끊임없이 얘기해주죠. 태민이를 인정해주면서 좋아지게 이끌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무대 밖에서 생각 없는 정문성, 생각이 없을 때는 무대 뿐인 최유하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역의 정문성
뮤지컬 제작사 R&D웍스의 첫 창작 연극 ‘안녕, 여름’의 주인공 태민 역의 정문성과 여름 역의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 붓기 위해 일상에선 제 마음대로 해요. 머리에 떠오르는 건 입 밖으로 바로 뱉어버리죠. 제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제가 시원찮게 느껴질 때예요. 연기적인 스트레스는 당연히 받죠. 하지만 지나간 공연을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잘못한 사람이 감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게임 크래시 로얄이 제 뜻대로 안될 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던 정문성의 속내는 꽤 깊었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걸 느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지나가곤 하거든요. 잘못을 아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해요. 그 잘못을 또 안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무대 밖에서는 스트레스를 안받으려고 노력해요. 무대에서 고통스러우려고 밖에서는 한없이 편하려고 하고 제 멋대로 하려고 하고…무거운 역할을 할 때는 한없이 가볍게 행동하고. 그러다 보면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터뜨리면서 할 수 있거든요.”

언제나 생각이 많아서 탈인 최유하는 정반대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는 오롯이 무대 위 뿐이란다.

“저는 생각이 너무 많거든요. 제가 생각이 없을 때는 무대뿐이에요. 나머지 순간은 너무 생각이 많아서 괴롭고 저는 제 잘못을 나노 단위로 알고 있단 말이에요!”


◇스스로가 행복한 배우를 꿈꾸는 최유하

‘안녕, 여름’의 주인공 최유하 인터뷰6
행복한 배우가 꿈이라는 최유하.(사진=양윤모 기자)

 

“저는 행복한 배우가 최종목표예요. 행복하지 않은 배우로 너무 오래 살았거든요. 생각은 너무 많고 유리멘탈이고 자학도 심해요. 그래서 자기 객관화와 반성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었죠. 사람들과 술 마시고 농담 따먹기 하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어요.”

당시의 자신을 ‘욕망덩어리’였다고 표현한 최유하는 스스로 특출 나지 않음을 인정하고 배우 생활에 회의를 느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7개월 동안 자체 은퇴를 한 적이 있어요. 스물아홉? 서른살 무렵이었어요. 대학원을 가겠다고 토플학원에 주 5일 나가 하루 4시간씩 수업을 들었어요. 4개월 정도를 했는데 토플이 너무 안느는 거예요. 공부 세포가 애초에 없나 봐요. 어쩌면 그렇게 점수가 안오르는지…말도 안되게 못하는 거예요. 연기 때문에 은퇴를 했는데 연기보다 공부를 더 못한다는 걸 안거죠.”

그렇게 무대를 떠나 있는 사이 최유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불행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인지를 절실하게도 깨달았고 ‘행복한 배우’를 꿈꾸며 복귀했다.

“약한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목표가 없어요. 그저 연기만 하고 싶어요. 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니 제가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잖아요. 연기를 즐겁게 하면 지금처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실테고 그걸로 정말 행복해요.”


◇정문성, 가까운 이들이 좋아해주는 사람 그리고 ‘향수’의 아름다운 살인자를 꿈꾸다

‘안녕, 여름’의 주인공 연극배우  정문성14
정문성.(사진=양윤모 기자)

 

“예전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랑 가까운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들일 수도 있죠. 배우로서는 저랑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는 캐릭터에 완전 집중하고 밖에서는 마음껏 사는 배우를 꿈꾸는 정문성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가 공연으로 올려지면 꼭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가 유일하게 하고 싶었던 게 ‘헤드윅’이었는데 올해 처음 했어요.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고 나니 욕심이 사라져 버렸죠. 그런데 최근에 공연으로 올라가면 꼭 해보고 싶다고 느낀 작품이 ‘향수’예요. 제가 종이 냄새를 맡으면 자꾸 잠이 와서 책을 못 읽는데 최근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이기도 하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