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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나이스 하도영, 브라보! 정성일

넷플릭스 '더 글로리'통해 세계 시청자들 눈도장
"코미디 연기 욕심나, 앞으로도 장르적 도전 멈추지 않을 것"

입력 2023-04-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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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2
정성일은 ‘더 글로리’직후 쏟아지는 러브콜과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큰 욕심 내지않으며 살고자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촬영 끝나자마자 ‘나이스한 개새끼’는 잊었어요.”

돈으로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남자. 같은 날 세 명의 여자와 맞선을 봤지만 가장 적게 입고 디올로 몸을 두른 젊고 어린 여성을 선택한 속물. 태어날 때부터 바둑의 흑돌(유리함)을 쥐고 태어난 재벌집 출신의 사업가 하도영은 여전히 넷플릭스의 화제작으로 군림하고 있는 ‘더 글로리’에서 가장 냉정한 인물이다.

그간 뮤지컬에서 프린스로 불리며 두터운 팬층을 자랑해온 정성일을 눈여겨 본 김은숙 작가는 시나리오 구성 단계부터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결정적인 캐스팅은 드라마 ‘비밀의 숲2’를 찍은 직후였으니 공들인 기간이 꽤 길다.

“작가님이 오프 더 레코드(공론화 하지 않는 서약)를 원하셔서 캐스팅된거라 가족에게도 숨겼죠. 작품을 구성중인데 하도영 역할을 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쁜 의도로 사람을 대하진 않는데 자라면서 봐왔던 걸 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할이예요. 물론 그걸 아는 타입은 아니죠. 시나리오 받기까지 1년 6개월 정도 걸려서 ‘나 짤렸구나’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대박날거란 느낌이 딱 오던데요.”

파트 1과 2로 나눠 공개된 ‘더 글로리’는 4835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TV 부문 1위에 차지한 상태다. 무려 68개 국가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1위에 오르며 ‘오징어게임’에 이어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이런 현장을 주목하며 “한국의 복수극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전개 방식이 좋았다. 최고의 한국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극찬한 바. 파트1이 공개된 직후 유치원생 아들의 선생님에게 사인요청이 들어와 인기를 실감했다는 그는 “성함을 알아오라고 시켰는데 어려서인지 잊어버린 것 같더라. 아직도 못 드렸다”고 멋쩍어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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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차가워 지적을 받았다는 그는 “재력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와 기품을 따로 연구했다. 기존에 봐온 일반적인 재벌들을 넘어서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작품의 주요서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동은(송혜교)의 서늘한 복수지만 극중 하도영은 정 반대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굴지의 건설사를 물려받을 정도로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냈고 합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변호사를 통해 손에 피를 묻혀본 적 없는 남자다. 가족일지언정 선 넘는걸 싫어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늘 존대말을 쓰며 감정교류를 잘라낸다. 한마디로 ‘사람을 부리는데 탁월한’ 캐릭터다.

이에 정성일은 “극중 하도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타고난 기품등을 살리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와 재력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들을 참고하기 위해 외국작품에서 귀족들의 삶을 다룬 것들을 찾아봤다”면서 “아내로서 연진(임지연)을 선택한 것도 자신이 살아온 삶에 자극을 주는 존재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을까?”라고 자신만의 캐릭터 분석을 내놨다.

“사실 공개 된 후 친부가 아님을 알면서도 딸 예솔이를 지키는것에 대한 반응이 꽤 많아서 놀랐어요. 아빠로서 아이를 키워보니 낳지않아도 키운정은 무시 못한다고 보는 입장이라서요. 그래서 전 하도영이 가진 부성애를 어렵지 않게 품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만난 정성일은 생각보다 마른 몸이었다. 곧 뮤지컬 작품에 출연한다는 그는 “‘더 글로리’를 찍으면서는 일부러 체중을 줄여 수트핏을 살리고자했다”며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정성일이 꼽는 작품의 베스트신은 어떤 장면일까.

“파트2에서 동은이가 엄마를 병원에 넣을 때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나요. 학교폭력을 다루기도 했지만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부터 버림받고 학대받던 한 여성의 진정한 복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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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은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로 유명하다. . ‘라이어’, ‘환상의 커플’, ‘극적인 하룻밤’ 등 대학로를 대표하는 공연에 출연하며 방송,영화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는 “늘 돌아올 대답을 알고 질문하는 하도영에게 동은은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설레는 존재였을 것”이라며 기혼자로서 넘지말아야 할 선을 확고히 긋는 모습이었다.

“장모님이 결혼할 때 사주신 신발이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분장팀에 양해를 구하고 동은의 집에 들어갈 때 그 구두를 신고 촬영을 했습니다. 짧게 스치는 신이지만 오롯이 그 신발만 클로즈업되니까 그렇게라도 장모님에 대한 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능은 잘 보시는데 드라마는 잘 안보셔서 아마 모르실테지만.(웃음)”

정성일은 앞으로도 무대와 카메라 앞을 오가는 배우로 살고 싶다고 했다. 무대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지만 영화와 드라마에는 ‘레디,액션,컷’이 있어서 집중하는 맛이 큰 공부가 된다며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따스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까지 나를 끌어온건 가족입니다. 돈,명예 다 필요없더라고요. 배우로서 잘 생기고 멋있는것도 중요하지만 ‘연기 정말 괜찮다’는 말을 들으며 살 수 있다면 더없는 행복일겁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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