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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성동일, "앞으로 내 연기는 '담보' 전후로 나뉠 것"

[人더컬처]"연기로 만난 수많은 개딸과 아들들과 승이는 태도부터 달리 접근"
"설계와 도면 그리는거 즐겨해 기름밥 먹을 줄 알았지만, 배우로 살고 있는 영화같은 현실"
"웃음 장치 빼고, 눈물 억누르며 최대한 힘 빼 연기"

입력 2020-10-05 18:00 | 신문게재 2020-10-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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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
성동일(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재테크는 하지 않는다. SBS공채 출신인지라 그때 만든 외환은행 통장 한개로 지금까지 모든 걸 해결한다. 그나마 아내에게 전부 맡긴 상태다. 유일한 취미였던 설계와 도면 그리기는 아이들 방 가구와 집 꾸미는 걸로 대부분 상쇄했다. 지금도 동료와 후배들이 집에 놀러와 감탄하며 집에서 ‘자고’갈 정도다.

대한민국 10대 재벌 안에 드는 회장님과 허물 없이 낮술을 하고 얼마 전 만난 tvN사장은 올해 ‘화제성 1위’로 꼽힌 예능 ‘바퀴달린집’의 시즌2를 내년 편성에 넣겠다고 통보(?)해 왔다. 그곳에 나온 여행지의 지인들은 모두 연출하거나 급조하지 않은 ‘리얼 친구’들이다. 영화 ‘담보’ 속 두식은 그런 성동일의 모습이 80% 들어간 캐릭터다. 스스로도 “연기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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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에서 웃음기 뺀 생활연기로 돌아온 배우 성동일.(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데뷔 때부터 주인공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멋있고 각 잡힌 역할보다 스스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릭터에 매번 끌렸죠. 사실 연기는 지금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나이를 먹어서도 연기는 못해도 자기 할일 하며 살았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은데 거기에 가장 적합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극중 두식은 사채업자다. 미소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얼굴로 군대 후배인 종배(김희원)를 수족처럼 부리며 등장한다. 

 

조선족 출신의 채무자 딸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잡고 밀린 돈 70만원을 받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승이에게 정이 들고 만다. 성동일은 특유의 넉살로 “제작사 JK필름이 가진 정체성을 익히 들었다”면서 “가족 코드 중 ‘미워도 다시 한번’ ‘엄마없는 하늘아래’ 같은 눈물 짜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곳 아닌가”라 되물으며 영화에 대한 아쉬움 역시 숨기지 않았다.

“사실 두식이도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간 트라우마가 있어요. 촬영은 했지만 편집된 부분이죠.(웃음) 큰아버지에게 보낸 승이를 찾는 과정에서 이틀 밤낮을 찍은 액션신도 빠졌어요. 종배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데 2000만 관객을 아우르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 감독의 고민이 얼마나 컸겠어요.”

처음 완성본의 러닝타임은 120분이 훨씬 넘는 분량이었다. 피 한방울 안 섞인 존재를 위해 미혼임에도 입양을 하게 되는 두식의 성장과정과 10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승이의 고등학생 분량도 꽤 됐지만 성인 역할의 하지원으로 빠르게 치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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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의 개딸들부터 연기로 만난 자식들이 한 두명이 아니에요. 하지만 단연코 ‘담보’의 연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전에는 성동일을 그냥 갈아넣었다면 이번 역할은 상황적으로 ‘입양’이란 필터링이 있으니 아무래도 거리감을 좀 둬야 했죠. ‘뺄 건 과감히 빼자’는 주의로 접근했습니다. 과하게 울거나 무게잡지 않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죠.”

성동일은 또래 배우들 중 유독 눈물연기를 많이 한 부류에 속한다. 그가 출연한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 중 코미디 장르가 아닌 이상 코끝이 찡해지는 상황이 많았던 것. 수더분한 외모 뒤에 감춰진 연기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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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기전에 맡고 싶은 역할이 없다”면서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한 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연신 강조하는 모습이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공부를 잘 하진 않았지만 대학 때 전공한 기계 설비도 적성에도 맞았어요. 게다가 기름밥을 먹으면 굶지는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거든요.(웃음) 그냥 지금은 남편으로서 떳떳하게 돈 벌어오고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면서 나이먹는 게 꿈이에요. ‘공생’도 요즘의 화두죠. 예전부터 꼭 잘됐으면 하는 PD동생이 있어서 평소 생각하던 예능 아이템을 들려주며 편성 받아오라고 했는데…그렇게 터진 게 ‘바퀴달린 집’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도와주며 사는 게 행복이죠.”


그가 기획한 예능 섭외 1순위는 카메라 없이 무대본으로 가는 거였다. 작가들과 제작진들이 하는 섭외도 고사했다. 

 

성동일은 “무조건 나 믿고 가자. 내가 부르는 사람들은 배우 자존심이 있어서 절대 그냥 오지 않는다”고 설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척도와 충전 배터리는 자식들이죠. 집사람이야 명품 하나 사주면 되고.(웃음) 서로 잘 이해하는 관계지만 자식들은 달라요. 부모는 능력이 없어도 조금의 곁을 내주면 아이들에게 충분하다는 걸 전 너무 어린시절에 깨달았거든요.”

성동일은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여러 방송을 통해 밝혀왔다. 감추거나 미화하는 대신 자식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아빠’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생긴 호적과 남보다 못했던 아버지의 존재는 되레 그에게 강력한 ‘생존본능’ DNA로 탑재됐다.

“배우들끼리도 요즘 조심스러워서 ‘바쁘다’는 소리를 전혀 안해요. 말 그대로 아사 상태거든요. 배우들은 직장 의료보험도 안되고 퇴직금도 없잖아요. 모두가 어려울 때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담보’의 개봉이 더 와 닿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안 보이는 그늘과 비빌 언덕이 될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얼마전 ‘해적2’의 우정출연 제의가 와서 갔다 왔는데 순댓국에 소주를 대접받았어요.(웃음) 남의 공장에 가서 돈 받으면 양아치잖아요. 분명 제 연기는 ‘담보’ 전후와 나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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