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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초연의 신구와 ‘오징어게임’ 오영수, ‘원더우먼’ 이상윤과 뉴캐스트 전박찬…연극 ‘라스트세션’

입력 2021-12-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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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세션
연극 ‘라스트세션’ 출연진. 왼쪽부터 루이스 역의 전박찬, 프로이트 신구·오영수, 루이스 이상윤(사진=허미선 기자)

 

“프로이트와 루이스라는 세계적인 석학 둘이 실제로 만났다면 이라는 연극적 전체 하에 펼쳐지는 85분가량의 지적 논쟁이 우리 뇌를 재밌게 하고 생각을 자극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적 논쟁이 단순히 말로만 끝나거나 논리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대화 과정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 모습들이 보여지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점을 가지고 있고 불완전하며 나약해서 서로 공존하지 않고 깨어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적 면모들이요.”

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경택 연출은 연극 ‘라스트세션’(2022년 1월 7~3월 6일 대학로 TOM 1관)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극 ‘라스트세션’은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를 모티프로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나니아연대기’ 등의 작가이자 평론가이며 학자인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가 만나 ‘신의 존재’를 두고 벌이는 논쟁을 담고 있다.  

 

무신론을 주장하는 프로이트(신구·오영수, 이하 시즌합류 순)와 유신론을 증명하려는 루이스(이상윤·전박찬)의 전쟁과도 같은 ‘라스트세션’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선포한 1939년 9월 3일, 프로이트의 서재에 루이스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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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프로이트 역의 신구·오영수(사진=허미선 기자)

실제로 무신론자인 신구와 유신론자인 이상윤이 2020년 초연에 이어 또 다시 프로이트와 루이스로 돌아온다. 전세계를 매료시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1번 참가자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에 ‘깐부’를 신청한 오일남을 연기한 오영수 그리고 ‘로드킬 인 더 씨어터’ ‘대신목자’ ‘맨 끝줄 소년’ ‘에쿠우스’ ‘이방인’ 등의 전박찬이 새로운 프로이트와 루이스로 합류했다.



◇다시 돌아온 신구, 그의 ‘깐부’ 오영수

“원체 무겁고 부담되 되는 작업이었어요. 열심히는 했는데 미진하고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아있었죠. 그 아쉬움과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보충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엔 무겁고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재밌고 쉽게 관극하실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방점을 두고 고심하고 노력 중입니다.”

이렇게 재연에도 함께 하는 이유를 전한 프로이트 역의 신구는 “게다가 국립극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오영수 선생이 참여해주셔서 훨씬 풍성하고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옆에서 지켜본 오영수 선생은 지금까지 두각을 나타내거나 화려한 배우는 아니었어요. 조용하게 자기 몫을 확실하게 해내는 배우였죠. ‘오징어게임’으로 유명해지는 걸 보면서 자기 몫을 충실하게 하고 있으면 이런 기회도 오는구나를 새삼 깨닫고 있어요. 상당히 반갑습니다.”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영수는 “사실 이 작품의 대사는 상당히 관념적이고 논리적이어서 헤쳐 나가기가 힘이 든다”며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감퇴해 걱정이었는데 신구 선배님이 이 역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용기를 냈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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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포스터(사진제공=파크컴퍼니)

 

그는 제작사 파크컴퍼니 측의 출연 제안에 “이 시기에 이런 작품 제안을 주셔서 고맙다. 지금 이 시기에 저에게 꼭 필요했던 연극”이라며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에 대해 오영수는 “지금까지 50년 넘게 조용한 모습으로 연기자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으로 갑자기 부상돼 내 이름이 여기저기 보여지면서 제가 가진 중심, 지향하고자했던 연기자로서 의식의 흐름 등이 현란하달까, 혼란해지고 그랬다”며 “자제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 작품 의뢰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잘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제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 나름대로 지금까지 지향해온 제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동기와 원동력이 주어진 것 같아 뜻깊게 생각해요. 지금까지 저의 행보, 지향해온 길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그런 면에서 프로이트라는 인물과 배우로서 제가 참여하는 모습이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달라서 즐거운 상상, 루이스 이상윤과 전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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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루이스 역의 전박찬·이상윤(사진=허미선 기자)
“다시 참여한 이유는 신구 선생님 하나였어요. 올초 신구 선생님, 제작사 대표님 등과 가진 사석에서 신구 선생님이 ‘다시 한번 재밌게 해보고 싶다’고 하셨고 ‘선생님이 하시면 하겠다’고 답했죠.”

신구의 출연은 이상윤이 드라마 ‘원더우먼’ 성공 후 다시 무대로 돌아온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이상윤은 “같은 작품을 다시 하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다”며 “어차피 작년에 한 사람도 저고 내년에 할 사람도 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담 보다는 궁금함이 더 커요. 작년에는 연극이라는 무대에 선다는 데 대한 호기심, 궁금함이라면 이번엔 같은 작품을 다시 시간 들여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면 어떨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죠.‘

이어 “드라마 등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다. 간혹 재촬영을 한다고는 해도 두번 정도인데 연극은 끊임없이 같은 걸 연습하고 치열하게 준비하며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통해 무대에 올린다”며 “그걸 더 겪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즐겁습니다. 전박찬 배우가 루이스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는지를 보면서 배우고 있고 전혀 다른 프로이트를 해주시는 오영수 선생님과 대본을 분석하고 대사를 맞춰보면서 너무 즐겁고 기대가 커진 상태죠.”

