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ontribution(봉사)

방송 달인들 끼 넘치는 '사랑의 유랑극단'

[공동체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 공연나눔단체 '문화나눔초콜릿'
배우 채시라·개그맨 김준호 등 스타들 무료출연도

입력 2014-12-02 13:48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4120201010001118

문화나눔초콜릿이 7일 대학로 엘림홀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 '꿈꾸는 마술붓'에 출연하는 다문화 가족들이 밝고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대접받을 생각이 콩알만큼이라도 있으면 하지 마!”

연출가이자 성우이자 배우인 김승태가 후배들에게 불호령이다. 본업 외에 자투리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재능 기부로 무료 출연하는 후배들은 기꺼이 그 뜻을 따른다. 누구나 평등하고 기꺼이 동참하는 문화 나눔, 그래서 10년이 가능했다.

방송작가, 성우, 아나운서 등 방송인이 모인 사단법인 문화나눔초콜릿(이하 초콜릿)은 다문화가족을 위한 무료공연을 기획·제작해 나누는 공동체다.

뮤지컬 ‘방귀 뀌는 며느리’, 연극 ‘당신이 그립습니다’ ‘향단이 날다’ 등에 이어 12월 7일 중국 구전동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꿈꾸는 마술붓’을 준비 중이다. GKL사회공헌재단 협찬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 ‘꿈꾸는 마술붓’은 다름과 꿈에 대한 이야기다.  

 

다문화가족과함께하는뮤지컬연습
신혜원(오른쪽) 대표와 도상란 이사가 무대 조형물을 제작 중이다.

◇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초콜릿상자’를 꿈꾸다


“유럽 사람과 하면 국제결혼인데 아시아 사람이랑 하면 다문화가정이라니 이상하잖아요?”

방송작가이자 초콜릿 대표인 신혜원씨는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편견과 차별을 지적한다.

“이주여성들 중에도 기자, 교사 등 출신으로 학력도 학식도 높은 엘리트들이 많아요. 이들은 조금만 도와주면 리더로써 보살핌이 필요한 이주여성을 가르칠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 보살핌과 가르침이 릴레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화를 매개로 배우고 나누기 시작했다. 선물 받은 초콜릿상자를 여는 설렘과 기쁨을 주고 싶어 2004년 ‘초콜릿상자’로 출범했다 10년만인 올 초 사단법인 문화나눔초콜릿으로 진화했다.

모양은 다르지만 맛은 비슷한 초콜릿들이 한데 담긴 초콜릿상자는 다문화, 다름의 존중 등 문화나눔초콜릿이 추구하는 가치를 닮았다.

방송인들이 주축이 돼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다문화 가족을 초대하는 정도로 시작된 문화나눔은 한국어 교육, 언론인 체험, 다문화 가족들의 공연 참여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공연제작비 마련을 위해 바자회, 농산물 직거래 등을 하고 1년에 두세 번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한국어 교육과 공연 시나리오 집필을 전담하는 신 대표와 서재순·도상란 작가 그리고 공연을 위한 스태프만도 30명이다. 이외 그들의 활동을 음으로 양으로 돕는 이들과 초콜릿의 공연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합하면 회원 수는 족히 300명은 된다.

김정희 작가는 바자회에 내다 팔 협찬품과 무대 소품 등의 보관을 위해 자신 집 창고를 기부했다. 말하지 않아도 초콜릿 공연기간에는 돈 되는 스케줄을 기꺼이 마다하는 권익 조명 감독은 공연 때마다 스태프들이 먹을 1년치 쌀과 선물용 대봉감, 대형 무대장치 보관을 위한 공간 등을 내주곤 한다.

의상을 협찬하는 올드레스 윤명숙 사장, 한복점 왕과비 대표, 10년째 무료로 메이크업을 해주는 채선아씨, 포스터·표 등 디자인 재능기부를 하는 손정희씨,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반미영 작가와 이금주씨, 한양대 김호연 교수 등 고마운 이들이 넘쳐난다.

틈만 나면 행사진행, 내레이션 등을 도맡아 주는 이금희 아나운서, 바자회 소식에 쓸만한 물건들을 차로 한가득 실어다 주는 방송인들, 최백호, 노영심, JK김동욱, 김도향, 채시라, 김기리, 김준호 등 무료 출연해주는 가수, 배우, 개그맨 등도 초콜릿과 함께 한다.

