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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뉴트로’ 열풍 타고… 90년대 음악에 푹 빠진 90년대 Z세대

[문화공작소] 세기말 가요 프로그램 보여주는 유튜브 SBS ‘케이팝 클래식 채널’ 인기
90년대Z세대 중심으로 ‘온라인 탑골공원’, ‘국립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애칭 붙어
유튜브 채팅으로 새로운 놀이문화 생성, 뉴트로 현상 이어질 듯

입력 2019-09-18 07:00 | 신문게재 2019-09-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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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요]라이브스트리밍 보도자료
유튜브 SBS ‘케이팝클래식채널’을 통해 스트리밍되고 있는 SBS ‘인기가요’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이방이 탑골인가요? 국립공원은 개장했나요? 어린이대공원은 휴업 중인가요?”

채팅 창에 낯선 용어들이 속속 등장했다. 클론의 ‘거짓말’이 흐르자 “큰집 제사송”이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짓말’을 피처링한 가수 윤진을 놓고 강원래의 아내 김송이냐, 아니냐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달 6일 유튜브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SBS 케이팝클래식 채널의 채팅방 상황이다. 이 채널은 1990년대 말 SBS ‘인기가요’ 방송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여준다. 입소문을 타고 서비스 3주만에 동시접속자수가 2만 2000명을 돌파했다. 채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BS와 MBC도 각각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뮤직뱅크’와 ‘음악중심’ 라이브 스트리밍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원조 격인 SBS ‘인기가요’는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공영방송인 KBS ‘뮤직뱅크’는 ‘국립공원’으로 칭한다. 2000년대 초반 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는 MBC ‘음악중심’은 ‘어린이 대공원’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최근 SBS 케이팝클래식 채널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으로 채널을 나눠 서비스하자 90년대 후반 채널을 ‘납골’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소환되고 있는 세기말 음악 열풍은 1990년대를 소환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나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시리즈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응답하라’ 시리즈나 ‘토토가’ 시리즈가 당시 시대를 향유한 497(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 태생) 세대나 308(30대, 2000년대 학번, 80년대 태생)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세기말 음악 방송은 1990년대 태어난 Z세대가 주축이다.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자신들의 유년 시절 콘텐츠를 접한 이들은 이를 색다른 놀이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SBS 관계자는 “과거 음악을 듣기 위한 유저도 많지만 이들의 대화를 계속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열띤 상호대화가 계속된다”며 “핑클이나 SES, god 같은 원조 아이돌의 무대나 현재 톱스타의 신인시절 모습이 나오면 채팅창이 무섭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 채널의 채팅 입력 수는 13만6000여 건으로 유튜브 내 1위(8월 29일 아프리카 도우미 기준)를 차지했을 정도다. 실제로 지금은 배우로 활동 중인 배우 채정안이 ‘편지’를 부르자 채팅창은 일제히 “날 날 잊어버려”라는 후렴구로 대동단결했다. 간간히 “어릴 때 슈퍼에서 많이 틀어준 음악”이라는 글도 보인다. Z세대가 채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기말 음악방송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당시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던 톱스타들의 풋풋했던 신인시절이다. 음악방송은 예나 지금이나 당대 가장 가능성 있는 신인들이 주로 MC를 맡았다. 지금은 톱배우가 된 김민희, 송혜교, 전지현, 김규리, 류시원, 이동건 등의 신인시절 상큼한 모습이 추억을 환기시킨다. 각 장르별 순위 매김이나 지금은 보기 힘든 장르 결합도 당시엔 가능했다.

이를테면 KBS ‘뮤직뱅크’는 트로트나 록 장르의 순위를 따로 발표하거나 힙합팀인 허니패밀리와 트로트 가수인 송대관의 이색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송대관이 허니패밀리의 히트곡 ‘남자이야기’를 부르고 허니패밀리가 송대관의 ‘네박자’를 테크노 버전으로 꾸미자 한 누리꾼이 “‘비진아’(트로트 가수 태진아와 댄스 가수 비의 콜라보레이션)의 90년대 버전이네”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저세상 콜라보 미쳤네”라고 써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돌 가수 위주의 지금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무대다.

최근의 뉴트로 붐을 타고 더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2년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는 CBSi와 MBC플러스의 주도 하에 7년만에 부활했다. 내달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개최되며 김학래, 우순실, 원미연, 이정석 등 대학가요제 출신들이 심사위원을 맡는다.

하지만 Z세대가 1980년대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은 세기말 테크노 음악 열풍에서 비롯됐다. 한 누리꾼은 “‘인기가요’가 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다 (채팅창에서) 나가고 4050만 남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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