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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서류만 수십장'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되나

입력 2020-09-22 13:33 | 신문게재 2020-09-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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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돈(CG)
(사진=연합뉴스)

 

지난 석 달 동안 A대학병원에서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았던 B(40)씨. 그동안 지불했던 의료비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려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고 하소연한다.

B씨는 최근 의료비 100만원 이하는 구비서류 촬영만으로 모바일 앱에서 간편청구가 가능하다는 보험사 직원의 안내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B씨가 안내받은 구비서류는 총 6가지. 보험금 청구서, 진단명이 포함된 진단서, 진료비 계산서, 진료비 세부 내역서 등 이었다.

B씨는 구비서류를 받으러 무작정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진단명이 들어간 진단서를 받으려면 외래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예약을 하고 오라는 병원 측 안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B씨는 예약 후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서류를 받기 위해 병원 내 각 부서를 직접 찾아가 신청해야 했고, 결국 서류를 받는 데 반나절이나 소비해야 했다. 그리고 수십장의 종이 서류를 한장 한장 촬영해 보험사 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일부 서류가 빠졌다는 연락을 받고 B씨는 결국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게 됐다.

이런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보험금 타는 게 귀찮아서 안타가는 보험 소비자가 대다수다. 그러나 앞으로는 병원 진료 서류가 자동으로 보험사로 넘어가고, 진료 받은 날 바로 실손보험금이 통장에 입금되는 일이 가능할 것 같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발의됐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주요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것으로, 그 어느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11년째 제기됐지만,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정부도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겠다 밝힌 바 있어 이번엔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필요한 문서를 간소화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중개기관에 위탁해 보험사로 자동 전송하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손보험은 국민 10명 중 8명이 가입할 정도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가입자 수는 38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실손보험금을 타는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해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험연구원의 ‘보험산업 진단과 과제-사회안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해 동안 가입자의 90% 이상은 한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소액이라서’(73%),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44%), ‘증빙 서류 발송 등이 귀찮아서’(30.7%) 등이 대부분이다. 결국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환자 개인정보를 취득해 향후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난 11일 “결국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한 악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발의안에는 중개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지정하고, 심평원이 서류를 전송하고 보관하는 것 외에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청구 간소화는 꼭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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