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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약바이오, ‘사료’ 아끼며 ‘병아리’만 키울 수 없다

입력 2023-01-31 14:06 | 신문게재 2023-0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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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임기를 마치고 곧 떠나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의 발언은 고언으로 새겨들으면 제약바이오 산업의 체질 개선에 이로운 ‘약’이 될 것 같다. 2월에 회장 임기를 마치는 원 회장이 제약주권, 제약강국에 대한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낸 신년 간담회의 울림은 크다. “병아리로 놔둘 게 아니라 닭으로 키워야 알도 낳는다”는 비유는 세계 제약바이오그룹과 겨뤄서 이겨 국부를 창출해야 함을 뜻한다. 그런데 “사료값만 아끼려고 한다”는 말은 우리 현실에 대한 직언이다.

발언을 유심히 듣고 나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라든지 메가펀드의 시행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이해된다. 미국과 중국 등의 자국 공급망 중심주의 강화와 지난해의 원료 의약품 품귀 사태는 ‘제약(製藥)’ 뒤에 붙인 ‘주권(主權)’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로 대체된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능력이 국력처럼 치환된 사실을 똑똑히 인지해야 할 듯하다. 원료 국산화는 특히 제약 바이오의 글로벌화와 국민생명권과 직결된다. 원료약 생산에서 채산성 딜레마는 기피가 아닌 극복의 대상이다. 60%에 이른 완제의약품 자급률과 겨우 25% 내외인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꼭 높여야 한다. 국부 창출과 사회안전망 두 측면에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물론 자동차·배터리와 어깨를 견줄 만큼 전진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와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은 괄목할 만한 사례다. 지난해 기준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630조원으로 반도체(740조원)를 웃돈다. 중국은 바이오산업을 2030년까지 180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원대한 계획까지 미리 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예산 14조원을 지원할 때 우리는 4127억원을 투입했다. ‘병아리’만 키우지 않으려면 범부처적인 중장기 전략과 함께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이 받쳐줘야 한다.

지원 없이 블록버스터 신약을 바라선 안 된다. 원 회장이 예시했듯이 작은 연구소였던 모더나가 3년에 할 일을 3개월 만에 끝냈다. 미국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가능케 한 일이다. 현장 중심형 연구를 위한 핵심 인력 양성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제약산업계는 고용 있는 성장산업으로서 고용시장에도 활력을 주는 분야다. 1980년대가 배경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미래 먹거리를 제시하면서 나온 대사가 곱씹어진다. “기술 장사해야 먹고 산다”는 그 말은 제약바이오 부문에 그대로 적용되며 앞으로도 능히 관통할 메시지다. 제약산업 발전은 ‘한국의 미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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