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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벤허’ 메셀라 박민성 “엉덩이에 쥐 난 초연의 첫공처럼, 매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입력 2023-11-18 13:18 | 신문게재 2023-11-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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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박민성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의 공연들이 다 그랬지만 한회 한회 좀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에요. 지금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고 초연부터 해오다 보니 애착도 남다른 작품이죠. 아픈 손가락이랄까요. 그래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임해왔던 것 같아요.”

2017년 초연부터 세 시즌 동안 빠짐없이 뮤지컬 ‘벤허’(Ben-Hur,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의 메셀라(박민성·서경수·이지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올랐던 박민성은 이렇게 밝혔다. 

 

“초연 때 (초연부터 벤허를 연기한 박)은태 형이랑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엄청 힘들었어요. 검술신을 좀더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연습 시간 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준비하곤 했죠. 세 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대사들이 좀 수정되고 속도감을 높이면서 나름 힘들게 준비했어요.”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메셀라, 친구 벤허와의 엇갈림

[뮤지컬 벤허] 반역_메셀라 역 박민성_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EMK뮤지컬)

“인간이라면 누구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굳이 최고 권력자가 아니어도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고…이번 메셀라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벤허’는 루이스 월리스(Lewis Wallace)가 1880년에 발표한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Ben-Hur: A Tale of the Christ)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작품으로 예루살렘의 명문가 자제이자 대부호 유다 벤허(박은태·규현·신성록)의 삶을 다룬 대서시다. 

 

메셀라는 그런 벤허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로마인 친구이자 고난과 역경의 원인제공자로 벤허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다.

“거둬준 가문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로마 장교로서 인정받고 성공한 삶을 친구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어쨌든 로마는 지배민족이잖아요. 그런데도 가정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대인 집안의 도움을 받았죠. 로마인으로서는 자존심이 엄청 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어 박민성은 “가사에는 빵 반쪽 얘기가 나오지만 똑같은 걸 해줘도 서운함 등이 계속 쌓이지 않았나 싶다”며 “거둬준 데 대한 감사함도 있지만 ‘우리 민족이 더 우월한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어야 되지’라는, 그 내면의 억울함이 컸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래서 자라는 내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일부러 벤허에게 누명을 씌우고 집안을 몰락시키려고 했다기 보다는 벤허의 여동생이 옥상에 올라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죠. 원래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 인해 제가 수행해야하는 직속 상관이 머리를 다쳤으니 어쩌겠어요.”

 

벤허 박민성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

 

더불어 “어디에서도 표현되지 않고 접점도 없지만 어려서부터 메셀라가 에스더(윤공주·이지혜·최지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에스더가 벤허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서운함, 억울함 등과 함께 쌓이고 쌓여 ‘배신’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말을 보탰다.

“나는 죄가 없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생각해요. 벤허의 엄마와 여동생도 그 자리에서 죽인 게 아니라 감옥에 가뒀지만 살려주죠. 그들이 한센병이 걸렸을 때도 사실은 죽여야 하지만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려주잖아요.”

 

박민성 배우 프로필 사진 3_제공 마틴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
◇죽는다는 마음으로 부르는 ‘나 메셀라’

“은태 형과는 초연부터 함께 하다보니 검술 신도 그렇고 호흡이 최적화돼 있는 것 같아요. 규현이는 동생이다 보니 저도 톤이 좀 바뀌는 것 같고 (신)성록이랑은 실제로도 동갑이어서 진짜 친구같아요.”

수정 과정에서 벤허를 위기에 빠뜨리고 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메셀라의 서사와 감정 등이 축약되면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수없이 고민했다는 박민성은 “벤허와의 관계성이 덜 보이다 보니 에너지를 좀 더 극대화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메셀라 넘버인 ‘나 메셀라’의 마지막을 사점(死點)을 넘겨서까지 한 호흡으로 길게 부르게 되더라고요. ‘나 메셀라’에 사점이 두 번 정도 있어요. 재연 때까지도 (왕용범) 연출님께서 음이탈을 걱정하시면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커튼콜에서만 했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이거 실패 하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본극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있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이어 박민성은 “저는 (벤허와 전차 경주 후 자살 직전 부르는) ‘나 메셀라’ 리프라이즈가 그렇게 슬프다”며 “진짜 화려하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망토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 망토는 저(메셀라)에게 상징 같은 거예요. 집정관으로서 임명돼 그 망토가 어깨에 얹혀졌을 때는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진정한 로마의 영웅으로서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라졌으니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극단적 선택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 거죠. 지금을 살다 보니 굳이 자살까지 해야 했나, 뭘 그렇게 아등바등 이기려고 하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어요. 메셀라에게는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 말고는 지킬 게 없으니까요.”

벤허 박민성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EMK뮤지컬)

 

그리곤 “메셀라가 빌라도(김대종)가 아니라 퀸터스(이정열·홍경수) 장군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며 “그랬다면 지금의 ‘벤허’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보탰다.

“연출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뮤지컬 ‘메셀라’를 한번 해볼까 봐. 주인공이 굳이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정성 있게 보였고 멋있는 악역을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최고의 찬사죠. 사실.”

 

박민성 배우 프로필 사진_제공 마틴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
◇무대를 나의 삶처럼 ‘나 박민성’

“제가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도전을 할지, 지금까지의 행보를 이어갈지를 고민해야하는 때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의 활동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싶고…전체적으로 갈 길에 대한 방향을 고민 중이죠.”

차기작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12월 5~2024년 2월 25일 대학로 TOM 1관)로 메셀라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일 준비에 한창인 박민성은 “도전과 안전한 길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제가 다시 메셀라를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재연 때까지만 해도 메셀라가 내 거라는 생각을 별로 안했어요. 연출님이 하시는 작품이니 하겠지 했다가 삼연에서는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 끝에 하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요.”

박민성은 “다음 시즌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매회 ‘나의 삶’이라는 생각으로 해냈다”며 “그냥 공연하고 무대를 내려온다가 아니라 메셀라의 삶을 살다가 죽어서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초연 첫 공연에서 너무 힘을 주다 보니 오른쪽 엉덩이에 쥐가 났어요. 이번 3연의 첫 공연에서도 그랬죠. 어떻게든 메셀라의 심정을 전하고 싶어서 에너지를 너무 끌어올렸나봐요. ‘벤허’ 뿐 아니라 어떤 공연이든 제가 생각하는대로 잘 나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제 스스로에게 많이 박한 편이고 자책도 많이 하고 ‘더 해야지!’라고 다그치는 편인데 이번 ‘벤허’는 정말 거의 없는, ‘너 정말 잘했어’라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들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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