루이스로 새로 합류한 전박찬은 “관객분들이 초연에서 두명(이상윤·이석준)의 멋진 루이스를 만났는데 제가 더 좋은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오영수 선생님이 하실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미 출연이 확정된 신구 선생님과 오영수 선생님이 하신다면 이런 기회가 저에게 또 올까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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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포스터(사진제공=파크컴퍼니)

 

“신구·오영수·이상윤 배우님을 극 중 루이스의 대사처럼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연습 시작 전 프로필 사진 촬영으로 세분을 처음 뵐 때부터 즐거웠어요. 새로 합류하다 보니 독서(대본리딩)를 오영수 선생님과 했는데 이 작품을 처음 하는 둘이 만나 재밌는 걸 많이 찾았어요. 신구 선생님과 (대본을) 읽을 때는 초연의 익숙함, 템포감 등이 느껴져 또 재밌었죠.”

이어 전박찬은 “이상윤 배우님은 리딩을 같이 하진 않았지만 동선에 들어가면서 만났다. 이상윤 배우님 키가 186이고 저는 168이다. 다른 키만큼이나 다른 루이스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재밌는 상상을 했다”며 “두 선생님의 프로이트도 전혀 달라 긴장되면서도 재밌게 연습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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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포스터(사진제공=파크컴퍼니)

◇무대란? 신구 “삶의 지침서”, 오영수 “삶의 목적”, 전박찬 “동시대에 질문 던지기”, 이상윤 “당연한 일” 

 

“나이는 사람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도 해가 뜨고 오늘도 해가 뜨는데 몇년 됐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중요한 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한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건강을 잘 챙겨야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전한 신구는 연극, 무대의 의미에 대해 “인생의 길, 목표를 가르쳐 주는 지침서랄까. 역사가 있는 한 무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제 안의 DNA에는 연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떨칠 수 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극과 생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신구의 말에 오영수는 “연극은 내 삶의 목적이고 의미”라고 표현했다.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인지를 인지해나가는 과정이 연극 같아요. 무대라는 가상현실 공간을 통해 관객과 호흡하면서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랄까요. 제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삶의 가치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관객들에게 묻고 싶기도 해요.”

전박찬은 “연극은 동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일인 것 같다”며 “지금까지 저는 동시대를 사는 소수자, 약자 등의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이 작품에도 나치, 스페인독감,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 등 오래전 문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문제들은 지금도 계속 되는 전쟁, 코로나19 등과 맞닿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계속 해오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라스트세션’을 만났고 그게 연극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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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출연진. 왼쪽부터 루이스 역의 전박찬, 프로이트 신구·오영수, 루이스 이상윤(사진=허미선 기자)

 

이상윤은 “(초연 당시에는) 무대를 많이 겪어 보지 못하다 보니 저에게 맡겨진 것을 소화하는 데 급급해 연극의 깊은 의미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며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배우라면 당연히 무대에 서야 한다고 그냥 생각해온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연기자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무대에 와서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연극) 현장에서 만난 많은 선배, 후배들이 많은 자극을 주고 무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죠. 연극을 해야겠다는 계기가 있기 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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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오경택 연출(사진=허미선 기자)

◇오경택 연출 “모든 것은 인간으로부터!”


“역사적으로도 프로이트의 딸 소피가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했고 어린 손자도 병으로 죽습니다. 본인 스스로는 구강암에 걸려 16년 정도 투병생활도 했죠. 암이 심해져 입천장과 턱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떨어진 살점들을 막고 저작운동을 할 수 있는 보철물을 껴야 했어요. 이를 통해 프로이트는 고통이란 무엇인지, 신이 존재한다면 이 지옥같은 세상에 인간들을 던져놓고 왜 책임지지 않는지 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죠.”

이어 오경택 연출은 “그런 프로이트에 루이스는 ‘신은 자율의지를 주신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선악, 노예제도, 전쟁 등은 인간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거지 신이 방치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벌써 2년여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재앙 속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생각했습니다. ‘라스트세션’의 시대적 배경은 2차 대전이 본격 발발하는 때예요. 이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죠. 전쟁은 두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 역시 어디서 발생한 건 문제가 아니에요. 어찌 보면 자연 영역을 침범하고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훼손하며 다함께 고통받게 돼버린 인재죠. 그런 의미에서 작품 배경과 현실은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세계를 나와 연계된 세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앙을, 고통을 어떻게 피하고 극복할까 보다는 본질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고 덧붙였다.

“신의 형상은 각 종교에 따라 달라요. (신의 유무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연대돼 있다는 은유적 표현이죠.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실제화된 것 같아요. 인류가 우리는 정말 연계돼 있구나를 깨닫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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