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흔히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쌀쌀해지는 날씨에는 에너지 소모량이 늘고 제철을 맞은 영양가 높은 먹거리가 풍부해 식욕이 늘어나기 마련. 그렇다보니 늘어난 식욕에 체중 증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래 잘 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한입에 30번 이상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식욕 억제 호르몬이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고 과식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음식을 씹는 행위 자체가 칼로리를 소모하기도 한다.
잘 씹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튼튼한 치아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강질환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면 음식을 씹기 힘들어질 뿐 아니라 면역력 저하, 영양 불균형 등이 발생해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을철 잘 씹고 잘 먹는데 필요한 치아 건강에 대해 알아보자.
◇환절기 생기기 쉬운 턱관절 질환…심해지면 음식 씹기 어려워
턱관절은 아래 턱뼈와 머리뼈 사이에 위치해 두 뼈를 연결하는 관절과 주변 근육으로, 이 부위에 염증·탈구 등의 이상이 생기는 것을 ‘턱관절 장애’라고 한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기온이 낮아지며 턱관절 주변에 분포한 신경과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긴장해 턱관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나타나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과하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질환이 진행돼 입이 벌어지지 않거나 음식을 제대로 씹어 섭취하기 어려워지고 소화 불량이나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치아 전체가 틀어져 부정교합이나 안면 비대칭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턱에서 소리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치과를 방문해 교합 검사, 방사선 사진 촬영 등의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가을철 찾아오기 쉬운 우울증, 면역력 떨어트리고 치통 유발해
가을철에는 일조량 감소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우울감과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구강 건강까지 악화하게 수 있다.
면역력이 감소하면 잇몸 질환을 유발하는 구강 내 세균이 늘어 질환이 악화되고, 치통이 유발된다. 만약 평소 잇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욱이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을 왕성하게 하고 당 높은 음식을 찾게 한다. 달고 부드러운 식감의 음식을 선호하면 씹는 힘이 더욱 약해지고 당분이 치아 표면을 부식시켜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고광욱 목포 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우울감이 있을 때는 구강 위생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면서 “평소 치실, 치간 칫솔 등 구강 보조 용품을 활용한 꼼꼼한 양치질과 정기적인 구강 검진으로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을철 늘어나는 체중이 고민이라면, 오래 잘 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한입에 30번 이상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식욕 억제 호르몬이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고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사진제공=유디치과)
◇건조한 공기에 구강 세균 번식도 활발
환절기의 건조한 공기는 침을 마르게 한다. 침은 입안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침이 마르면 세균이 쉽게 번식해 충치, 잇몸병,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을 먹은 뒤에는 꼼꼼하게 양치질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구강 세균 제거에 효과적인 ‘변형 바스법’이 활용된다. 변형 바스법이란, 칫솔모를 45도로 기울여 잇몸과 치아 사이에 밀착시킨 뒤 제자리에서 5~10회 진동을 주고 손목을 이용해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쓸어주는 방식이다. 어금니 씹는 면도 꼼꼼히 닦는다.
양치질로도 제거되지 않은 치아 표면의 세균 덩어리(치태)는 딱딱하게 굳어 치석으로 변해 잇몸병의 원인이 된다. 치석은 스케일링으로 제거 가능한데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고 원장은 “과거 임플란트, 브릿지, 크라운 등의 치료를 받았다면 보철물 주변 및 내부에 세균이 번식해 보철물 수명을 단축하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검진 및 예방 치료로 치아 보철물 관리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