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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에메랄드캐슬 지우 “지천명 넘어 ‘기약’ 다시 부릅니다”

[人더컬처] 에메랄드캐슬 보컬 지우, 솔로로

입력 2020-06-08 18:00 | 신문게재 2020-06-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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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캐슬 지우 (사진제공=PA엔터테인먼트)

 

세기말 남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던 ‘발걸음’의 밴드 에메랄드캐슬 보컬 지우(본명 정용태·50)가 11년 만에 솔로활동을 재개했다. 지우를 세상 밖으로 부른 곡은 2009년 한 차례 선보였던 싱글 ‘기약’. 지우는 이곡을 시작으로 향후 솔로가수로서 활동반경을 넓힐 계획이다.

‘기약’은 지우가 40살이 되던 해 썼던 곡이다. ‘오랜만이라 반가워 한잔/떠난 사랑 그리워 또 한잔/늙어가는 부모 위해 또 한잔/오늘은 다 잊어버리자/(중략)/너무 행복해 눈물이 난다/얼마 만인지 나 맘껏 웃어본다’. 마치 중년남성의 속내를 들여다 본 것 같은 가사가 신산(辛酸)하게 다가온다.

“남자들 술자리를 표현한 가사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곤 해요.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누군가는 사업이 안 되서 힘들어하죠. ‘발걸음’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이제 40대에 접어든 만큼 이 노래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우는 ‘기약’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 자신이 과거 힘든 일을 겪었던 시절,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마친 뒤 새벽녘 이 노래의 가사를 썼기 때문이다. 그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위로를 받고 싶었다”며 “활동을 재개할 때도 신곡보다 이 노래를 다시 불러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불혹에 썼던 가사를 지천명이 넘어 다시 부르지만 어색함보다 애잔함이 짙게 느껴지는 이유는 예전보다 깊어진 목소리 덕분이다. 모교인 호서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지우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담배도 끊고 목 관리 등 자기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에메랄드캐슬의 짧은 활동기간과도 무관하지 않다. ‘발걸음’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의 반, 타의 반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프로듀서로 잘 나갈 때도 늘 못다 푼 숙제처럼 가슴 한 구석이 허했다”며 “그래도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우여곡절 많았던 연예계 생활, ‘발걸음’은 가수라는 외줄 타게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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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캐슬 지우(사진제공=PA엔터테인먼트)

지우는 1991년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호서대학교 성악과 재학 중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언제나 우리는’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가수 김경호가 그의 대학가요제 동기다.

당시 대학가요제는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었다. 큰 키에 남자다운 외모, 대학가요제 금상수상자라는 이력의 지우에게도 곳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연예계 데뷔는 가수가 아닌 연기자였다. SBS 개국작인 고현정·최재성 주연의 드라마 ‘두려움 없는 사랑’(1992)에서 최재성의 막내동생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연기활동과 더불어 본명인 정용태로 음반 준비도 박차를 가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날 무렵 음반 제작을 마치고 머리도 식힐 겸 친구들과 부산여행을 떠났다. 그때만 해도 서울을 벗어나면 자동호출기(삐삐) 연락이 닿지 않던 시절이었다. 여행을 다녀와 작업실에서 호출기 녹음내용을 들으니 어머니가 “너 영장 나왔다, 내일 군대 가야한다”며 다급히 자신을 찾고 있었다. 시트콤에나 나올 법한 사연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황당스럽지만 어쩔 수 없었죠. 군에 입대한 뒤 한동안 적응하지 못했어요. 일병생활을 마친 뒤 마음을 바로잡고 연습을 시작했죠. 다행히 군 제대 무렵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왔어요.”

그때 신해철을 만났다. 1년여 준비 끝에 에메랄드캐슬로 데뷔했다. 지우가 노랫말을 쓰고 베이시스트 김영석이 곡을 붙인 ‘발걸음’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자들의 애창곡으로 노래방에서 널리 불린다. 버즈 민경훈, 김재중, 지오디, 홍광호, 십센치 등 여러 후배 가수들이 커버해 부르기도 했다. 유튜브 동영상에는 “부모님이랑 같이 들으려고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좋다”는 17세 고교생의 고백부터 “중학교 축제 때 불렀는데 지금까지 듣고 있다”는 40대의 증언까지 수많은 댓글이 성지처럼 즐비하다.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에게 불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정작 저는 과거 제 영상을 보면 창피할 때가 많은데 감사할 따름이죠.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책임감을 갖고 열창하게 됩니다.”

그는 ‘발걸음’이 “가수라는 외줄을 타게 하는, 끊어지지 않는 노래”라고 표현하며 “에메랄드캐슬 보컬로 ‘발걸음’을 부르기를 잘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에메랄드캐슬의 음악이 잘 차려입은 정장이라면 솔로가수 지우의 음악은 청바지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솔로가수로서 나선 것은 정용태라는 사람을 찾고 싶어서예요. 에메랄드캐슬 보컬 이전에 가수 지우, 제 모습, 제가 하고 싶은 음악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8090년대를 함께 겪었던 청춘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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