  


다문화가족과함께하는뮤지컬연습4
‘꿈꾸는 마술붓’ 공연 연습 중인 성우 배우들

◇ 우리는 문화 게릴라, 짐 싸고 푸는 ‘초콜릿 유랑단’


12월 7일 오후 5시 대학로 엘림홀에서 열릴 가족 뮤지컬 ‘꿈꾸는 마술붓’ 연습을 위해 대학로의 허름한 연습실에 모인 이들의 풍경은 흡사 ‘유랑단’ 같다.

거울 앞에서는 이광진 PD와 성우 안현서·이장우·권영호·한경화·탁원정 등 주요 배우들이 연습에 한창이다. 그들이 동선과 안무를 맞추는 한쪽에서는 공연에 쓰일 소품, 의상 등을 제작하는 신 대표와 방송작가 도상란·성우 정현경 이사의 손길이 분주하다.

지방 투어 때의 풍경도 비슷하다. 스스로의 의상을 챙기고 스태프들은 무대장치, 소품 등 짐을 꾸렸다 풀기를 반복한다.

연습실 입구가 왁자지껄한가 싶더니 한 무리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들어선다. 공연의 마지막에 출연할 다문화 가족들이다. 이주여성들의 모임 ‘미래 길’에서 사연을 공모해 선정된 이들이다.

11년이나 한국에서 살았다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박 알렉산드라와 이경은씨는 동갑내기 딸 나래·수진과 동행했다. 연예인 지망생인 나래의 오디션에 응원차 동행했다가 “멋져 보여서 심리학자가 꿈”인 수진도 함께 출연하게 됐다.

축구선수가 꿈인 원빈과 영일, 의사가 되고 싶은 큰 언니 지민, 수줍은 요리사 지망생 서현, 창의력이 풍부해 건축가를 꿈꾸는 재윤 등 올망졸망 아이들의 꿈이 발표된다.

“엄마들이 꿈 얘기를 하는 데 찡했다”는 선생님 역할을 맡은 성우 권영호의 말처럼 밴드보컬, 이주여성 행복을 위한 미래길 대표, 성공한 무역업자, 경찰관, 사회복지사 등 여전히 꿈을 위해 내달리는 엄마들에 절로 숙연해진다.

우리는 얼마나 꿈을 위해 노력했던가. “타국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인 꿈과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가슴 아팠다”며 주인공 은찬을 연기하는 성우 안현서는 자성한다. 그들의 절실한 꿈 얘기에 할머니 역의 성우 한경화는 뜨겁게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꿈 얘기하는 데 저도 진짜 꿈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꿈은 어떤 이에겐 행복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접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기도 해요.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워요. 잊고 있던 꿈을 각인하면서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

2014120201010001117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문화나눔초콜릿의 바자회 풍경.

◇ 모두가 대표,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살만하다


함께 하며 서로 배우고 깨닫는 초콜릿은 여전히 알음알음으로 필요한 것을 기꺼이 내어줄 이들을 엮어가고 있다. 촘촘하게 얽힌 그물처럼 아내를 따라 연인을 따라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초콜릿에 발은 담근 이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따듯한 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이유는 모두가 대표라는 주인의식이다. 협찬으로 들어온 우유 한 팩, 초콜릿 하나도 함부로 먹지 않는 철칙은 누가 상기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지켜지곤 한다. 10년의 세월 동안 모은 돈과 사람을 절대 소홀하거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초콜릿을 하면서 선한 기운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껴요. 그렇게 좋은 기운은 점처럼 퍼져나가죠. 그래서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고 살만한 거 같아요.”

그렇게 고마운 이들을 위해 밤새 뜨개질을 하고 대봉감을 바닥에 널어 익히는 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초콜릿은 12월 ‘방귀 뀌는 며느리’ 앵콜 공연과 모정을 주제로 한 연극 ‘아픈 손가락’, ‘꿈꾸는 마술붓’을 잇는 다문화 시리즈로 ‘엄마나라 구전동화’ 공모를 준비 중이다.

‘꿈꾸는 마술붓’ 이광진 PD의 연출변처럼 “우리도 변해가겠지?”라는 대사가 씁쓸해지지 않도록 초콜릿의 문화나눔 행보는 계속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사진=윤여홍 기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