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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 오나라 "배우는 나의 운명"

[人더컬처] 오는 17일 개봉 앞둔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세 남자 쥐락펴락하는 역할

입력 2021-11-15 18:30 | 신문게재 2021-11-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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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NEW)

 

“어떤 배역과 작품에 캐스팅될까, 매일 소개팅 나가는 기분이에요.”

배우의 연기에서 ‘물 만난’ 모습을 보는 건 관객에게 큰 재미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바로 그렇다. 배우들은 러닝 타임 내내 역할 그 자체의 모습으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배우에서 출발해 수준급 단편영화를 거쳐 첫 장편작을 내놓은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는 몇 년째 신작을 내놓지 못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그린다.

 

오나라는 인기작가 현(류승룡)과 이혼 10년차인 싱글맘이자 그의 절친 순모(김희원)와 비밀연애 중인 미애 역할을 맡았다. 현과 순모는 30년지기 우정을 넘어 출판사 사장과 작가로 엮인 관계. 설정만 보면 법적으로 문제 없는 사이지만 대놓고 공개하기도 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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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배우 류승룡의 출연과 상대배우가 김희원이란 말에 오나라는 “놓치기 싫은 작품이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사진제공=NEW)

“나중에 연애가 밝혀지고 남자끼리 술을 마시다 ‘미애는 내가 먼저 좋아했다’는 순모의 대사를 통해 제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힌트를 얻었어요. 세 사람은 말은 안 해도 다 알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불도저처럼 들이댄 현과 결혼을 했고 이후 힘들어하고 아파한 과정을 순모가 보다듬으며 사랑이 싹튼 관계라는 게 느껴졌죠.”


오나라는 영화에 대해 “너무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은 기분이었다” 시나리오에 대한 첫 인상을 전하면서 자신이 연기하는 미애에 대해 “일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워킹맘”이라고 정의했다. 

비록 결혼 생활은 끝났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원수 같은 전남편을 호출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만든다. 조은지 감독은 오나라에게 “잘 하는 텐션 높은 연기 말고 통찰력 있고 시크한 평소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다수의 작품에서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역할을 주로 했던 그는 그렇게 물 만난 고기처럼 역할에 녹아들었다. 극 중 오나라가 보여주는 미애는 원더우먼이자 팜므 파탈, 질투의 화신을 넘나든다.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던 전 남편이 기러기 아빠가 된 상황, 사춘기의 정점에서 방황하는 아들, 세심하고 자상하지만 그만큼 눈물도 많아 피곤한 남자친구 사이를 능숙하게 오간다.

“다들 프로잖아요.(웃음) 촬영 일정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NG없이 최선을 다해 찍었어요. 기억에 남는 신은 현의 아내로 나오는 류현경씨와 머리채를 잡고 싸워야 했던거요. 막싸움 같지만 합을 정확히 맞춰야 해서 열번 넘게 촬영을 했어요. 촬영이 끝난 뒤 카페트에 류 배우님의 머리카락이 쌓였더라고요. 에어컨도 고장나서 아침부터 밤까지 뜨거움을 이기며 찍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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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남자친구의 존재를 공개하며 연애중인 오나라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 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밝게 웃었다. (사진제공=NEW)

유치원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지금 보면 연기는 운명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일찌감치 음악가의 꿈을 꿨고 중학교 때까지 클라리넷을 전공했다는 오나라는 이후 피아노를 거쳐 발레로 안착하면서 그 끼를 살려 자연스럽게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꿈을 이룬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했어요. 작은 배역이라도 즐기면서 했습니다. 이름이 없는 역할이라도 제가 배역이름을 정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습했던 시절이었죠. 만약 철 없던 20대에 큰 배역을 맡고 책임감 속에서 연기했다면 지금처럼 즐기진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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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오나라(사진제공=NEW)
‘장르만 로맨스’에서 만난 류승룡과 김희원은 ‘배우들의 배우’로 꼽히는 장본인들이다. 그는 제작보고회와 개봉 후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과의 호흡을 ‘의지하고 싶은 남자와 챙겨주고 싶은 남자’로 정의했다. 그에게 꼭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은 남자 배우를 묻자 길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최근 눈여겨 보고 있는 배우는 장기용씨요! 참 매력적인데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군대를 갔더라고요.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배우는 누가 뭐래도 박해준씨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첫 사랑으로 나왔는데 처음 만난 날 슬프고 어두운 촬영을 해야 해서 아쉬움이 남아요.”

 

출가한 남자친구를 만나는 이 장면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나의 아저씨’에서 여러번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오나라가 초면임에도 극에 몰입하기 위해 “그런데 한 번만 안아주실 수 있냐?”고 했고 박해준이 말없이 딥 허그를 하며 배우로서의 교감을 나눴다.

 

“학창시절에는 시끌벅적하고 화통한 스타일이라 인기가 많았죠. 돌이켜보면 망가지면서 웃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어지간하면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 걸 보면 무대가 체질인 것 같기는 해요.(웃음) 지금 그때처럼 춤추라고 하면 분명 어디 한 두 군데는 부러지겠지만. 이 길을 걷는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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