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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문화경] 유승준과 스티브 유의 차이점

입력 2015-05-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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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절대로 금해야 할 말은 “난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가 아닐까 싶다.

 

점쟁이도 아니고 초능력자도 아니면서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건 거짓말의 다른 이름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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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한상덕

그럼에도 대중문화 평론은 미리부터 알았다는 듯 논리를 전개할 때가 많다. 

 

“삼시세끼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물음에 “시청자들이 슬로 TV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스피드 시대를 사는 데 대한 역반응이죠”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런 문화평론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유승준에 대한 당시 대중의 반응은 예견할 수 있었다.

 

2002년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시민권을 획득했을 때의 유승준이 말했다. “어차피 미국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2년 반 군대를 다녀오면 제 나이 서른 가까이 돼요. 댄스가수는 생명이 짧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불과 얼마 전 신체검사 당일에 “(군 입대는) 받아들여야 되고 결정된 사항이니 따르려 한다”라는 말의 잉크도 마르기 전이었다.

한국 문학 평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故) 김현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형이 있다고 했다. “나는 늘 잘한다”는 정치가형과 “나는 늘 잘못한다”는 예술가형이다.

정치가형은 “내 명예는 내가 지킨다”라는 유형이다. 또 본인의 추문과는 상관없이 ‘정의의 사도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다.

반면에 예술가형은 전직 대통령의 말처럼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억울해 해서는 안 된다. “15명의 정부 고위공무원 자제 중 무려 16명이 국적 포기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데 말이야”라며 비교하는 것 또한 예술가의 변명으로 적합한 게 아니다. 잘못이 있어도 잘했다고 믿는 정치가형과 잘못이 있건 없건 끝없이 자책하는 예술가형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유승준은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중국 진출 5년 만에 영화 14편을 찍고 60부 드라마에 출연했다”며 “절대 돈 때문에 여기에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대중의 호주머니가 열릴 것처럼 말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행동을 20대에도 했고 마흔을 코앞에 두고도 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 중 대다수는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가 된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훈련소를 향해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같은 훈련소에 아들을 보냈다. 

 

삼십 년을 훌쩍 넘겼지만 지금도 훈련소에 입소한 꿈을 꾸고는 놀라서 잠을 깬다. 그래 놓고 병역기피를 위해 잔머리를 쓰는 아이돌의 입장을 이해한다.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만 데? 전역 후 지금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24시간 노출된 공간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흑인이 백인의 인권을 고민하듯 그네들의 장래를 걱정한다.

그런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연예인 유승준은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했어야 했다. 우선 군대 갈 나이가 지나기 전에 입대를 했어야 했다. 다음 군 입대가 죽을 만큼 싫었다면 “대중의 반응이 싸늘할 것이다”는 결과를 예측했어야 했다.

물론 미국 시민권자 스티브 유라면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예술가형을 택하는 게 인간의 도리겠지만 정치가형을 원한다면 굳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유승준은 두 부류의 인간형을 필요에 따라 선택했다. 병역 기피한 배경을 설명할 때는 정치가형이었고 인터뷰에서 참회할 때는 예술가형이었다. 덕분에 유승준도 아니고 스티브 유도 아닌 인물이 됐다. 대중이 좋아하고 싶어도 좋아할 수 없는 허상이 되고 말았다.

 

문화평론가 한상덕

 

*외부기고의 일부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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