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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모두가 울었다…5·18 기념식 풍경

여야 주요 인사 광주로 집결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입력 2018-05-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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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어디에'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군(당시 8세)의 아버지 이귀복 씨가 사연을 공연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 (연합)
여야 주요 인사는 18일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 집결해, 빗속에서 함께 눈물을 쏟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도부 외에도 정부 인사들과 여야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이들은 모두 주최 측에서 제공한 흰색 우의를 입고 기념행사를 지켜봤다. 이들은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일부 정치인들은 감정이 북받쳐 오열하기도 했다.

이번 기념식은 항쟁 유공자와 희생자 가족이 추모·기념공연 무대를 장식했다. 행사의 시작은 1980년 5월 당시 항쟁 참여를 독려하며 거리방송에 나섰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씨가 알렸다. 전씨가 38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고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기념식 현장은 5월의 그날로 돌아갔다.

기념식 사회도 올해는 배우 김꽃비, 김채희가 맡았다. 이들은 5·18을 다룬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 출연한 바 있다.

눈물 참는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던 도중 눈을 감고 눈물을 참고 있다. (연합)
가장 먼저 눈물을 보인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기념사를 낭독하다가 ‘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이라는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쳤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총리가 잠시 주춤하자 객석에서는 이 총리를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후 이 총리는 낭독을 계속했지만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이 자리에는 5월의 그날을 목격하고 세계에 알렸던 ‘푸른 눈의 목격자’들의 유가족도 함께 했다. 이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찰스베츠 헌틀리·아놀드 피터슨 목사 및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 총리의 기념사 뒤 이어진 ‘영원한 소년’이라는 제목의 씨네라마(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를 공연과 합성)는 참석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38년째 찾아 헤매는 이창현(당시 만 7세) 군의 아버지의 사연을 담은 기념공연은 기승전결의 서사를 이어가던 기념식의 절정을 장식했다. 추미애 대표는 아들 ‘창현이’를 애타게 찾는 배우가 등장하자마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추 대표는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자신의 오른편에 앉은 실제 ‘창현이 아버지’ 이귀복씨의 손을 꼭 잡았다.

추 대표 왼쪽에 앉은 김성태 원내대표도 감정이 북받쳤는지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멀리 올려다보거나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박주선 공동대표와 이정미 대표도 눈물을 보였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씨네라마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울었다.

'우리 아들은 어디에'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군(당시 8세)를 찾는 아버지 이귀복 씨의 사연이 공연되고 있다. (연합)
정부측 인사들도 눈물을 보였다. 국무위원석에 앉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연신 눈물을 훔쳤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코가 빨개진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어 울음을 참았다. 이 군의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다니던 지난 날을 증언할 때는 참석자들 모두가 빗물에 섞인 눈물을 닦아냈다.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차례에서는 모두 일어나서 손을 잡고 같이 노래했다. 지난 정부에서 주관한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모두 함께 부르는 제창 대신 합창단의 합창으로 대체돼 논란이 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부터는 제창으로 바뀌었고 올해 기념식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제창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참석자는 망설임 없이 일어났다. 맨 앞줄 중앙에 있던 이 총리는 5·18 첫 희생자로 기록된 김경철씨의 모친 임근단씨,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손을 맞잡았다. 또 앞줄 왼쪽에 서있던 추미애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박주선 공동대표, 조배숙 대표, 이정미 대표 모두 여느 참석자처럼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불렀다.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는 여·야 지도부
여·야 지도부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연합)
특히 김 원내대표는 행사에 참석은 하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지 않았던 이전 지도부와 달리 오른손은 추 대표, 왼손은 박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함께 노래했다.

행사가 끝난 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 운동 이후 한시도 부르지 않은 적이 없다”며 “5·18 정신이 살아서 희생과 헌신, 앞으로를 위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화합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 대표도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씨네라마가 이어지는 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이분이 전국 화장터를 다 찾아다녔다고 한다”며 “어느 한 순간도 희망을 가져본 적 없던 (창현이) 아버님이 지난 1년간 촛불정부가 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도하고 위로를 받게 됐다고 말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 전체의 진실 속에는 이런 한 맺힌 응어리들이 우리 삶 속에 다 있는 것”이라며 “그 한이 풀어질 때까지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광주=서예진 기자 syj.02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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